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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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배우들이 연극 무대에 줄줄이 복귀하고 있다. 호화캐스팅으로 연극 시장이 커지는 효과도 분명 누리고 있지만, 연극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드라마, 영화, OTT에서 활약했던 배우들이 연극 무대에 서기 시작했다. 전도연, 황정민, 유승호, 박성웅 등 요즘 연극 캐스팅을 보면 웬만한 작품보다 라인업이 화려하다. 꾸준히 무대를 선보였던 원로 배우들뿐만 아니라 N 년 만에 복귀한 스타 배우,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연극 극장가를 찾고 있다.
사진=샘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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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를 앞세운 연극은 기분 좋은 결과를 얻었다. 황정민, 김소진, 송일국 등이 출연한 '맥베스'는 지난달 13일 막이 오르기 전부터 연이은 매진을 기록했다. 인기에 힘입어 공연 추가 오픈을 하기도 했다.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로 스코틀랜드의 장군 맥베스가 마녀의 예언을 듣고 국왕을 살해한 뒤 서서히 타락해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맥베스 역을 맡은 황정민은 약 2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와 '티켓 파워'를 보여줬다.

전도연의 27년 만에 연극 복귀작, '벚꽃동산' 역시 큰 사랑을 받았다. LG아트센터 시그니처홀에서 열린 '벚꽃동산' 역시 연일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흥행했다. '벚꽃동산'은 러시아 대문호 안톤 체홉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며 19세기 몰락한 여성 지주의 이야기를 현대 서울에서 일어나는 일로 풀어 발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를 조명한 작품이다.
사진=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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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점은 '맥베스'가 공연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이나 '벚꽃동산'이 올라간 LG아트센터 시그니처홀 모두 1000석이 넘는 대극장이다. 약 5주 동안이라는 기간 대극장을 채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스타캐스팅 덕분에 전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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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는 데뷔 이래 처음으로 연극에 도전했다.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유승호 뿐만 아니라, 고준희, 손호준 등 방송 미디어에서 많이 봤던 배우들이 출연한다. 해당 작품은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인종, 정치, 종교, 성향 등 다양한 방면의 사회적 소수자가 겪는 차별과 혼란을 담았다. 유승호가 게이 남성이자 에이즈 환자인 프라이어 윌터 역을 맡아 화제가 됐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도 LG아트센터 시그니처홀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20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임에도 팬들은 유승호의 연기를 보기 위해서 대극장으로 달려갔다.

최근 스타 배우들을 연극 무대에 등장하는 이유로 드라마 등 제작 업계 불황을 꼽는다. 이장우, 한예슬, 이동건, 김지석 등 배우들이 "요즘 연기를 하고 싶어도 작품이 없다"라고 토로하기도. 특히 배우로 전향한 레인보우 출신 고우리는 "진지하게 궁금하다. 요새 배우들 다 뭐 먹고 사나"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길어지는 공백기를 채우기 위해 연극은 스타들에게도 좋은 돌파구다.

다만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의견도 내놨다. 극단 학전, 정미소, 나무와 물 등 소극장은 줄줄이 폐관하는 가운데 스타 캐스팅을 앞세운 대극장으로 관객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또한 높아지는 티켓값, 원래 연극 무대가 주 무대였던 배우들의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연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시장이 커지면서 겪는 부작용이라는 평이다. 소극장이 겪는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김서윤 텐아시아 기자 seogug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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