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키다리 스튜디오, 소니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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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지 못해서 아쉽고, 왜 사랑받지 못했는지 알려고 했어요. 그다음에는 그런 결과를 받지 않도록 노력할 뿐이죠. '하이재킹'은 좋은 결과를 받았으면 좋겠네요"

일명 '고난 전문 배우' 하정우가 다시 극한의 상황에서 활약을 펼친다. 지난해 흥행 부진을 털고 초심으로 돌아가 '하이재킹'에 열정을 쏟았다.

13일 하정우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하이재킹' 관련 인터뷰를 진행,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흰색 반소매 티셔츠에 데님을 입고 검은색 뿔테 안경을 착용한 하정우는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유머를 뽐내며 현장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더불어 큰아버지가 된 소감을 전하면서 "난 그동안 뭐 했나 싶다, 50세 전에 결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혀 웃음을 자아내기도.
사진=키다리 스튜디오, 소니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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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재킹'은 1971년 대한민국 상공, 여객기가 공중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극한의 상황을 담은 영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극 중 하정우는 공군 출신의 여객기 부기장 태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납치범 용대(여진구 분)와 대립하며 승객들을 살리려고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이날 하정우는 "'하이재킹'은 몰입감, 속도감이 굉장히 좋다"며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극장에 최적화된 콘텐츠인 것 같다. 특히 특수관에서 보면 재미가 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이재킹'은 1971년 1월 23일 벌어진 '대한항공 F27기 납북 미수 사건'을 영화화했다. 하정우는 "실제 사건도 70분 동안 일어난다. 영화에서도 폭탄이 터지고 나서 65분간 이야기가 이어진다. 65~70여 분의 시간 동안 일어난 일을 3개월에 걸쳐 찍었다. 후반에는 피 분장도 해야 해서 제작진과 감독님은 어떻게든 순서대로 찍으려 했지만, 재촬영하게 된 부분이 많다. 그런 연결 디테일한 것들을 신경 써서 맞춰야 한다는 게 어려웠다"며 "항상 하이텐션으로 유지를 해야 한 다는 것도 민망했다. 아침부터 핏대 세워서 감정 연기를 해야 했다. 다른 작품에 비해 난도가 있었다"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하정우가 맡은 역할도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했다. 그는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게 조심스럽다. 다만 '하이재킹'은 세 인물을 두 인물로 재구성했다. 실존 인물보다는 영화적 인물 같다. 재해석한 부분이 더 많다. 그래서 실존 인물을 연기할 때 생기는 제약이 조금 덜 했다. 태인이 공군 전역하고 여객기 부기장이 되는 과정도 재해석 된 거다.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인물은 재구성한 게 많다"고 설명했다.
사진=키다리 스튜디오, 소니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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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출연하는 여진구, 김동욱의 캐스팅 비화도 전했다. 하정우가 직접 이들을 섭외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것. 하정우는 "'두발로 티켓팅' 촬영 전에 사전 미팅했는데 그 시점이 딱 용대 역을 누가 할 것인가 고민했던 때다. 20대 초중반의 비행기를 납치할 수 있는 에너지와 또라이 같은 기질이 있어야 했다. 그 시기에 여진구를 딱 보는 순간 '얘가 있었구나, 얘구나'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영화를 보면 사실 '납치범 한 명인데 왜 제압을 못 할까'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여진구의 눈이면 이런 부분이 납득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후보 물망에 올랐던 2명을 제치고 바로 여진구를 섭외했다"고 덧붙였다. 김동욱에 대해서는 "그 역할이 분량은 적지만 감독님이 임팩트 있는 배우를 원했다. 그러면서 동욱이 이야기가 나왔고, 제가 친분이 있어서 연락했다"고 밝혔다.
사진=키다리 스튜디오, 소니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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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는 지난해 선보인 '비공식작전', '1947 보스톤' 등 작품들이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고 씁쓸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번 작품의 흥행 부담감은 없냐는 질문에 "'하이재킹'은 잘되길 바랄 뿐"이라며 "이전 작품들이 사랑받지 못해서 아쉽고 왜 사랑받지 못했는지 알아야 하고 다음에는 그런 결과를 받지 않도록 노력할 뿐이다. '하이재킹'은 좋은 결과를 받길 바란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지 않나. 그런 것들은 과학적 분석이 어렵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간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면 이번에는 쉬어가는 시기가 될 수도 있는 거다. '하이재킹'을 할 때 초심으로 돌아가서 연기했다. 코로나 이후 선택한 첫 영화다. 60여명의 배우들이 새벽부터 나와서 리허설했다. 화면에 잘 나오지 않은 위치에 계신 분들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저부터 솔선수범하면서 기본기를 잘 지키면서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촬영에 임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인터뷰 말미 최근 큰아버지가 된 소감도 밝혔다. 지난달 하정우의 동생인 김영훈과 배우 황보라 부부가 아들을 품에 안았다. 이에 하정우는 "조카를 봤는데 안지를 못하겠더라. 그렇게 작은 아기는 처음 본다. 동생과 황보라가 아이를 낳으니 현실적으로 '나도 아이를 낳아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상이 강했다. 며칠 뒤 아기가 꿈에 나왔다"라며 "50세 전에는 결혼해야겠다. 부러웠다. '난 지금까지 뭐 했나' 싶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김서윤 텐아시아 기자 seogug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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