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기도 하면서 불안하고 겁도 났어요. 일차적으로는 (1편 성공 후의) 그 중압감이 있었어요. 그 전에 쉬운 스토리들이 몇 개 있었는데 못하겠더라고요."
류승완 감독이 '베테랑' 1편 이후 2편이 나오기까지 9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베테랑2'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 분)이 속한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 분)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 범죄 수사극. 1편은 1341만 관객을 동원하며 큰 흥행을 거뒀다. 1편은 정의로운 형사가 절대 악인을 쫓는 직선적이 직관적 구조였다. 2편은 사적제재를 가하는 '해치'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류 감독은 2편의 방향성을 두고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관해 고민이 많았다.
"'베테랑1'은 저를 분노하게 했던 몇 가지 사건이 모티브가 되어 거기서 달려가게 했다. 영화 안에서 복수의 쾌감을 이뤄보고 싶었어요. 그 이후에도 어떤 사건들을 보며 비난하고 분노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제가 비난했던 대상이 비난 받을 대상이 아니고, 가해자, 피해자가 뒤바뀌는 경우를 봤어요. 거기에 대해 제가 책임감을 갖는 강도가 내가 비난했던 강도보다 약하더라고요. 내가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은 정의인가. 그런 생각들이 9년이라는 시간 안에 계속 쌓였죠.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내 안에 갈등, 혼란을 무시하는 게 힘들었어요. 황 선배는 처음 이 방향성을 듣고 '왜 이렇게 힘든 길을 가려고 하냐'더군요." '베테랑2'가 반가운 이유 중 하나는 1편에 나왔던 배우들이 거의 다 등장한다는 점이다. '베테랑' 시리즈의 정체성과 같은 서도철 형사 역의 황정민을 주축으로 장윤주, 오대환, 김시후, 정만식, 신승환, 진경 등이 함께해 1편의 세계관을 2편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제가 좋아하는 경찰 영화 '리썰 웨폰' 시리즈를 보면, 크레딧에 1편부터 함께했던 크루들의 사진들이 쭉 나와요. 저는 그게 감동적이더라고요. 영화 공동체 안에서 시리즈를 만들면서 인생들을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그 어떤 위대한 영화의 엔딩보다 감동적이었죠. 내가 시리즈를 만든면 함께했던 배우들, 스태프들의 변화를 최소화하고 싶었어요. 배우들 중에는 활발히 연기 활동을 하는 배우들도 있었지만, 김시후 배우는 그만두려 떠나있기도 했어요. 그런데 다들 흔쾌히 한다고 했어요. 마치 '어머, 이건 해야지' 같았어요. 서운하다 싶을 정도로 기뻐하는 기색도 없고 '당연히 이건 하는 거 아니야?', '곗날인데 곗돈 받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같은 반응이었죠. 하하."
'황정민이 안 한다고 했다면?'이라는 질문에 류 감독은 "종결이다"라고 단호히 답했다. 류 감독은 "외전은 할 수 있겠지만. 이제는 저는 빠질 수 있어도 황정민은 빠질 수 없다. 황정민이 곧 서도철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팀원들을 키워놓는 건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2편 새롭게 합류한 정해인은 이야기에 변주를 주는 역할을 한다. 역대급 빌런으로 꼽히는 1편의 조태오 캐릭터와는 또 다른 묘미가 있는 캐릭터다. 정해인은 순수함과 섬뜩함을 오가는 얼굴로 영화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정해인은 불쾌감이 느껴지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류 감독은 "그 해맑은 얼굴이 불쾌하지 않나"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류 감독은 정해인에 대해 "목소리도 차분하고 딕션도 정확하다. 다산의 자손이 보여주는 정직한 광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게 좋았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전작의 조태오가 큰 사랑을 얻었고 각인돼 있는데, 스스로 비교하며 연기하지 않았다. 저도 원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영화 '시동' 촬영장에서 처음 만났어요. 세상 큰 어른을 만난 듯 앉아있다가 벌떡 일어나서 인사하더라고요. 박정민 배우와 얘기하고 있는데 옆에서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미소를 지으며 서있었어요. '인간이 어떻게 저렇게 재수없을 수 있지? 짝다리도 안 짚고. 이 재수없는 젊은이는 뭐지?' 그랬어요. 하하. '베테랑2'를 제안하려고 각본을 전달하기 전에 만나서 얘기 나눈 적 있어요. 술 한 잔 하면서 인간이 흐트러질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봤는데, 안 흐트러지더라고요. 화를 어떻게 다스리냐니까 운동한다고 하더군요. 저는 좀 무섭더라고요. 이 친구 안에 용광로 같은 뜨거움이 있지 않을까. 고요한 원자로가 무섭잖아요. 큰 원자로가 그 안에 있는 거죠." '베테랑2' 쿠키 영상을 통해 3편 가능성도 내비친 류 감독. 차기 속편도 염두에 둔 걸까.
