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손석희의 질문들' 캡처
사진=MBC '손석희의 질문들' 캡처
《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평합니다.



"지금 극장 (티켓)값도 많이 올랐잖아요. 좀 내리세요. 갑자기 확 올리시면 나라도 안 가요."

최민식은 최근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코로나를 겪으며 부쩍 가격이 오른 영화 티켓값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상영 요일이나 상영관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일반관의 경우 주말 기준 약 1만 5000원이다. 둘이서 영화 1편을 보려면 3만 원은 써야한다는 이야기다.

멀티플렉스(대형 영화관) 주요 3사(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는 2020~2022년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일제히 티켓값을 올렸다. 주요 OTT의 구독료를 살펴보면 넷플릭스와 티빙은 스탠다드형 월 1만 3500원, 프리미엄형 1만 7000원, 디즈니+는 스탠다드형 월 9900원, 프리미엄형 1만 3900원이다. 영화 1번 볼 가격으로 한달 내내 무수히 많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셈이다.

멀티플렉스 3사 모두 올해 2분기 호실적을 냈다. CJ CGV는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4299억 원, 영업이익은 22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6%, 36.4% 상승했다. 롯데쇼핑 연결 자회사 롯데컬처웍스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0% 줄어든 1142억 원이었지만, 영업이익 62억 원으로 188.0% 급증했다. 콘텐트리중앙의 메가박스는 2분기 매출액 712억 원, 영업이익 1억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관객의 발길이 끊겨 한산했던 극장. / 사진=텐아시아DB
코로나 팬데믹 당시 관객의 발길이 끊겨 한산했던 극장. / 사진=텐아시아DB
하지만 아직까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했다는 게 3사 모두의 설명이다. CGV의 경우 극장이 아닌 지난 6월 초 편입된 CJ올리브네트웍스의 한달간 매출 661억 원, 영업익 91억 원이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 베트남에서 매출 553억 원, 영업이익 87억 원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을 뛰어넘는 실적을 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매출 301억 원, 영업이익은 70억 원을 기록하며 2019년 동기 대비 영업익을 초과 달성했다.

롯데시네마 역시 해외 운영 수익으로 국내 부진을 메꿨다. 판매관리비를 절감하고 베트남에서 호실적을 낸 덕을 봤다. 메가박스의 경우 영업이익이 나긴 했지만 겨우 '1억 원'이라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재무재표상 '이익'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남은 게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2분기 영업이익은 156억원이었다. 이처럼 멀티플렉스 3사는 국내 극장 영업으로는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관객들은 여전히 티켓값이 비싸다고 느끼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관객들이 1만 5000원이라는 값에 준하는 가치를 극장에서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수많은 콘텐츠에 비슷한 가격으로 무장한 OTT와 맞붙으려면 극장 안에서만 가져갈 수 있는 특별한 체험적 요소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영화 관람 이상의 경험을 할 수 없다는 것.

극장 내방 관객 감소는 영화계 투자 저하, 제작비 감소를 가져온다. 업계 침체의 악순환을 불러일으킨다. 멀티플렉스 3사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무작정 티켓값 인하를 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영화계 관계자는 "극장이 회복했다는 시선이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인건비, 설비비, 관리비 등 물가가 오른데다 단순히 티켓 가격 인하가 극장 방문 고객을 상승시킬 거라는 확신도 없는 상황"이라며 "관객들이 만족할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극장을 비롯해 영화계 전체가 고민해야 한다"고 자성했다.

관객들의 이러한 불만을 고려해 정부가 티켓값 인하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6월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3%에 해당하는 부담금(주말 상영 기준 약 500원)을 없애기 위한 영화·비디오물 진흥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법안 발의, 상정 등 거쳐야할 절차가 있어 시행 시기는 확실하지 않다. 500원 인하가 가격 인하를 체감하기엔 미미하다는 비판도 있다. 부담금 폐지가 극장 관객 유입에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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