
정우가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에 매력을 느꼈던 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두 형사가 '더러운 돈'에 손을 댄 후 계획에 없던 사고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정우는 "심플했다. 제목부터 어떤 내용인지 상상할 수 있지 않나. 형사가 나와서 검은 돈에 손을 대면서 시작하는 얘기인 줄은 예측할 수 있지만 어떤 식으로 돈에 손을 잘못대서 역경을 맞게 되는 건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대본을 보니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었어요. 어떤 대본이든 읽었을 때 내용과 별개로 '뉘앙스'가 있는데, 이 대본은 섹시했죠. 저는 대본, 캐릭터를 볼 때 비중보다 '섹시한가, 아닌가'가 중요해요."

"극 중 딸과의 관계가 중요했어요. 자칫 전형적일 수 있는 캐릭터인데, 명득이 왜 돈에 손을 대는지 설득돼야 했죠. 그런데 딸과의 장면들이 많아지면 이건 휴먼 드라마가 되버려요. 이 영화는 범죄 액션 누아르 장르인데. 3~4신 밖에 안 되는 장면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건 배우의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그 신들이 저한텐 곤욕스러웠어요. 짧은 시간 안에 감정을 터트려야 하니까요. 제가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내 몸이 다 녹아내릴 것 같아요. 그 돈에 손을 댈 수밖에 없겠죠. (관객을) 설득시키려면 나 자신을 괴롭힐 수밖에 없었어요. 그게 매력적이면서도 힘들었죠."

"그때보다 지금 더 (부성애가 있는 캐릭터 연기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푸라기라도 쥐어뜯고 썩은 동아줄에라도 매달리고 구걸해야 했어요. 그렇게 많이 애쓰며 연기했죠. 이 영화를 촬영할 때도 딸 아이가 있었지만, 매년 감정의 깊이가 달라져요. 시사회 때 영화를 보니 휴먼 드라마도 아니고 영화 구조에 있어서 꼭 필요한 장치일 수 있는 이 부분에 '왜 이렇게 내 마음이 동요되나' 싶더라고요. 다행스럽기도 했고 제 개인적 감정일까봐 헷갈리기도 했어요. 관객들도 나처럼 동요할까. 궁금증은 있는데 저는 설득됐어요."

"예전에는 과정을 신경쓸 겨를도 없었어요. 과정은 치열하고 고통스러워도 되니 결과만 좋다면 '내 한몸 다 불 싸지르리라' 그런 마음이었어요. 이제는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 과정이 건강하고 즐거워야하고 같이 하는 사람들을 배려하며 만들어가야죠. 고통스럽고 치열하기보다 그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어렸을 땐 몰랐죠."
정우는 2년 정도 작품을 쉬는 기간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고. 그는 소속사 대표를 비롯해 아내인 김유미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고 고맙다"고 했다.
"딸도 딸이지만 유미 씨가 큰 힘이 됐어요. 매일 나를 위해 기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감사하잖아요. 예전엔 몰랐죠. 연기에만 빠져서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었던 겁니다. '그럼 내가 그 정도로 좋은 연기를 펼치고 있나'라고 생각한다면 민망하고 부끄럽기도 해요. 어쨌든 예전에는 자나깨나 작품, 연기 생각만 했죠. 현실과 작품을 구분 못했던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검사' 받으며 작품에 캐스팅됐어요. 그러다 보니 자기검열이 생긴 것 같아요. 단역에서 조연, 주연으로 갈수록 책임감도 생겼죠. 그 책임감이 스스로를 자유롭지 못하게 한 것 같아요."

"촬영할 때 정성을 쏟고 진액을 냈으니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건 무대인사 하면서 관객들과 셀카 찍는 거 아니겠어요? 하하. 관객들에게 추억을 남겨드리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일 같아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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