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했어요."
정우가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에 매력을 느꼈던 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두 형사가 '더러운 돈'에 손을 댄 후 계획에 없던 사고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정우는 "심플했다. 제목부터 어떤 내용인지 상상할 수 있지 않나. 형사가 나와서 검은 돈에 손을 대면서 시작하는 얘기인 줄은 예측할 수 있지만 어떤 식으로 돈에 손을 잘못대서 역경을 맞게 되는 건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대본을 보니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었어요. 어떤 대본이든 읽었을 때 내용과 별개로 '뉘앙스'가 있는데, 이 대본은 섹시했죠. 저는 대본, 캐릭터를 볼 때 비중보다 '섹시한가, 아닌가'가 중요해요." 정우가 연기한 명득은 형사. 그가 불법 업소 뒤를 봐주며 뒷돈을 챙기게 된 이유는 딸 수술비 마련이 급하기 때문이다. 아내도 먼저 떠나보낸 그에게 아픈 딸은 더욱 애틋한 존재다. 정우는 "연기에 변주를 주려고 하진 않았다. 진정성, 정면돌파를 택했다"고 강조했다.
"극 중 딸과의 관계가 중요했어요. 자칫 전형적일 수 있는 캐릭터인데, 명득이 왜 돈에 손을 대는지 설득돼야 했죠. 그런데 딸과의 장면들이 많아지면 이건 휴먼 드라마가 되버려요. 이 영화는 범죄 액션 누아르 장르인데. 3~4신 밖에 안 되는 장면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건 배우의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그 신들이 저한텐 곤욕스러웠어요. 짧은 시간 안에 감정을 터트려야 하니까요. 제가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내 몸이 다 녹아내릴 것 같아요. 그 돈에 손을 댈 수밖에 없겠죠. (관객을) 설득시키려면 나 자신을 괴롭힐 수밖에 없었어요. 그게 매력적이면서도 힘들었죠." 배우 김유미와 결혼한 정우는 실제로 딸 하나가 있다. 연기할 때 극 중 딸 이름이 아닌 실제 딸 이름을 부르기도 했다고. 정우는 "당시에는 몰랐다. 감독님한테 얘기를 듣고 알았다"고 전했다.
"그때보다 지금 더 (부성애가 있는 캐릭터 연기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푸라기라도 쥐어뜯고 썩은 동아줄에라도 매달리고 구걸해야 했어요. 그렇게 많이 애쓰며 연기했죠. 이 영화를 촬영할 때도 딸 아이가 있었지만, 매년 감정의 깊이가 달라져요. 시사회 때 영화를 보니 휴먼 드라마도 아니고 영화 구조에 있어서 꼭 필요한 장치일 수 있는 이 부분에 '왜 이렇게 내 마음이 동요되나' 싶더라고요. 다행스럽기도 했고 제 개인적 감정일까봐 헷갈리기도 했어요. 관객들도 나처럼 동요할까. 궁금증은 있는데 저는 설득됐어요." 정우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를 비롯해 '이웃사촌'(2020), '뜨거운 피'(2022)를 모두 비슷한 시기에 찍었다. 세 작품의 촬영 시기는 2017~2019년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정우는 연기에 너무 몰두하고 잘하고 싶다는 과욕을 부린 탓에 연기가 즐겁기보다 힘들었다고 한다. 정우 "그때 당시 하던 내 연기를 다시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고 싶지 않다. 고통스러웠다. 그 고통을 다시 겪고 싶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그 이유에 대해 "연속으로 감정적으로 고된 작품을 하다 보니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서 연기한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는 "예전에는 감사할 겨를도 없었다"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즐거운 일인가. 방향을 조금만 잘못 틀게 되면 고통의 길로 빠질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 요즘엔 즐겁고 감사하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예전에는 과정을 신경쓸 겨를도 없었어요. 과정은 치열하고 고통스러워도 되니 결과만 좋다면 '내 한몸 다 불 싸지르리라' 그런 마음이었어요. 이제는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 과정이 건강하고 즐거워야하고 같이 하는 사람들을 배려하며 만들어가야죠. 고통스럽고 치열하기보다 그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어렸을 땐 몰랐죠."
