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방송된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이하 '살림남')에는 배우 박영규가 20년 전 교통사고로 외아들을 잃은 슬픔을 드러냈다.
이날 박영규는 "데뷔 40년 만에 첫 관찰 예능 출연이다. 떨리고 흥분된다"고 '살림남' 합류 소감을 전했다. 이어 "오랜 시간 방송을 해왔지만 오늘처럼 솔직한 내 감정과 표정을 보여준 적은 없다"면서 "슬프게도 하지만 날 기쁘게도 하는 추억이 있다"고 운을 뗐다.



아들은 친구와 오토바이를 타다가 마주 오던 차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박영규는 "처음 소식을 듣고 충격에 쓰러졌다. 울 정신도 없었다. 미국으로 갔는데 비행기에서 발이 안 떨어지더라. 말로 표할 수 없는 가정이었다.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회상했다.
184cm 훤칠한 키를 자랑하던 아들은 어느새 장성해 아빠를 번쩍 안고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마지막이 될 줄 몰랐던 아들과의 시간. 박영규는 "내가 죽으면 아들을 만나러 갈 수 있을 거 아니야. 그래서 죽고 싶다고 생각했다. 10여 년을 죽는 방법만 연구했다"고 털어놨다.



아들이 잠든 수목장으로 향한 박영규는 박달 이름을 닮은 은은한 들꽃과 어릴 때 좋아하던 떡볶이를 준비했다. 그곳에는 방송국에서 우연히 만난 아들의 초등학교 동창이 기다리고 있었다.



박영규에게는 늘 보고 싶은 아들. 1983년생 아들과 같은 나이의 제작진을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는 슬픔은 무뎌졌어도 여전한 그리움에 사무쳤다.



VCR 종료 후, 백지영은 "딱 하루만 아들을 만날 수 있다면 뭘 하고 싶냐"고 물었다. 박영규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며 상상만으로 미소를 지었다. 백지영이 대표로 만 41세가 된 아들과 박영규가 함께 있는 복원 사진을 선물로 건네자, 박영규는 사진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보였다.
김은정 텐아시아 기자 e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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