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번째 사건은 어머니가 연락이 안 된다는 실종 신고로 시작했다. 어머니는 암으로 입원 중인 아버지의 병문안을 매일 갔는데 5일째 병원도 안 오고 전화기도 꺼져 있었다. 실종자가 살던 곳은 재개발을 앞둔 지역으로, 살던 집을 팔아 목돈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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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나이트클럽에 같이 간, 고물상을 운영하는 40대 남성 최 씨가 수표를 주고 잔돈을 받아오라고 시켰다고 했다. 인적 사항을 보니 최 씨는 실종자 집 바깥채에 사는 세입자였다. 다만 최 씨의 고물상과 차량을 압수 수색을 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 최 씨를 귀가시켰는데 그날 저녁 사라졌다. 얼마 후 최 씨는 아내에게 연락했고, 수사팀은 최 씨를 붙잡았다.
실종자 사진이 있는 전단지를 진술 녹화실 벽면 전체에 붙이는 등 최 씨를 압박해 자백을 이끌었다. 하지만 시신 위치를 물으니 못 찾을 것이라고 했다. 방송에서 공개가 불가할 정도로 참혹하게 시신을 훼손한 뒤 강 속에 버린 것이 드러나 스튜디오를 분노에 휩싸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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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사건은 이른 아침 등산로 나무에 사람 시신이 걸려 있다는 충격적인 신고로 시작됐다. 피해자 목의 2/3 가량은 날카로운 흉기로 잘려져 있었다. 피해자는 번화가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던 40대 중반 여성으로, 피해자 차량 뒷좌석에서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담배꽁초가 담뱃재와 같이 발견됐다. 피해자 신용카드에서 총 195만 원이 인출된 것으로 봤을 때 범행의 목적은 돈이었다. 그런데 돈은 2시간 20분 동안 여러 지역을 거쳐 총 8차례에 걸쳐 인출됐다.
CCTV 장면으로 공개 수배도 내리고, 피해자와 현장 주변 거주자, 동종 전과자 등 수백 명의 DNA를 대조했지만 일치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 수사팀은 범인이 무조건 통과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대의 톨게이트 통행권을 수거해 지문 감식도 맡겼다. 하이패스가 없던 시절로, 통행권을 검수원과 주고받는 과정서 지문이 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총 62장의 통행권 중 58장에서 지문이 나왔다. 4장은 ‘쪽지문’으로, 당시 기술로는 신원 조회가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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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경감은 범인이 움직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동선을 따라 같은 인출기에서 똑같은 금액을 인출하기를 반복하면서 통행권에 찍힌 시간을 맞췄고, 동선에 맞는 통행권을 찾았다. 바로 김 씨의 통행권이었다. DNA가 불일치한 것은 김 씨가 공범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무려 15년 만에 범인이 밝혀진 것이다.
김 씨는 자신은 시신만 옮겼고, 중국 국적의 불법체류자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했다. 김 씨가 지목한 중국인은 정식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서 살고 있었고, 결혼도 준비 중이었다. 형사가 잡으러 가니 “이제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말해 분노를 자아냈다. 조사 결과 강도를 제안한 것도, 노래방 주인을 대상으로 삼은 것도, 흉기를 쥐여준 것도 모두 김 씨의 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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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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