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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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이 연기자의 길을 걸어오며 했던 고민거리를 털어놓으며, 다양한 캐릭터 연기를 향한 갈망을 표했다.

4일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액터스 하우스: 박보영'이 열렸다. '액터스 하우스'는 동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그들의 작품세계를 더욱 깊이 있게 조명하는 자리다.

개막식 MC를 맡았던 박보영은 "영광스럽게 사회도 하고 올해 부산은 또 다른 의미로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이어 "'늑대소년'으로 왔을 때 야외에서 굉장히 큰 스크린으로 야외 스크리닝을 한 적 있는데, 잊히지 않는다. 그때 불던 바람도 기억나고 그 분들이 보던 표정도 보고 그랬다"고 회상했다.

액터스 하우스 배우로 선정된 데 대해 박보영은 "내가 벌써 할 수 있다니, 이 생각을 했다. 선배님들이 하실 때 보면 나도 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멀었구나' 했는데, 이걸 할 수 있다니 감개무량했다"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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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꿈을 꾸게 된 계기에 대해 박보영은 "중학교 때 영상 동아리를 했다. 중학교 1~2학년, 14살, 15살의 풋풋한 저를 여기 계신 분들은 보셨을 거다. 우연히 그런 일을 경험하며 TV나 영화 같은 영상물을 이렇게 하는구나, 신기한 작업이구나 싶었다. 갑자기 사람들이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행동하고 마지막에 축제날 상영할 때 기분이 묘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부끄러운 마음이 컸고 무언가 하겠다고 발버둥치지만, 내가 봤던 분들이 (프로페셔널한) 배우이지 않나. 촬영 때는 나도 그렇다고 생각하고 했는데 영상이 나오니 '뭐하고 있는 거지?' 싶었다"며 쑥스러워했다. 그러면서 "같이 봤던 학우들이 신기해하고 재밌어했다. 그 우쭐한 마음이 조금 있었던 것 같다. 다음에도 또 느끼고 싶었다. 그 다음해에 같이 하고 싶다고 오디션 봤다"고 말했다.

배우 일을 인지했던 때를 묻자 박보영은 "자연스럽게 인지했다"고 답했다. 이어 "엄마도 TV를 많이 보는데, 김해숙 선생님이 연기하는데 내가 그 나이에 나는 아직 그 감정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데, 나는 아직 엄마가 아닌데 '왜 알 것 같지?' 싶었다. 다음 사람들에게 내가 느기는 감정을 전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우로 자리 잡은 박보영은 "주변에 같이 하는 친구들 중에 빨리 오르고 싶어 하는 친구들에게 '너의 때가 올 것'이라고 얘기한다. 이 직업도 그게 중요한 것 같다. 운과 때라는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네가 어릴 때는 무쌍인 배우들이 별로 없었고 이목구비 화려한 배우가 많았다. 어느 순간부터 생겨서 '나도 할 수 있나?' 싶었다. 신기하게 운때도 잘 맞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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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이 송중기와 함께 주연한 '늑대소년'이 짧게 상영됐다. 박보영이 극 중 엉엉 울며 애절한 감정을 전달하는 명장면. 박보영은 "저는 감정신을 어려워하고 무서워한다. 이 신을 찍기로 한 며칠 전부터 기도했다. 전날 저녁, 그 날 아침에도 '눈물이 잘 나오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아직도 그런다. 그리고 그 신 들어가기 직전에 '눈물이 제발 잘 나오게 해달라'고 기도한다"며 웃었다. 이어 "가끔 카메라 앵글이 오른쪽에 있는데 눈물이 왼쪽에만 날 때가 있다"고 고충을 토로하며 "양쪽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양쪽으로 가끔 나온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예전에는 왼쪽 눈물 버튼, 오른쪽 눈물 버튼, 양쪽 눈물 버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 정도로 감정신을 어려워한다. 간절하게 준비한다. 감정신을 해야할 때는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다"고 전했다.

박보영은 "나는 왜 예쁘게 우는 게 안 되나 싶더라. 왜 엉엉 울어야 하나 싶었다. 예쁘게 울려고 도전해봤는데 잘 안 되더라. 엉엉 울어야 되더라"며 웃었다.