정우는 2년 정도 작품을 쉬는 기간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고. 그는 소속사 대표를 비롯해 아내인 김유미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고 고맙다"고 했다.
"딸도 딸이지만 유미 씨가 큰 힘이 됐어요. 매일 나를 위해 기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감사하잖아요. 예전엔 몰랐죠. 연기에만 빠져서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었던 겁니다. '그럼 내가 그 정도로 좋은 연기를 펼치고 있나'라고 생각한다면 민망하고 부끄럽기도 해요. 어쨌든 예전에는 자나깨나 작품, 연기 생각만 했죠. 현실과 작품을 구분 못했던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검사' 받으며 작품에 캐스팅됐어요. 그러다 보니 자기검열이 생긴 것 같아요. 단역에서 조연, 주연으로 갈수록 책임감도 생겼죠. 그 책임감이 스스로를 자유롭지 못하게 한 것 같아요." '이웃사촌', '뜨거운 피' 등 최근 영화 필모그래피의 흥행 성적은 아쉬웠던 정우. 그는 "관객이 많이 든다고 해서 성공인지, 적게 들었다고 해서 실패인지, 성공과 실패의 기준은 모르겠지만 경험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무수히 고된 경험을 겪고 나니 보로소 보이는 것은 '감사'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에는 감독님이 오케이면 나도 오케이였는데, 이제는 오케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성숙한 연기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어떻게 좋은 배우로 갈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는 시기"라고 털어놓았다. 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연기가 저한테 전부였다. 그런 극단적 생각을 했다. 지금 연기는 저한테 일부다. 아주 중요하고 소중한 일부. 마인드가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촬영할 때 정성을 쏟고 진액을 냈으니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건 무대인사 하면서 관객들과 셀카 찍는 거 아니겠어요? 하하. 관객들에게 추억을 남겨드리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일 같아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정우가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에 매력을 느꼈던 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두 형사가 '더러운 돈'에 손을 댄 후 계획에 없던 사고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정우는 "심플했다. 제목부터 어떤 내용인지 상상할 수 있지 않나. 형사가 나와서 검은 돈에 손을 대면서 시작하는 얘기인 줄은 예측할 수 있지만 어떤 식으로 돈에 손을 잘못대서 역경을 맞게 되는 건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대본을 보니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었어요. 어떤 대본이든 읽었을 때 내용과 별개로 '뉘앙스'가 있는데, 이 대본은 섹시했죠. 저는 대본, 캐릭터를 볼 때 비중보다 '섹시한가, 아닌가'가 중요해요." 정우가 연기한 명득은 형사. 그가 불법 업소 뒤를 봐주며 뒷돈을 챙기게 된 이유는 딸 수술비 마련이 급하기 때문이다. 아내도 먼저 떠나보낸 그에게 아픈 딸은 더욱 애틋한 존재다. 정우는 "연기에 변주를 주려고 하진 않았다. 진정성, 정면돌파를 택했다"고 강조했다.
"극 중 딸과의 관계가 중요했어요. 자칫 전형적일 수 있는 캐릭터인데, 명득이 왜 돈에 손을 대는지 설득돼야 했죠. 그런데 딸과의 장면들이 많아지면 이건 휴먼 드라마가 되버려요. 이 영화는 범죄 액션 누아르 장르인데. 3~4신 밖에 안 되는 장면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건 배우의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그 신들이 저한텐 곤욕스러웠어요. 짧은 시간 안에 감정을 터트려야 하니까요. 제가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내 몸이 다 녹아내릴 것 같아요. 그 돈에 손을 댈 수밖에 없겠죠. (관객을) 설득시키려면 나 자신을 괴롭힐 수밖에 없었어요. 그게 매력적이면서도 힘들었죠." 배우 김유미와 결혼한 정우는 실제로 딸 하나가 있다. 연기할 때 극 중 딸 이름이 아닌 실제 딸 이름을 부르기도 했다고. 정우는 "당시에는 몰랐다. 감독님한테 얘기를 듣고 알았다"고 전했다.
