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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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예쁘고 재능있잖아요. 너무 부러워요. 그 모습을 제 영화에 담을 수 있어서 감독으로서 엄청난 기쁨이었어요"

통통 튀는 캐릭터를 극대화한 김고은의 연기에 눈길이 가는 작품 '대도시의 사랑법'. '파묘' 이후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궁금했던 김고은의 또 다른 얼굴을 담아낸 이언희 감독이 이렇게 말했다.

이언희는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관련 인터뷰를 진행,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눈치보는 법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김고은)와 세상과 거리두는 법에 익숙한 흥수(노상현)가 동거동락하며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법을 그렸다. 세계 4대 국제영화제로 꼽히는 제49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호평을 받았다.
사진 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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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문학상인 부커상과 더블린 문학상에 노미네이트 됐으며 프랑스 메디치상 1차 후보에 오른 박상영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계기가 따로 있을까. 이언희 감독은 ""독서가 취미다. 박상영 작가님의 전작을 본 적이 있었다. 되게 재밌게 봤었어서 신작이 나왔길래 봤다. 그 전에는 그냥 책으로서 즐겼다면 '대도시의 사랑법은'의 재희 부분을 읽을 때 '이건 뭔가 내가 재밌게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원작과 달리 재희의 이야기가 더 풍부하게 추가 된 점이 눈길을 끈다. 이에 이 감독은 "소설에서는 재희의 이야기가 감춰진 부분이 있었다. 시나리오 작업을 처음 할 때는 흥수와 재희, 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잘 안 보이더라. 재희가 소문을 해명하기 위해 가슴을 까고 돌아가는 뒷모습이 소설에서는 되게 당차게 나오는데 재희의 내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재희만의 모습들을 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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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행복이 뭔지, 정체성을 찾아가는 재희를 연기한 김고은의 연기력이 단연 돋보였다. 재희의 캐릭터와 김고은의 사랑스러운 매력이 딱 맞기도 했다. 김고은 역시 재희 캐릭터를 마음에 들었는지 무려 약 2년 반 동안 해당 영화가 제작되기를 기다렸다.

이언희 감독도 김고은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김고은 씨가 '파묘' 촬영이 끝나자마자 이 작품을 시작했다. 젊고 예쁘고 재능있고 너무 부럽지 않나. 진짜 좋겠다. 그런 모습을 제 영화에 담을 수 있어서 감독으로서 엄청난 기쁨이었다"라며 "김고은 씨는 정말 센스도 좋고 머리도 좋다"라고 강조했다.

노상현 배우의 캐스팅 비하인드도 전했다. 그는 "시나리오 쓰면서부터 김고은 배우랑 작업을 하고 싶었다. 김고은 배우가 너무나도 아름다운 이 순간에 같이 하고 싶어서 욕심났다. 제안했는데 좋은 대답을 주셨다. 근데 남자 배우가 찾기 힘들었다. 제가 배우를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배우가 이 작품을 선택해줘야 하는 것"이라며 "누가 맡느냐에 따라서 캐릭터가 달라진다. 남자 배우 찾는 데 1년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용기가 사라질 때도 있었다. 흥수 역이 아무래도 도전하기 쉬운 캐릭터가 아니라서 이해는 갔다"라고 이야기했다.

남자 주인공 캐스팅으로 애를 먹을 때 노상현이 출연한 '파친코'가 공개됐고, 이언희 감독 눈에 노상현이 들어왔다. 이언희는 "사실 흥수 역에 생각했던 이미지가 동글동글한 얼굴형을 생각했다. 근데 '파친코'를 보고 노상현 배우를 만나보고 싶었다. 결정하고 만난 건 아닌데 보자마자 '해주실 거죠?'라고 물을 정도로 딱 마음에 들었다"라고 밝혔다.
사진 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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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소위가 있는 동성 스킨십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터. 이 감독은 "강요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노)상현 배우랑 이야기를 많이 했다. 자극적으로 찍고 싶은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비겁하게 찍고 싶지도 않았다. 보여지는 것에 대해 같이 고민했다"라며 "이런저런 고민을 했는데, 노상현 배우와 정희 배우가 서로 이야기하면서 오히려 두 분이 답을 찾아주셨다. 저는 뒤에 숨어서 '어떻게 해봐요' 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언희 감독은 "돈이 중요하지 않아요"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고 했지만, 이번 작품은 예외다. 그는 "저의 미래를 위해서도, 같이 고생한 스태프를 위해서도 기본적으로 손해 보지 않을 정도로 흥행했으면 좋겠다. '돈이 중요하지 않다'라는 말은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대도시의 사랑법'은 순수하게 많은 사람이 봐줬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고 각각 해석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듣고 싶다"라며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분명히 있는 작품이다.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내비쳤다.

김서윤 텐아시아 기자 seogug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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