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을 처음 본 게 1999년도니까 꽤 됐죠. 저는 그때 멜로를 바란 거였는데, 그 사이 책을 안 주니까 이렇게 나이를 먹었습니다. 하하. 그러다 이렇게 센 걸 하게 됐네요. 감독님이 아무거나 주진 않았을 거 같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배우 설경구는 영화 '보통의 가족'에 출연한 이유를 이같이 밝히며 허진호 감독을 향한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보통의 가족'은 형 부부, 동생 부부가 자녀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본 뒤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서스펜스를 그린다. 설경구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변호사인 형 재완 역을 맡았다.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는 인물들 각자의 가치관, 상황에 따라 시간이 흐르며 달라지는 감정과 행동. 조금씩 미세하게 감정이 변화하는 주인공들이 클라이맥스에선 감정을 폭발시킨다. 감정의 흐름은 극 중 3번의 저녁 식사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주인공들은 아이들 문제를 놓고 각자가 생각하는 대처법을 상대에게 관철시키기 위해 수많은 설득의 말을 내뱉는다. 그 만큼 배우로서는 해야할 대사가 많았다.
"솔직히 '보통의 가족'은 좀 애매하게 봤는데 감독님 때문에 했어요. 감독님이면 네 배우를 확 섞을 것 같았어요. 애매하게 느꼈던 이유는 많은 대사들이 자칫 소음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에요. 구강액션이라고 서로 치고받는 말들이 귀를 딱딱 때릴 수 있는데, (관객들을)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연출력이라고 생각해요. 미세한 호흡을 잡아줘야 하는데, 허 감독님은 가능하다고 믿었죠." 설경구는 이번 영화로 장동건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장동건은 재완의 동생인 소아과 의사 재규 역을 맡았다. 앞서 제작보고회에서 설경구는 장동건과 형제라는 설정에 대해 "감독님에게 좀 부담스럽다고 했다"고 전해 웃음을 안긴 바 있다. 이에 대해 설경구는 "'지천명 아이돌' 상태에서 캐스팅된 것"이라고 비주얼 자신감을 내비치면서도 "감독님한테 '나랑 동건이랑 형제에요? 에라 모르겠다' 그랬다"고 너스레를 떨어 폭소를 자아냈다.
"모니터로 보는데 얼굴이 좋더라고요. 그 역이랑 딱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았죠. 얼굴에 그늘도 있는 것 같고, 재밌게 잘 맞춰서 한 것 같아요. 평소 막 연락하고 그러진 않아도 낯선 배우보단 편했어요. 형, 동생 하며 지냈던 게 도움이 됐죠." 이번 영화에는 배우 홍예지가 설경구의 극 중 딸 혜윤 역으로 출연했다. 홍예지의 범죄 가해자 연기에 대해 설경구는 "악마처럼 잘하더라"며 무서운 칭찬의 말을 전했다.
"애를 방심해서 키운 것 같더라고요. 하하. 아이들이 말을 툭툭 내뱉는데 비수처럼 꽂혔어요. 그 어떤 폭력보다 무서웠어요. 빌런이 나오는데 내 자식이잖아요. 빌런도 제가 어떻게 하지 못하는 빌런인 거죠. 주먹질은 안 하는데 폭력적이죠. 그 어떤 액션영화보다 센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보통의 가족' 속 주인공들은 변호사, 의사라는 좋은 직업을 가진데다 어느 정도의 재력, 사회적 명망도 있는 인물들. 사건의 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의뢰인을 위해 변호하는 재완, 환자 치료와 봉사 활동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아들의 학폭 피해 문제에는 다소 방관자적인 재규. 하지만 '남 일'이 '자신의 일'이 됐을 때 이들의 태도는 매섭게 달라진다. 자녀들의 범죄 사실을 알고 난 뒤 내적 갈등을 겪는 주인공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가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대목. 재규가 갈등을 거듭했듯, 실제로 아버지인 설경구는 자녀를 둔 부모로서 책임감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제3자일 때는 명쾌하게 답을 줄 수 있을 거 같은데 내 일이 되면 굉장히 고민스러울 것 같아요. 자식을 자수시켜야 한다는 답은 나와있는데도 이게 내 일이 된다면 '우리밖에 모르지 않나' 그런 생각도 했을 거 같아요. 어느 위치에 서 있느냐에 따라 보이는 게 다를 것 같다. '보통의 가족' 속 부모처럼 이런저런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부모의 책임'이라는 건 참 어렵습니다. 어렵다. 한 가지 대답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자식은 내 맘대로 안 된다고 하잖아요.지 않나. 극 중 아이의 대사가 무섭더라고요.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싶어요. 꾸준히 노력하고 기도해야하지 않겠습니까."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배우 설경구는 영화 '보통의 가족'에 출연한 이유를 이같이 밝히며 허진호 감독을 향한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보통의 가족'은 형 부부, 동생 부부가 자녀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본 뒤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서스펜스를 그린다. 설경구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변호사인 형 재완 역을 맡았다.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는 인물들 각자의 가치관, 상황에 따라 시간이 흐르며 달라지는 감정과 행동. 조금씩 미세하게 감정이 변화하는 주인공들이 클라이맥스에선 감정을 폭발시킨다. 감정의 흐름은 극 중 3번의 저녁 식사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주인공들은 아이들 문제를 놓고 각자가 생각하는 대처법을 상대에게 관철시키기 위해 수많은 설득의 말을 내뱉는다. 그 만큼 배우로서는 해야할 대사가 많았다.
