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사진=텐아시아 사진 DB
김호중/ 사진=텐아시아 사진 DB
뺑소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김호중의 두 번째 공판이 열린 가운데 그의 팬들이 추태를 보였다.

19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위험운전치상)등 혐의로 기소된 김호중과 범인도피교사·증거인멸 등의 혐의를 받는 소속사 대표, 본부장, 매니저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팬미팅을 연상케 하던 1차 공판 때와 같이 이날도 어김없이 법원에 김호중의 팬들이 몰렸다. 공판 시작을 1시간 이상 앞둔 시점이었지만, 이미 법정 앞 복도에는 팬들의 소지품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소지품을 두고 입장 순번을 맡은 것이다. 9시 10분경에는 팬들로 법정 앞 복도가 가득 찼다. 줄도 어느새 2배 이상 길어졌다.

방청 희망자들은 법정에 입장하기 위해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 있었지만, 법정 문을 여는 순간 여러 명의 팬이 마구잡이로 끼어들면서 질서를 무너뜨렸다. 약 5명 정도의 남성 팬들이 친한 여성 팬들이 서 있던 구간에 자연스레 합류하려고 했다. 이들 외에도 마치 처음부터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처럼 법정 문 앞에 가서 서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한 줄이었던 대기 줄은 새치기하는 팬들 탓에 형태를 알 수 없게 됐다. 법원 관계자가 벽 쪽으로 붙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을 정도로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법정에는 19명만 입장 가능했다. 원래대로라면 들어갈 수 있었던 순번의 팬들이 새치기한 팬들 탓에 뒤 순서로 밀려 입장하지 못하게 됐고,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들은 "커뮤니티에서 남자 아리스(팬덤명)들 늦는다고 자리 좀 맡아달라더라", "이러면 줄을 서는 의미가 있냐"며 항의했다. 그러나 새치기한 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법정에 입장했다.

지난달 10일 열린 1차 공판에서도 팬들은 어긋난 팬심으로 민폐를 끼쳤다. 공판이 끝나기도 전에 팬들이 우르르 퇴장하는 사태가 발생했던 것. 이에 법원 관계자가 입장 전 "재판의 흐름이 깨지기 때문에 들어간 이후에는 나갈 수 없다. 보기 힘들어서 중간에 나갈 것 같으면 들어가지 말라"고 안내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한편, 김호중은 지난 5월 9일 밤 11시 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맞은편 택시와 접촉 사고를 낸 후 도주했다. 사고 이후 김호중 대신 매니저가 김호중의 옷을 갈아입고 경찰에서 출석해 자신이 운전했다며 대리 자수했다. 본부장 전모 씨는 김호중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파손시켰다.

김호중은 음주 운전 사실을 부인하다가 예정된 공연을 마치고 사고 후 열흘이 지나서야 이를 인정했다. 김호중은 사고를 내고 잠적한 뒤 17시간이 지난 후 경찰에 출석했다. 이에 따라 사고 당시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할 수 없었다. 검찰은 음주 수치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음주 운전 혐의는 배제했다.

이날 열린 2차 공판에서 김호중은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피해자와 합의는 이뤄졌으며, 추후 이체 내역서를 추가로 제출할 예정이다. 김호중의 결심 공판은 오는 9월 30일 열린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o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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