2006년 데뷔한 박보영은 2008년 '과속스캔들'로 크게 주목받았다. 그 시기를 떠올리며 박보영은 "영화의 한 배역으로 영화에 참여한다는 자체가 꿈 같은 일이었다. '잘해내야지'. 다른 걸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내 인생에서 그게 다였다. 그때는 내가 많이 한다는 생각도 안 했다. 뭐라도 한다는 것에 '우와' 했다. 열심히 해야 하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나는 박보영이고, 연기를 너무 하고 싶다'고 어필해야 했다.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했다. 또한 "현장이 어떤 곳인지 공부하는 시기였다. 많은 선배님들에게 보고 배웠다. 매일 매일이 재밌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현장에 대해 "정말 (연기) 학교였다. 어떤 새로운 걸 공부할 거리가 있을까 싶었다. 아무 생각 없이 하면 안 되겠다는 것도 느꼈다. 물을 먹는 것도 생각하고 마셔야 하는 구나, 계산해야 하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박보영은 고난이 많았다고. 그는 "'늑대소년' 때 밥을 먹는 신을 몰아서 찍었는데 대사를 해야 하니 밥을 못 먹겠더라. 입에 뭐가 너무 많으면 대사를 못 하지 않나. 깨작거리기만 하고 밥 두 알만 먹어야지 했다. 맛있게 먹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더라. 평상시에 사람들과 밥 먹으며 대화하는데 왜 안 되나 싶었다. 생활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싶었다. 감정을 쏟아내야 하는 연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그 시기는 그게 더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 당시에는 밥도 못 먹는 내가 싫었다. 다른 사람들 관찰도 많이 했다. 실제로 내가 밥 먹을 때를 생각하게 됐다"며 "그 이후에 버릇이 이렇게 얘기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장면을 찍는다면 기억해뒀다가 이렇게 해야지 생각한다. 아름다운 버릇이 생겼다"면서 웃었다.

박보영은 "한 작품 한 작품이 저한텐 소중하다. 자의가 아닌 타인의 의지로도 마지막이 될 수 있겠다 싶어서, 이게 마지막이 돼도 후회 없이 해야겠다 싶었다. 저한테는 힘든 시간이었다. 그 다음에는 어떠한 고난을 맞닥뜨려도 그때만큼은 아니지 않나 싶었다. 제가 단단해지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빨리 겪어서 다행이다. 내 인생 챕터 뒤에서 그런 고난과 역경을 만났다면 못 일어났을 것 같다. 그때는 털고 일어날 수 있겠다 싶었다"며 긍정적 면모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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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숙을 향한 팬심을 여러 차례 표했던 박보영. 그는 "여러분,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말을 해야 한다. 김해숙 선생님과 아직 연이 안 돼서 작품을 같이 못 했는데, 시상식 때 보시고 밥을 사주겠다고 하시더라. 선생님과 밥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이어 "그때 선생님이 해주셨던 얘기 중 하나가 많은 일을 겪어보는 게 이 직업을 오래할 거면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사람들이 더 알아보기 전에 많이 돌아다니고 경험을 많이 해라고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이후 감정의 폭을 바닥까지 찍는 장면을 할 때 어렵지 않았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또한 "그런 고난의 시간들이 다른 직업이었으면 잘 모르겠지만 내가 선택한 직업에는 다 도움이 되고 나에게는 다 저장해두는 밑거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밝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박보영은 연기 변신에 대한 갈증도 털어놨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힘쎈여자 도봉순' 등을 통해 박보영은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사람들은 나를 밝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내가 터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모습도 있다'고 보여주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보영 씨가 저런 면도 있구나' 생각하는 것에 쾌감이 있었다"며 연기 변신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힘쎈여자 도봉순' 촬영 때는 "내가 진짜 도봉순인 줄 알았다. 골목길로 가도 '무섭지 않지' 싶었다. 매일 매일 내가 도봉순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초등학생들이 저한테 다가와서 '누나 진짜 힘 세냐'고 물어볼 때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흐뭇해해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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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은 이병헌과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촬영했다. 영화계 인맥이 두터운 이병헌. 이에 박보영은 "그렇게 커피차가 많이 온 걸 처음 봤다. 나도 제작자들이 사랑하는 배우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이 작품으로 장르물에 도전하면서 또 다른 연기를 보여준 박보영. 밝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에 고정됐던 캐릭터를 생각하며 "그때는 기회도 안 준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해숙 선생님이 '보영아, 왜 벌써 너의 카드를 보여주려 하니?' 그러시더라. '네가 할 수 있는 걸 다 보여주고 이것도 있다고 보여주면 된다'고 하더라. 왜 너의 패를 왜 빨리 보여주려고 하냐고, 안 그래도 된다고. 그게 크게 와닿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선택 받는 직업이지 않나. 나를 좋아해주는 모습을 열심히 보여드리고 더 이상 선택해주지 않을 때 '저 이런 모습도 있다'고 하면 되는 거다. 그때부터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거, 원하는 걸 하고 그 다음부터는 다른 모습도 보여주면 된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이 이 시기인 것 같다"고 짚었다.

박보영은 "저희 회사 대표님이 '한 해 한 해 갈수록 너의 웃는 모습도 달라질 것'이라고 하더라. 저도 제 얼굴을 보면 쌓이는 것 같더라. 조급함을 갖지 않고 시간을 가지다 보면 단단하게 쌓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부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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