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영웅' 포스터 / 사진제공=에이콤
뮤지컬 '영웅' 포스터 / 사진제공=에이콤
뮤지컬 '영웅' 15주년 공연이 막을 올렸다. '영웅'의 한아름 작가는 "이 작품이 선한 영향력을 끼치길 바란다"며 "나라를 위해 몸을 마친, 역사 속에 이름 없이 사라져간 수많은 분들께 공연을 바친다"고 말했다.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뮤지컬 '영웅'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윤홍선 프로듀서, 한아름 작가와 배우 정성화, 양준모, 박정자, 왕시명, 노지마 나오토가 참석했다.

'영웅'은 안중근 의사의 서거 직전 마지막 1년을 그린 작품으로, 안중근 의사 의거 115주년을 맞이하는 이번 15주년 공연이다.

윤홍선 프로듀서는 15년간 '영웅'을 사랑해준 관객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윤홍선 프로듀서는 "우리의 역사를 우리의 이야기로 만들었기 때문에 관객들이 많이 좋아해주고 공감해주는 것 같다. 배우들, 창작진, 오케스트라까지 다들 독립 운동하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와줬다. 뮤지컬 '영웅'이 세계 어디 내놓아도 뒤처지지 않을 완성도를 갖고 있다. 관객들이 앞으로도 사랑해줬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아름 작가는 "안중근 선생님을 소재로 한 작품이 잘 된 게 없어서 그게 걱정이었다. 대중들에게 잘 다가가면서 의미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아름 작가는 "'영웅'을 쓰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우리가 알고 있는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특수한 상황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릴까'였다"고 털어놨다. 설희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든 이유에 대해서 "안중근 선생님이 의거를 한 첫 번째 이유는 명성황후 시해에 대한 분노였다고 하더라. 그래서 명성황후의 마지막 궁녀인 설희가 특사로 안중근 의사를 뵙고 각자의 독립운동을 하게 되는 걸 표현했다. 음악적으로 균형도 맞아야 해서 설희 캐릭터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설희 캐릭터로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다루고 싶었다"고 전했다. 한아름 작가는 "이름 없이 사라져간 독립운동가들 이야기를 하는 게 저한테는 흥미로운 일이면서 어려운 일이었다. 어깨에 무게감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뮤지컬 '영웅' 포스터. / 사진제공=에이콤
뮤지컬 '영웅' 포스터. / 사진제공=에이콤
안중근, 이토 히로부미 캐릭터의 균형감에 대해서 윤홍선 프로듀서는 "안타고니스트가 있으면 프로타고니스트가 있어야 한다"며 "자칫 잘못하면 일본 미화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신경썼다"고 말했다.

초연 당시 '영웅'은 이토 히로부미를 미화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후에는 수정, 보완했다. 이에 대해 한아름 작가는 "이토 히로부미 캐릭터는 거의 바뀐 게 없다. 거꾸로 안중근 선생님 역할, 설희 역할 등 캐릭터들이 더 공고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토 히로부미를 무대에서 만난다는 건 한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힘들 거다. 그런 지점에서 딱 한 가지, 작품 시작할 때 가지고 있었던 건,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에서 최고 권력자다. 드라마에서 표현되는 '순사처럼은 하지 말자'였다"고 전했다.

지난 시즌에 이어 정성화, 양준모, 민우혁이 안중근 의사 역을 맡았다. 2009년 초연부터 안중근 역으로 출연해 온 정성화는 이번 시즌 참여를 통해 총 10번의 시즌 중 8번의 시즌을 함께하게 됐다.

정성화는 "만듦새가 좋지 않은 공연은 15년간 할 수 없었을 거다. 그만큼 만듦새가 좋았다. 거기 승선해서 배우로서 함께할 수 있었던 건 영광"이라며 남다른 감회를 드러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15년 전 첫 공연이다. '누가 죄인인가' 넘버를 끝내고 나서 관객들의 함성을 잊을 수 없다. 머리가 멍해질 정도였다 난생 처음 들어본 큰 함성 소리였다"고 답했다. 이어 "미국 링컨센터에서 공연했던 날도 기억난다. 체력적으로 지쳤는데, 백발이 성성한 미국 분들 앞에서 공연하고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는 게 크고 신선한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정성화는 "15년간 했다고 해서 매번 똑같이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이번에도 새롭게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했다"며 남다른 각오를 드러냈다. 또한 "15년간 매번 봤던 관객일지라도 이번 공연을 또 새롭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진제공=에이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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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가 서거한 나이와 같은 나이에 이 뮤지컬을 시작하게 됐다는 양준모. 그는 "영웅으로 묘사되긴 했지만 그 영웅이 되기 위해 수많은 고통과 아픔을 겪었을 것이다. 어머니 앞에서는 그저 아들이다. 그런 인간적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민우혁은 "뮤지컬 배우를 꿈꿀 때 정성화 선배, 양준모 선배님의 연기를 극장에서 봤다. 제가 할 수 있을 거란 상상도 못했다. 이 역할을 맡은 배우의 마음은 어떨까 했다. 이 작품을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이 무게감을 감당할 수 있겠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선배들이 그동안 만들어온 것에 누가 되지 않도록 표현하겠다고 생각했다"며 "제가 느껴온 것을 더 풍성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배우 노지마 나오토는 교도관 치바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노지마 나오토는 영화 '영웅'에서도 같은 역할로 등장했다. 노지마 나오토는 "영화도 뮤지컬도 치바 역할을 똑같은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치바 선생님, 안중근 선생님의 이야기는 영화 촬영 전 저도 몰랐다. 아쉬워서 촬영 끝나고 뮤지컬을 하고 싶어서 역사 이야기를 일본에서 많이 공부했다. 치바 선생님, 안중근 선생님의 이야기가 없었다. 책 하나만 있더라. 그 책을 많이 보고 역사 공부도 많이 했다. '영웅' 이야기는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다. 연기한다기보다 진심으로 했다"고 전했다.

박정자는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역으로 합류했다. 박정자는 "15년간 '영웅'을 기다려왔다"며 남다른 각오를 드러냈다. 또한 "어머니라는 세 음절은 우리가 가늠하기 어렵다. 언제쯤 철들어야 어머니를 알 수 있을까 싶다. 우리는 모든 어머니의 자궁 속에 들어있는 아이들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정자는 "아직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어딨는지 모르고 우리나라에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내가 배우하길 잘했다고 생각한 게 하얼빈 일대를 투어했다. 안중근 의사가 재판을 받았다는 재판장에서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조마리아 여사는 그 자리에 갈 수 없었다. 배우인 저는 100년 후 거기에 갈 수 있었다"며 울컥했다.
뮤지컬 '영웅' 현장 / 사진제공=에이콤
뮤지컬 '영웅' 현장 / 사진제공=에이콤
15주년을 맞아 특별히 준비한 점이 있냐는 물음에 한아름 작가는 "대규모 프로덕션이 꾸려졌다. 15주년이라는 중압감이 있지만, 초연처럼, 중간에 지나온 수많은 시즌처럼, 더 무겁거나 힘들어하지 않고, 막중함에 시달리지 않고 모두가 해왔던 것처럼 한마음 한뜻으로 무대에 올랐던 것처럼, 관객들에게 15년간 최선을 다했듯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성화는 "150주년도 하고 싶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올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화교라는 왕시명은 "15주년에 한중일이 함께 모여 동양평화를 바라며 공연하고 있다. 관객들이 오셔서 눈물, 콧물,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를 쏟는 배우들을 보며 함께 다이아몬드를 쏟아달라"고 바랐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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