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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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반응 중에 하윤경에서 이정은으로 변하는 역변은 이해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여러 풍파를 겪지 않았을까요?(웃음)"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와 만난 배우 이정은이 넷플릭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에 하윤경과 2인 1역 연기를 한 소감에 대해 너스레를 떨며 이렇게 말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이하 '아없숲')는 한여름 찾아온 수상한 손님으로 인해,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극중 이정은은 집요하게 사건을 파고들며 해결하는 강력반 에이스 출신의 파출소장 보민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이정은은 공개 후 호불호 반응에 대해 "예상하던대로 호불호가 나눠지는 것 같다. 대본을 볼 때도 그렇고, 이 작품을 선택했을때도 그렇고 모완일 감독님이니까 만들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속도도 느리고 스토리텔링적으로 봤을 때 드라마로 보는 게 힘들 수도 있겠다 싶었다"며 "제주도에 '우리들의 블루스' 촬영을 하러 갔을 때 주민을 통해 제주도에서도 하나의 가족이 붕괴되는 사건이 있었다는 걸 들었다. 그러나 이런 피해자들은 뉴스에도 나오지도 않으니까. 호기심을 줄 수 있지만 지루함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극중 윤계상 가족 이야기를 시청자들이 볼 때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다"고 말했다.
이정은./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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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없숲' 대본이 끌렸던 이유에 대해 이정은은 "평행의 두 가족 이야기가 어떤 시점에서 만나는 게 재밌었다"며 "생략 된 남편과의 장면도 있다. 가정 생활에 무심한데 아이는 키워야 하고, 혼자 키우기는 버거워하던 게 생략됐다. 감독님에게 물어보니 직업적으로 가지고 있는 보민의 바운더리가 약해질까봐 함축적으로 표현했다고 하더라. 기자와 형사가 결혼했다는 것도 신기했다"고 밝혔다.

보민과 염동찬(이윤재 분) 기자 사이에 로맨스가 없었는데 갑작스러운 결혼이었다는 말에 이정은은 "호기심과 궁금함의 방향성이 맞았던 것 같다. 보통의 기자들이 할 수 있는, 이슈가 될 것 같아 특종을 잡으려는 사람과 그 이후의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의 차이이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한 전사에 대해 말했다.

시청자 반응을 빼놓지 않고 다 읽었다는 이정은. 그는 "이 여자가 하는 거 없이 끝났다고, 경찰이 뭐하는 거냐고 하더라"고 웃으며 "보민이라는 역할이 경찰이긴 하지만 시청자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다. 김윤석 선배가 말하길 물증이 없으면 경찰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마블이고 영웅이라고, 어떤 면에서는 현실적인거다. 가택도 영장 없이는 들어갈 수 없으니까"라고 설명했다.
이정은./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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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없숲'에 남다른 애정도 드러냈다. 이정은은 "분량에 상관없이 이런 이야기가 나왔으면 했다. 속도는 느리지만 없어서는 안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흥미로운 부분만 끌어다가 쓰면 재밌겠지만"이라며 "세상을 떠난 남문철 배우가 내게 한 말이, 병원을 묘사할 때 나오는 형광등이 클리셰가 아니라고 하더라. 아파보니 그게 꼭 필요한 장면이라고, 그래서 그 클리셰를 쓰는 거라고 했다. '아없숲'도 그런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헀다.

이어 "피해자들은 피해망상에 시달리지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더라. '아없숲'을 보며 돌을 맞았을 때 내 탓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고민시와 연기 호흡을 맞춘 소감에 대해 이정은은 "다 질렸다. 고민시를 둘러싸고 있었던 현장의 분위기가 거의 '악마를 보았다'였다. 눈을 보고 있는데 나도 약간 마음이 무섭더라"며 "김윤석 선배가 딸을 찾으러 병원갈 때 고민시가 소리 지르는 장면에서의 눈이 기억에 남는다. 어떤 면에서는 그녀에게 있는 살인의 감각, 본능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감탄했다.

이정은 역시 과거 '기생충',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광인 캐릭터를 연기한 바 있다. 그는 "'타인은 지옥이다' 할 때 감독님이 즐겁게 살인하라고 했다. 어떻게 쟤를 죽일까 생각하는 게 중요하더라"며" 민시도 '아없숲' 현장이 행복했다는 말을 많이 했다. 기행을 벌일때마다 스태프나 감독님도 즐겨하며 찍더라. 민시 역시 즐기고 좋아하구 있다는 게 느껴졌다. 굉장히 즐거운 경험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감독님들이 저를 '기생충' 이후로 연기를 피우고 사라지는 역할로 선택하는 것 같아요. 제가 눈이 작고 해서 나왔을 때 모호함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제 나름대로는 그렇게 쓰여질 때 쾌감이 있어요. '기생충' 이후로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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