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 사진 제공 = 빅히트 뮤직
방탄소년단 / 사진 제공 = 빅히트 뮤직
아이돌 그룹의 굿즈 가격이 점점 오르는 추세다.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IP 가치를 가격에 반영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또, 아이돌 MD(머천다이저)는 팬심을 바탕으로 하는 시장인 만큼 가격 경쟁력을 따지진 않는다. 다만 이런 시장적 특성을 토대로 일부 엔터사들이 디자인 품질 대비 높은 가격의 굿즈를 속속 내놓고 있어 팬들의 원성이 터져 나온다.

하이브는 방탄소년단이 데뷔 기념일을 맞아 여는 '2024 페스타'의 MD를 공개했다. 모자, 후드 집업 2종, 반소매 티, 스마트폰 케이스로 총 5가지 굿즈가 준비됐다. 후드집업은 10만 9천원, 반소매 티는 5만 4천원, 모자는 3만4천원, 스마트폰 케이스는 2만 2800원이다. 각 상품에는 방탄소년단을 상징하는 로고, 2024 페스타 로고 등이 들어가 있다.
방탄소년단 2024 페스타 MD / 사진 = 위버스 샵 갈무리
방탄소년단 2024 페스타 MD / 사진 = 위버스 샵 갈무리
기자가 임의로 커스텀한 티셔츠 / 사진 = 위버스 샵 갈무리
기자가 임의로 커스텀한 티셔츠 / 사진 = 위버스 샵 갈무리
방탄소년단의 IP 가치를 고려했을 때 타 그룹 대비 높은 가격대에 굿즈를 판매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다만 이번 굿즈는 다소 단순한 디자인으로 제작됐다. 이에 디자인의 수준에 걸맞는 가격대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속사는 소비자가 직접 굿즈를 커스텀할 수 있도록 해 의미를 더했다. 그러나 주문 제작이라는 점으로 가격에 정당성을 부여하진 못했다. 커스텀 후드 집업은 온라인상에서 보통 2만원 대에 살 수 있어서다.

커스텀을 통해 추가할 수 있는 멤버들의 로고 이미지 퀄리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멤버들을 위해 디자인된 글씨체가 아닌 문서 프로그램에 기본으로 제공되는 글씨체로 보인다는 지적마저 제기됐다.

굿즈 가격이 높은 엔터사는 하이브뿐만이 아니다. SM 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연 샤이니 콘서트를 기념해 MD를 내놨다. 소속사는 MD로 출시한 반소매 티셔츠의 가격을 6만 9천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대중적 의류 소재인 폴리에스터로 만들어졌다. 에스파 '아마겟돈' 팝업 스토어서도 반소매 티를 4만원, 바지를 7만원에 판매했다. 또 다른 MD인 머리 집게는 2만 8천원이었다.
에스파 MD / 사진 = SM 스토어 갈무리
에스파 MD / 사진 = SM 스토어 갈무리
스트레이 키즈 MD / 사진 = JYP 샵 갈무리
스트레이 키즈 MD / 사진 = JYP 샵 갈무리
JYP는 지난해 10월 서울 구로구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최된 스트레이 키즈 서울 스페셜 공연 '5-STAR Dome Tour 2023'(파이브스타 돔 투어 2023)의 굿즈로 여러 상품을 선보였다. 그 가운데 후드집업은 7만 9천원에 판매했다. 또, 이날 기준 공식 샵에서 조거 팬츠를 8만 2천원에, 반소매 티셔츠를 4만 5천원 판매 중이다. 디자인적으로는 앨범용 폰트, 행사 및 팀 로고 이미지를 넣은 게 전부다.

전문가들은 IP 가치를 반영해 가격을 책정하되, 팬들을 원동력으로 운영되는 사업인 만큼 적정선을 지켜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똑같은 옷이라고 해도 특정 브랜드 제품은 더 비싼 것처럼 IP 가치에 따라 어느 정도 가격을 더 붙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50%~60% 정도 가중한 가격으로 파는 것까진 통상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반적으로 팬들이 굿즈를 하나만 사진 않는다. 팬이기 때문에 여러 개를 사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합리적인 선 이상으로 가격을 책정한다면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모르는 것"이라며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1020을 주요 소비자로 두고 있는 엔터업계에서는 특히 지양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o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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