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남매 듀오 악뮤가 새로운 음악적 도전을 했다. 듣기 편한 이지리스닝을 내놓으면서 그동안 지켜왔던 자신만의 색깔을 조금은 달리 그려냈다. '천재' 이찬혁의 음악적 고민이 짙게 묻어나는 앨범이다. 다만 기존의 팬들로서는 악뮤만의 '한방'이 부족하다는 아쉬움도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악뮤의 앨범 '러브 에피소드'는 쉽게 말해 '악뮤 표 이지리스닝'이다. 이지리스닝의 공식인 '몽환적인 패드 사운드'에서 탈피해 기타, 피아노 등 어쿠스틱 사운드에서 악뮤만의 이지리스닝을 찾았다.

'러브 에피소드'는 타이틀곡을 비롯해 수록곡 전반에 걸쳐 어쿠스틱 악기를 활용해 보사노바 혹은 잔잔한 팝 감성을 유지하고 있다.

타이틀곡 'Hero'(히어로)가 이번 앨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는 보사노바 장르에 흔히 쓰이지 않는 멜로디를 써 '흔한 느낌'에서 벗어나고자 꾀했다. 이찬혁은 잔잔한 곡에 단조로운 느낌을 주지 않고자 곡의 파트마다 멜로디에 다양한 변주를 줬다.

이찬혁은 이번 곡을 통해 곡의 후렴보다 곡의 시작 부분의 멜로디에서 보컬 이수현의 청아한 목소리를 더 살리도록 구성했다. 후렴으로 치닫기 전 진성과 가성을 오가며 말하듯 털어놓는 보컬이 대중의 귀를 사로잡는다. 또한, 후렴 직전 이찬혁의 애절한 목소리가 중심인 멜로디 역시 매력적이다.

다만, 오히려 후렴 전 훌륭한 구성 때문에 상대적으로 곡 하이라이트의 매력이 줄어들었다. 곡의 중심이 되는 후렴 파트에 대중의 귀가 집중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그 전 멜로디가 지나치게 매력적이어서는 안 된다. 집중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후렴에서 이찬혁은 이수현의 보컬 매력을 살리기보단 독특한 멜로디 흐름을 살리길 택했고, 그 전 멜로디를 뛰어넘는 매력을 지닌 새로운 멜로디를 써내리지는 못했다. 이렇게 되면 후렴구가 힘을 잃으면서 곡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밋밋하다는 인상을 남기게 된다.

또한, 'Hero' 곡 후반 복잡한 장르 변화 역시 큰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다. 해당 곡은 곡의 후반, 장르가 보사노바에서 팝으로 전환됐다가 다시 보사노바로 돌아온다. 전환 사이 간격은 단 8마디. 빠른 곡의 전환으로 단조로움은 깨졌지만, 곡에 대한 몰입 역시 깨지기 쉬워졌다. 곡의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했다면 장르를 변화하는 간격을 지금보다는 길게 가져가는 편이 좋았을 수도 있다.
'더 시즌즈-악뮤의 오날오밤' 악뮤. / 사진제공=KBS
'더 시즌즈-악뮤의 오날오밤' 악뮤. / 사진제공=KBS
수록곡인 '케익의 평화', '답답해', '롱디' 모두 비슷한 우를 범했다. 독창적인 싱잉랩, 동화적인 사운드 요소 첨가 등 다양한 노력과 시도가 눈길을 끌지만, 곡의 중심인 후렴의 '한 방'을 챙기지 못했다. 지금까지 악뮤가 보여온 천재적인 멜로디와 곡의 매력도에 비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이번 앨범에 대한 대중의 반응도 호불호가 갈리는 상황이다. "아름다운 동화 한 편과도 같다"며 호평하는 대중이 있는 한편, "이번 앨범 솔직히 밋밋하다"고 꼬집는 대중도 존재한다.

물론, 이러한 아쉬움에도 대중은 악뮤의 독보적 색채에 음악을 찾아 듣고 있다. 'Hero'는 4일 오후 5시 기준 멜론 TOP100 차트 48위에 랭크돼 있다. 그렇지만 지난해 8월 발매된 싱글 'Love Lee'(러브 리)의 앨범과 동명인 타이틀곡 'Love Lee'가 발매 다음 날 동일 시간 동일 차트에서 20위까지 오른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임에는 틀림없다.

'Love Lee'는 발표 16일 만에 멜론 차트 1위에 등극, 지난해 멜론 차트 최장 1위 석권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발매 후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동일 차트 68위에 안착해있는 만큼, 이번 타이틀곡 'Hero'도 오랜 인기를 누릴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