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 수지. / 사진=텐아시아DB
박보검, 수지. / 사진=텐아시아DB
《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평합니다.



테이블은 화려하게 차려졌지만 파티는 밍밍하게 끝나버렸다. 영화 '원더랜드'가 호화 라인업에 못 미치는 지지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좋은 소재를 살리지 못했고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이다.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AI)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5일 개봉해 일주일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2'가 개봉하자마자 그 자리를 내줬다. 박스오피스 1위 자리에 있을 때도 위태위태했다. 일 관객 수가 적었던 것. 일 관객 수가 가장 많았던 날은 개봉 다음날이자 휴일이었던 6일(13만 6228만 명)이었다. 관객을 끌어모아야 했던 첫 주말에는 이틀을 합쳐 16만 4816명을 달성한 것이 다였다.
'원더랜드' 포스터. /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원더랜드' 포스터. /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원더랜드'는 영화 준비 단계부터 화려한 출연 라인업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수지, 박보검에 정유미, 최우식, 그리고 중화권 유명 배우 탕웨이가 주연을 맡았다. 공유는 특별출연으로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이 좋은 배우들로 영화를 이렇게밖에 못 만들었다'는 비판을 듣게 됐다. 다소 산만한 전개로 인해 메시지가 뚜렷하게 전달되지 않아 몰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영화의 주요 캐릭터는 5명. 수지와 박보검은 커플 관계이고, 정유미와 최우식은 원더랜드 서비스 개발 및 운영자들이다. 탕웨이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딸에게 알리지 않기 위해 원더랜드 서비스를 의뢰한 엄마 바이리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인물들의 배경 서사가 자세히 드러나지 않아 극 중 연인, 가족 간의 절절한 감정이 관객을 완전히 설득하긴 어려웠다. 또한 주요 인물이 많은데 비해 이들의 이야기가 촘촘히 하나로 귀결되지 못하고 성글게 엮였다는 점도 지적받는 대목이다.
탕웨이 / 사진=텐아시아DB
탕웨이 / 사진=텐아시아DB
대외적으로는 수지, 박보검을 가장 내세웠지만, 실제 영화를 보면 탕웨이를 원톱 주연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탕웨이의 분량이 많았던 만큼 중국어 대사도 많았다. 탕웨이의 모성애 연기는 애틋했지만 미묘한 분위기, 세세한 뉘앙스까지 한국 관객들이 깊이 파악하긴 어려웠던 이유다.

2020년 크랭크인해 촬영을 마쳤던 '원더랜드'는 코로나 팬데믹 등의 여파로 뒤늦게 개봉하게 됐다. 그 4년 사이 기술은 더 발전했고 인공지능은 우리 생활에 더 익숙해졌다. 그럼에도 '원더랜드'는 부족한 개연성, 밋밋한 전개로 이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번 주말 관객은 '인사이드 아웃2'에 더욱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예매율도 66% 이상으로 압도적 1위다. 기다림은 길었던 '원더랜드'는 '놀랄 만한' 성적은 내지 못하고 조용히 밀려나고 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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