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 7월 3일 개봉
이종필 감독 "단순히 귀순병사 사연 이야기 아냐"
이제훈 "구교환과 왜 이제야 만났나 싶어"
구교환 "이제훈, 나에게 자극 주는 배우"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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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이 러브콜에 화답한 구교환과 함께한 영화 '탈주'가 세상에 나온다. 두 사람은 서로의 연기를 칭찬하며 만족스러워했다. 꿈을 향해 탈주하는 인물과 추격하는 인물, 두 인물 사이의 쉽게 좁혀지지 않는 거리가 적절한 긴장감을 조성하며 쾌감을 드높인다.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탈주'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종필 감독과 배우 이제훈, 구교환이 참석했다.

'탈주'는 비무장지대, 철책 반대편의 삶을 향해 생사의 선을 넘어 질주하는 북한군 병사 규남과 그를 막아야 하는 북한 보위부 장교 현상 사이에 벌어지는 숨가쁜 추격을 그렸다.
'탈주' 포스터 /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더램프
'탈주' 포스터 /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더램프
이 감독은 "관객들이 꿈을 꿨는데 내가 북한 사람이었던 것 같은, 북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길 원했다. 시작은 꿈이었는데, (극 중 규남이) 남쪽으로 향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관객들이 처음에는 악몽이었으나 나중에는 짜릿한 꿈이라고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서 연출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귀순병사의 사연으로 그리고 싶진 않았다. 개봉 전 블라인드 시사회의 관객 멘트가 좋았다. 최근 고민했던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았다더라. '북한 사람들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내 이야기, 우리 이야기더라'는 연출 의도가 있었다. 그럼에도 "북한에 대해 조사를 철저히 했다. 흔히 아는 말투가 아니라 현재 북한의 20대 말투는 무엇일까 조사했다"라고 강조했다.

긴박함이 돋보이는 연출에 대해 "에둘러 가지 않고 직진하는 게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구교환은 "동선이 이렇게 분명히 들어오는 영화는 오랜만이다. 마리오 게임처럼 한눈에 들어온다. 저는 규남의 등에 업혀 가는 느낌이 들었다"고 부연했다.
'탈주' 이제훈. / 사진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더램프
'탈주' 이제훈. / 사진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더램프
이제훈은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규남 역을 맡았다. 구교환은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을 연기했다.

이제훈은 규남 캐릭터에 대해 "누군가 정해진 운명에 따라 살아가야 한다는 걸 규남은 받아들이지 못한다. 누군가 인도해주지도 않는다. 실패할지라도 내가 원하는 것, 이루고자 하는 것을 향해 탈주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나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영화를 보면서 생각하게 되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목숨 걸고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구교환도 "인간이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는 초능력이 나타난다"며 공감했다.

구교환은 "현상이 가진 감정이 보편적이라고 생각했다. '나라면'이라고 생각하면 규남을 추격하는 중에도 잠깐 잠깐 다른 시선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셈을 갖고 계산하려고 하지 않았따. 규남을 해준 이제훈 배우와 감독님이 그때그때 디렉팅을 꽂아줬다"고 말했다. 극 중 현상의 감정에 대해서는 "규남을 추격하면서 부러워하고 질투하기도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탈주' 스틸. /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더램프
'탈주' 스틸. /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더램프
이제훈은 앞서 구교환에게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추고 싶다고 시상식 등에서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이제훈은 "상대 배우 현상 역할로 누가 하면 좋을지에 대해 많은 상상을 했다. 제 사심이 가득 담긴 게 시상식에서 표현된 거다. 당황스러웠을 수 있지만 저는 함께 작품 하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현장에서 제가 하트를 날린 걸 형이 하트로 예쁘게 화답해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감독님과 제작사 분들에게 '탈주'를 같이 할 수 있게끔 해보자고 했다. 시나리오를 보내고 금방 답이 왔다. 너무 꿈 같았다. 촬영할 때도 '왜 이제야 만났지' 싶었다. 진작 만났으면 더 행복했을 것 같다. 촬영 내내 즐거웠다"고 함께한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현상이라는 역할은 구교환이 아니면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새롭고 매력적인 캐릭터나 있었나 생각이 든다. 구교환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기뻤다"며 "함께 연기하며 고생한 순간도 있었을 텐데 이렇게 할 수 있어서 고맙다"고 했다.