"솔직히 '보통의 가족'은 좀 애매하게 봤는데 감독님 때문에 했어요. 감독님이면 네 배우를 확 섞을 것 같았어요. 애매하게 느꼈던 이유는 많은 대사들이 자칫 소음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에요. 구강액션이라고 서로 치고받는 말들이 귀를 딱딱 때릴 수 있는데, (관객들을)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연출력이라고 생각해요. 미세한 호흡을 잡아줘야 하는데, 허 감독님은 가능하다고 믿었죠." 설경구는 이번 영화로 장동건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장동건은 재완의 동생인 소아과 의사 재규 역을 맡았다. 앞서 제작보고회에서 설경구는 장동건과 형제라는 설정에 대해 "감독님에게 좀 부담스럽다고 했다"고 전해 웃음을 안긴 바 있다. 이에 대해 설경구는 "'지천명 아이돌' 상태에서 캐스팅된 것"이라고 비주얼 자신감을 내비치면서도 "감독님한테 '나랑 동건이랑 형제에요? 에라 모르겠다' 그랬다"고 너스레를 떨어 폭소를 자아냈다.
"모니터로 보는데 얼굴이 좋더라고요. 그 역이랑 딱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았죠. 얼굴에 그늘도 있는 것 같고, 재밌게 잘 맞춰서 한 것 같아요. 평소 막 연락하고 그러진 않아도 낯선 배우보단 편했어요. 형, 동생 하며 지냈던 게 도움이 됐죠." 이번 영화에는 배우 홍예지가 설경구의 극 중 딸 혜윤 역으로 출연했다. 홍예지의 범죄 가해자 연기에 대해 설경구는 "악마처럼 잘하더라"며 무서운 칭찬의 말을 전했다.
"애를 방심해서 키운 것 같더라고요. 하하. 아이들이 말을 툭툭 내뱉는데 비수처럼 꽂혔어요. 그 어떤 폭력보다 무서웠어요. 빌런이 나오는데 내 자식이잖아요. 빌런도 제가 어떻게 하지 못하는 빌런인 거죠. 주먹질은 안 하는데 폭력적이죠. 그 어떤 액션영화보다 센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보통의 가족' 속 주인공들은 변호사, 의사라는 좋은 직업을 가진데다 어느 정도의 재력, 사회적 명망도 있는 인물들. 사건의 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의뢰인을 위해 변호하는 재완, 환자 치료와 봉사 활동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아들의 학폭 피해 문제에는 다소 방관자적인 재규. 하지만 '남 일'이 '자신의 일'이 됐을 때 이들의 태도는 매섭게 달라진다. 자녀들의 범죄 사실을 알고 난 뒤 내적 갈등을 겪는 주인공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가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대목. 재규가 갈등을 거듭했듯, 실제로 아버지인 설경구는 자녀를 둔 부모로서 책임감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제3자일 때는 명쾌하게 답을 줄 수 있을 거 같은데 내 일이 되면 굉장히 고민스러울 것 같아요. 자식을 자수시켜야 한다는 답은 나와있는데도 이게 내 일이 된다면 '우리밖에 모르지 않나' 그런 생각도 했을 거 같아요. 어느 위치에 서 있느냐에 따라 보이는 게 다를 것 같다. '보통의 가족' 속 부모처럼 이런저런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부모의 책임'이라는 건 참 어렵습니다. 어렵다. 한 가지 대답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자식은 내 맘대로 안 된다고 하잖아요.지 않나. 극 중 아이의 대사가 무섭더라고요.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싶어요. 꾸준히 노력하고 기도해야하지 않겠습니까."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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