"그때보다 지금 더 (부성애가 있는 캐릭터 연기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푸라기라도 쥐어뜯고 썩은 동아줄에라도 매달리고 구걸해야 했어요. 그렇게 많이 애쓰며 연기했죠. 이 영화를 촬영할 때도 딸 아이가 있었지만, 매년 감정의 깊이가 달라져요. 시사회 때 영화를 보니 휴먼 드라마도 아니고 영화 구조에 있어서 꼭 필요한 장치일 수 있는 이 부분에 '왜 이렇게 내 마음이 동요되나' 싶더라고요. 다행스럽기도 했고 제 개인적 감정일까봐 헷갈리기도 했어요. 관객들도 나처럼 동요할까. 궁금증은 있는데 저는 설득됐어요." 정우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를 비롯해 '이웃사촌'(2020), '뜨거운 피'(2022)를 모두 비슷한 시기에 찍었다. 세 작품의 촬영 시기는 2017~2019년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정우는 연기에 너무 몰두하고 잘하고 싶다는 과욕을 부린 탓에 연기가 즐겁기보다 힘들었다고 한다. 정우 "그때 당시 하던 내 연기를 다시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고 싶지 않다. 고통스러웠다. 그 고통을 다시 겪고 싶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그 이유에 대해 "연속으로 감정적으로 고된 작품을 하다 보니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서 연기한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는 "예전에는 감사할 겨를도 없었다"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즐거운 일인가. 방향을 조금만 잘못 틀게 되면 고통의 길로 빠질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 요즘엔 즐겁고 감사하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예전에는 과정을 신경쓸 겨를도 없었어요. 과정은 치열하고 고통스러워도 되니 결과만 좋다면 '내 한몸 다 불 싸지르리라' 그런 마음이었어요. 이제는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 과정이 건강하고 즐거워야하고 같이 하는 사람들을 배려하며 만들어가야죠. 고통스럽고 치열하기보다 그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어렸을 땐 몰랐죠."
정우는 2년 정도 작품을 쉬는 기간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고. 그는 소속사 대표를 비롯해 아내인 김유미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고 고맙다"고 했다.
"딸도 딸이지만 유미 씨가 큰 힘이 됐어요. 매일 나를 위해 기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감사하잖아요. 예전엔 몰랐죠. 연기에만 빠져서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었던 겁니다. '그럼 내가 그 정도로 좋은 연기를 펼치고 있나'라고 생각한다면 민망하고 부끄럽기도 해요. 어쨌든 예전에는 자나깨나 작품, 연기 생각만 했죠. 현실과 작품을 구분 못했던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검사' 받으며 작품에 캐스팅됐어요. 그러다 보니 자기검열이 생긴 것 같아요. 단역에서 조연, 주연으로 갈수록 책임감도 생겼죠. 그 책임감이 스스로를 자유롭지 못하게 한 것 같아요." '이웃사촌', '뜨거운 피' 등 최근 영화 필모그래피의 흥행 성적은 아쉬웠던 정우. 그는 "관객이 많이 든다고 해서 성공인지, 적게 들었다고 해서 실패인지, 성공과 실패의 기준은 모르겠지만 경험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무수히 고된 경험을 겪고 나니 보로소 보이는 것은 '감사'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에는 감독님이 오케이면 나도 오케이였는데, 이제는 오케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성숙한 연기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어떻게 좋은 배우로 갈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는 시기"라고 털어놓았다. 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연기가 저한테 전부였다. 그런 극단적 생각을 했다. 지금 연기는 저한테 일부다. 아주 중요하고 소중한 일부. 마인드가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촬영할 때 정성을 쏟고 진액을 냈으니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건 무대인사 하면서 관객들과 셀카 찍는 거 아니겠어요? 하하. 관객들에게 추억을 남겨드리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일 같아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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