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후와 전상두의 첫 만남에서 시작된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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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대통령 암살 사건 재판 전 상견례에서부터 시작된 갈등은 극 후반부 골프장 신에서 최고조에 달한다. 박태주(이선균)를 살리기 위해 정인후는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고 재판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전상두를 찾아가 무릎까지 꿇는다. 정인후가 찾아간 장소는 바로 골프장. 전상두는 여유롭게 골프를 치고 있는 상황에서 정인후가 나타나자 "3번 아이언이 잘 안돼"라고 읊조린다. 이는 전상두가 정인후를 골프공으로 생각, 그를 멀리 보내고 싶지만 마음처럼 잘 되지 않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대사다. 또한 전상두가 골프공을 가지고 노는 모습은 세상을 자신의 손에 쥐고 논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정인후가 전상두에 굴복하지 않는 모습을 통해 그처럼 갖고 놀기 어려운 존재도 있다는 사실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표현한 것이다.

처음부터 예고 됐듯이 10.26 대통령 암살 사건의 재판은 피고인들과 변호인단에게 불리한 상황으로 흘러간다. 이에 더해 변호인단은 협박을 당하고, 하나, 둘 이탈하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이런 상황에 박태주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건 직후 차량에 동승해 이동했던 육군 참모총장 정진후를 재판장 증인으로 세우는 것뿐이었지만 정인후의 끈질긴 설득에도 참모총장은 마음을 돌리지 않아 막막하기만 하다. 이때 등장한 사람이 바로 권투하는 소녀다. 정인후의 귀에 권투 코치의 "정신 안 차려!"라는 호통이 들리고 각성한 그는 힘을 내 권투하는 소녀와 함께 뛰기 시작하는데, 이는 시대의 불공정함을 극복하고자 하는 정인후의 의지가 담긴 장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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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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