구교환은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통한다는 게 기적 같은 일이다. 제훈 씨가 청룡영화상에서 저한테 하트를 날려줬다"고 화답했다. 또한 "저는 영화를 공부하기 시작하며 이제훈이라는 배우를 염두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찐 표정이지 않았나. 저도 놀랐다. '이럴 수 있구나' 싶었다. 심지어 시나리오까지 전달받았으니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규남과 현상의 전사가 있지 않나. 영화에 의도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스핀오프, 프리퀄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을 정도로 즐거운 작업이었다"며 흡족해했다.

이제훈, 구교환은 배우로서 서로에 대해서도 영화 속 서로의 모습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훈은 "갖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긴장해서 횡설수설하는 구교환을 보고는 "너무 사랑스럽다"며 웃었다. 구교환은 "이제훈은 저에게 자극을 주는 멋진 배우"라고 했다.
'탈주' 스틸. /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더램프
'탈주' 스틸. /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더램프
영화에는 자이언티의 '양화대교'가 삽입됐다.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좀 아프지 말고'라는 가사는 규남의 마음을 대변한다. 이 감독은 "'양화대교'는 노스탤지어, 우리가 잊은 것에 대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규남이 뭔가를 잊고 있다가 새롭게 탈주를 계획하고 실행하면서 마음 속 주제가 같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배우 송강은 규남이 과거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로 특별출연한다. 극 중 규남은 뛰어난 피아노 실력을 갖고 있지만, 현재는 군인으로 살고 있는 설정이다. 이 감독은 "규남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선우민이다. 규남의 욕망 같은 걸 드러내줄 수 있는 팅커벨이다. 관습적으로 여성이어야하지 않나 생각했다가, 짧은데 임팩트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나무엑터스 대표님이 도와주셨다. (구교환과) 같은 소속사다. 송강 배우와 작업하는데, 멋있더라. 찍으면서 감탄했다.
'탈주' 스틸. /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더램프
'탈주' 스틸. /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더램프
최근 북한은 오물풍선으로 대남 도발을 해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 영화를 개봉하게 된 이 감독은 "오물 풍선 관련해서는 어쩌다 그렇게 된 거니 이게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모르겠다. 영화는 이데올로기보다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탈주'의 매력에 대해 이제훈은 "추격 액션에 대한 짜릿함, 긴장감. 극장에서 볼 때 큰 쾌감을 느낄 것"이라며 "더운 여름에 극장에서 맛있는 걸 보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화를 봤다는 반응을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영화가 관객들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바랐다. 구교환은 "그런 날이 있지 않나. 불 꺼진 곳에서 조용히 한곳을 응시하고 싶은 날. 혼자 봤다면 혼자서 음미하고 친구와 함께 봤다면 함께 '규남이 총 너무 잘 쏘지 않나' 등 영화 얘기를 하는 경험을 올 여름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이제훈은 "영화를 보며 배우의 꿈을 키웠고, 스크린에서 내 얼굴이 나오는 걸 보고 싶다고 꿈꿔왔다. 이번 작품도 모든 걸 다했다.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남이 하면 더 잘할텐데 싶기도 했다. 부족하지만 내 모든 걸 걸고 하고 싶었고 그렇게 했다. 진심이 관객들에게 전달되면 좋겠다. 돈을 내고 영화를 보는 것이지 않나. 한 분 한 분께 부끄럽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구교환은 영화를 만들 때는 우리 것이지만 상영이 시작되면 관객의 것이다. 감상 그대로 재밌게 즐겨달라"고 전했다.

'탈주'는 오는 7월 3일 개봉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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