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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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엑소로 유명해서 그런지 '세자가 사라졌다'를 하면서 연기 '도전', 사극 '도전'이 어떠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 어떤 것도 '도전'이라고 생각한 적 없습니다. 가수로 데뷔했다 하더라도 연예인이기에 드라마·영화에 출연하는 건 자연스러운 거라고 여깁니다. 누군가는 제가 배우라는 말에 웃을 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저를 진지하게 배우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룹 엑소의 리더이자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수호가 지난 14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SM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텐아시아와 만나 MBN '세자가 사라졌다'를 비롯해 연예계 활동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려줬다.

수호는 "20대 초반 연극원에 다니며 이것저것 배우는 중에 운이 좋게 엑소로 데뷔했다"고 연기와의 깊은 인연을 밝혔다. 그는 "연기하는 건 어릴 적부터 꿈이었다. 엑소로서 연차가 쌓이고 개인 활동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평소 즐기던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2012년 그룹 엑소로 데뷔한 수호는 2009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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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이돌로 데뷔한 내가 연기를 하는 이유에 관해 추측성 이야기를 자주 들어왔다. 아이돌 수명이 짧다는 이유로 배우를 하는 게 아니다. 데뷔 전 연기를 전공했다. 연기하는 걸 너무 좋아했다. SM엔터테인먼트 입사했을 때부터 가수와 연기를 같이 하겠단 생각이었다"고 계획했다. 이어 "고등학교 3학년 때 다리를 다쳐서 춤을 추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가수보다 배우 준비에 힘을 실을 수 있었다. 연기를 더 제대로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기도 해서 연극원 진학을 결정했다"며 그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봤다.

수호는 과거를 회상하며 "실용음악과도 좋았지만, SM이라는 좋은 시스템 안에서 배울 기회가 있었기에 연기는 대학에 가서 배우고 싶었다. 운 좋게 원하던 학교에 합격했다. 덕분에 뛰어난 동문과 교류하며 연기적 지식과 경험을 쌓아갔다"고 밝혔다. 그는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도 즐겁지만, 프로듀싱하는 것도 너무 좋다"며 가수 일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이어 자신이 생각해온 연기의 매력을 묻는 말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연기를 통해 살아갈 수 있다는 게 굉장히 흥미롭다. 내 실제 감정이 아니더라도, 캐릭터의 감정을 이해하고 해소한다는 게 특별한 경험이라 생각한다"면서 가수와 배우 두 분야 모두를 차등 없이 아끼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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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가 주연을 맡은 '세자가 사라졌다'는 탄탄대로의 삶을 살던 세자 이건(수호)이 세자빈이 될 여인 최명윤(홍예지)에게 보쌈당하며 펼쳐지는 도주기를 그린 조선판 로맨틱 코미디다. 첫 회 시청률 1.5%(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지만, 상승세를 타면서 16회부터는 4%대로 진입했다. 지난 16일 방송된 최종회는 닐슨코리아 기준 순간 최고 시청률 5.6%, 전국 시청률 5.1%를 기록했다. 4회 연속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작품 종영 소감을 묻자 수호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5월까지 약 6개월을 촬영했다.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20부작을 6개월 만에 찍은 건 빠른 편이라고 들었다. 촬영 중 방영이 돼서 압박감이 있었지만, 드라마 반응이 좋았기에 열심히 힘낼 수 있었다.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배우들과 연출진 다 같이 으쌰으쌰 힘을 모아 재밌게 촬영했다"며 유튜브로 메이킹과 비하인드 영상 보는 것을 추천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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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맡은 세자 이건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했을까. 수호는 "이건이 희생적인 면이 많은 인물이다. 대본을 읽으면서 '이렇게까지 안고 간다고?' 싶기도 했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했다면서 인물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수호는 "'세자가 사라졌다'의 김진만 감독님께서 '수호야 넌 좋겠다. 네가 언제 왕이 돼보겠어?'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문득 '그러게. 여기서 '세자 이건' 역을 맡은 덕분에 이런 참신한 경험을 할 수 있네'라고 깨달음이 들었다. 연기는 정말 매력적이고, 그런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진심 어린 투로 말했다. 그는 작가의 세심함을 자랑하기도 했다. 수호는 "내 실제 모습과 세자는 다른 점이 있었다. 세자는 나보다 감정의 폭이 넓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작가님께서 내가 실제로 한 말을 대사로 적어주셨다. 멤버들과 과거에 찍었던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을 보시고 내가 한 말을 사극 말투로 바꿔서 재밌게 표현해주셨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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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이 0.1%라도 상승하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제목을 읽으면 '조선시대 궁에서 당당하게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하면서 '오늘은 무슨 일이 생길까?'는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시청자분들도 저와 비슷한 마음으로 작품을 즐겨주신 것 같습니다. 요즘엔 '고구마'라는 단어로 답답함을 표현하시기도 하는데, 다행스럽게 속앓이하게 되는 인물 사이 오해는 없는 것 같아요. 정면 대결하면서 흥미로운 사건이 계속 생기는 게 시청률 상승 요소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그는 "감독님께서 캐릭터에 딱 맞는 배우들을 잘 캐스팅해주신 것 또한 시청자분들께 통한 것 같다. 작가님께서 배우들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캐릭터를 디벨롭 시켜주신 것도 있지만, 오픈 오디션으로 배우들을 편견 없이 보셨기에 적재적소에 배우들을 잘 배치하신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수호는 '세자가 사라졌다'를 통해 40~60대분들도 많이 알아봐 주시는 걸 체감한다면서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사극이 중장년층 마니아가 있는 장르라서는 점이 새롭고 좋았다. 이 작품을 하기로 결심한 이유 중 하나였다. 인지도를 확장 시킨 덕분에 차기작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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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는 뮤지컬 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진 '모차르트!'로 무대에 올랐다. 그는 "감사하게도 뮤지컬 제작사에서 내게 많은 관심을 주셨다. 작품 선택은 뮤지컬, 드라마, 영화 모두를 동일선상에서 보고 판단한다. 장르보다 대본이 중요하다. 대본만 보고 작품을 결정해왔다"며 기준을 밝혔다.

"지금까지 어떤 걸 하든 제게 주어진 게 있다면 나노 단위로 몰입해서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전달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를 계속 봐온 팬분들은 아실 거예요. '세자가 사라졌다'를 하면서도 친구들 잘 안 만나고 식사할 때나 잠들기 직전까지 항상 대본을 읊조리면서 생활했어요. 그만큼 열심히 했기에 후회나 아쉬움 없습니다. 그저 후련하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는 걸 느낍니다."

반년간의 '세자가 사라졌다' 여정을 마친 수호는 "그렇다고 해서 만족하는 건 아니다. 아쉬움과 부족함을 찾아내서 다음 스텝으로 갈 때 보완할 것이다"라고 열정적인 면모를 나타냈다.

인터뷰에서 만난 수호는 아티스트로서 연예 활동에 진중함을 갖췄고 스스로에겐 엄격하지만, 타인에겐 배려심 많은 가수 겸 배우였다. 그가 데뷔 14년 차에 구설수 없이 그룹의 리더, 작품의 주연으로서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비결을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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