"(구상해둔) 명확한 이야기는 있어요. 해치가 왜 그렇게 됐는지도 있고요.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1편에 아주 중요하게 등장했던 인물이 해치와 관련 있다는 정도예요. 저한테 서도철의 이야기도 있고 스크립트도 있어요. 그런데 잘 돼야 볼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 (3편은) 9년까진 안 되는 게, 그러면 서도철이 환갑이에요. 정해인, 황정민 선배와도 얘기했는데, 그 형태는 여러분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류승완 감독이 '베테랑' 1편 이후 2편이 나오기까지 9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베테랑2'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 분)이 속한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 분)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 범죄 수사극. 1편은 1341만 관객을 동원하며 큰 흥행을 거뒀다. 1편은 정의로운 형사가 절대 악인을 쫓는 직선적이 직관적 구조였다. 2편은 사적제재를 가하는 '해치'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류 감독은 2편의 방향성을 두고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관해 고민이 많았다.
"'베테랑1'은 저를 분노하게 했던 몇 가지 사건이 모티브가 되어 거기서 달려가게 했다. 영화 안에서 복수의 쾌감을 이뤄보고 싶었어요. 그 이후에도 어떤 사건들을 보며 비난하고 분노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제가 비난했던 대상이 비난 받을 대상이 아니고, 가해자, 피해자가 뒤바뀌는 경우를 봤어요. 거기에 대해 제가 책임감을 갖는 강도가 내가 비난했던 강도보다 약하더라고요. 내가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은 정의인가. 그런 생각들이 9년이라는 시간 안에 계속 쌓였죠.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내 안에 갈등, 혼란을 무시하는 게 힘들었어요. 황 선배는 처음 이 방향성을 듣고 '왜 이렇게 힘든 길을 가려고 하냐'더군요." '베테랑2'가 반가운 이유 중 하나는 1편에 나왔던 배우들이 거의 다 등장한다는 점이다. '베테랑' 시리즈의 정체성과 같은 서도철 형사 역의 황정민을 주축으로 장윤주, 오대환, 김시후, 정만식, 신승환, 진경 등이 함께해 1편의 세계관을 2편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제가 좋아하는 경찰 영화 '리썰 웨폰' 시리즈를 보면, 크레딧에 1편부터 함께했던 크루들의 사진들이 쭉 나와요. 저는 그게 감동적이더라고요. 영화 공동체 안에서 시리즈를 만들면서 인생들을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그 어떤 위대한 영화의 엔딩보다 감동적이었죠. 내가 시리즈를 만든면 함께했던 배우들, 스태프들의 변화를 최소화하고 싶었어요. 배우들 중에는 활발히 연기 활동을 하는 배우들도 있었지만, 김시후 배우는 그만두려 떠나있기도 했어요. 그런데 다들 흔쾌히 한다고 했어요. 마치 '어머, 이건 해야지' 같았어요. 서운하다 싶을 정도로 기뻐하는 기색도 없고 '당연히 이건 하는 거 아니야?', '곗날인데 곗돈 받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같은 반응이었죠. 하하."
'황정민이 안 한다고 했다면?'이라는 질문에 류 감독은 "종결이다"라고 단호히 답했다. 류 감독은 "외전은 할 수 있겠지만. 이제는 저는 빠질 수 있어도 황정민은 빠질 수 없다. 황정민이 곧 서도철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팀원들을 키워놓는 건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2편 새롭게 합류한 정해인은 이야기에 변주를 주는 역할을 한다. 역대급 빌런으로 꼽히는 1편의 조태오 캐릭터와는 또 다른 묘미가 있는 캐릭터다. 정해인은 순수함과 섬뜩함을 오가는 얼굴로 영화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정해인은 불쾌감이 느껴지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류 감독은 "그 해맑은 얼굴이 불쾌하지 않나"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류 감독은 정해인에 대해 "목소리도 차분하고 딕션도 정확하다. 다산의 자손이 보여주는 정직한 광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게 좋았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전작의 조태오가 큰 사랑을 얻었고 각인돼 있는데, 스스로 비교하며 연기하지 않았다. 저도 원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영화 '시동' 촬영장에서 처음 만났어요. 세상 큰 어른을 만난 듯 앉아있다가 벌떡 일어나서 인사하더라고요. 박정민 배우와 얘기하고 있는데 옆에서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미소를 지으며 서있었어요. '인간이 어떻게 저렇게 재수없을 수 있지? 짝다리도 안 짚고. 이 재수없는 젊은이는 뭐지?' 그랬어요. 하하. '베테랑2'를 제안하려고 각본을 전달하기 전에 만나서 얘기 나눈 적 있어요. 술 한 잔 하면서 인간이 흐트러질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봤는데, 안 흐트러지더라고요. 화를 어떻게 다스리냐니까 운동한다고 하더군요. 저는 좀 무섭더라고요. 이 친구 안에 용광로 같은 뜨거움이 있지 않을까. 고요한 원자로가 무섭잖아요. 큰 원자로가 그 안에 있는 거죠." '베테랑2' 쿠키 영상을 통해 3편 가능성도 내비친 류 감독. 차기 속편도 염두에 둔 걸까.
"(구상해둔) 명확한 이야기는 있어요. 해치가 왜 그렇게 됐는지도 있고요.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1편에 아주 중요하게 등장했던 인물이 해치와 관련 있다는 정도예요. 저한테 서도철의 이야기도 있고 스크립트도 있어요. 그런데 잘 돼야 볼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 (3편은) 9년까진 안 되는 게, 그러면 서도철이 환갑이에요. 정해인, 황정민 선배와도 얘기했는데, 그 형태는 여러분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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