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엄마'부터 '가부장제 대항하는 영웅'까지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대표하는 이미지 중 어디까지 진실이고 프레임인지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이 속속들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가 지난 5일(현지 시각) 'K팝 가부장제와 싸우는 스타 프로듀서, 한국 여성의 흥미를 사로잡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놓았다. 이 매체는 "많은 한국 여성이 하이브와 민 대표 간 갈등을 '가부장적인 직장과 싸우는 젊은 여성'의 구도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하며 민 대표가 하이브 경영진을 향해 비속어를 섞어 쏟아낸 발언들을 그대로 소개하기도 했다.
민 대표는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에서 스스로 직장인 여성 프레임을 씌워 국내 대중으로부터 공감과 호평을 자아낸 바 있다. 특히 민 대표가 말했던 "아니 이 아저씨들이, 미안하지만 개저씨(개+아저씨)들이"는 이제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그는 그룹 뉴진스를 처음 꾸리게 된 계기와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 핍박 등을 거침없이 읊었다. 중간 중간 비속어도 서슴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 과정에서 민 대표는 자신이 '월급 사장'이라며 "내가 실적이 떨어지기를 해. 너네처럼 기사를 두고 차를 끄냐, 술을 마시냐, 골프를 치냐"고 언급하며 직장인의 애환을 건드렸다.
나아가 "여자가 사회생활 하는 게 이렇게 더럽다"며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말해 여성의 사회적 공감대를 자극했다.
대중은 "그냥 취업 사기 당한 직장인의 울분을 봤다", "주먹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 "얼마나 억울하면 그러데이션 분노가 일어나냐", "하이브 최고 아티스트는 국힙민희진이다"라며 반응했다. 하지만 엄연히 민 대표는 국내 직장인을 대표해 애환을 토로할 위치에 있지 않다. 기존 민 대표는 1000억원가량의 풋옵션(지정된 가격에 지분을 되팔 권리)을 행사할 수 있었으며, 뉴진스를 만들고 지난해 인센티브로만 20억원을 받는 고위 임원이다. 일반 직장인과는 여러모로 거리가 멀다.
민 대표는 직접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했지만, 업무에 있어 자신의 지분이 크다는 사실을 지속해서 언급하며 급여 차이를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사람들이 인센티브 50억원을 받았다 하는데 20억원 받았고, 박지원 대표가 10억원을 받았다"며 "20억원이 적은 게 아니라 네가 10억이면 난 더 받아야 해. 회사가 견제만 하고 키워줄 생각을 안 한다"고 저격했다. 인센티브에 대한 몰이해 혹은 고의적 프레임으로 보이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단순 직장인의 애환으로 그의 기자회견을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법조계에서도 비슷한 의견리 나온다. 유튜브 채널 '옆집 변호사'의 정성영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영상을 통해 "한 해 인센티브 20억은 대기업 계열사 대표도 받기 어려운 돈이다. 민 대표는 평범한 직장인과는 거리가 멀다"며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중음악 제작자답게, 어떻게 해야 내가 대중의 마음과 감성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서 파고든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평범한 복장을 하고 나와서 자신을 평범한 직장인, 이른바 사회에 수많은 '을'들과 동질감을 형성하기 위해 그렇게 입고 나왔을 가능성이 보인다"고 민 대표에 대해 분석했다.
또한, 막상 업계에 함께 몸담았던 일부 관계자들은 민 대표의 말에 공감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민 대표가 성과는 훌륭하지만, 작업하는 과정에서 음악을 만드는 프로듀서를 존중하지 않는 등 총괄 기획자로서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려운 협업 태도를 보인 바 있다는 지적이다. 민 대표의 '뉴진스 엄마' 프레임도 성공적이다. 민 대표는 뉴진스의 컴백 앨범 자켓을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고 등장해 기자회견 동안 뉴진스 멤버와 그의 부모님을 지속해 언급하며 애틋한 모습을 보였다.
하이브가 "그룹 르세라핌이 나오기 전까지 뉴진스 홍보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민희진 걸그룹인 것처럼 착각하게 해야 한다"며 "업무 방해로 손해배상 청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나아가 민 대표는 "출산한 기분이라 한 게 너스레가 아니다. 산고가 느껴졌고 직접 애를 낳진 않았지만, 애를 밴 기분이었다. 애들은 내가 이런 줄 모른다. 생색내는 것도 역겹지 않냐 어른인데"라며 오열해 뉴진스에 대한 진심을 보였다.
민 대표는 "해인이가 직접 (이 사건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더라. 나랑 어머니랑 같이 막 울면서 하지 말라고 했다. 해인이는 고집이 있어서 하는 애다"라며 오열하던 중 "엄마들이 내가 죽을까 봐 걱정하더라. 그런데 죽긴 왜 죽냐. 누구 좋아하라고 죽냐"라고 말하며 돌연 정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대중은 "정말 뉴진스에 미친 사람 같다", "자기 얘기 할 땐 화내다가 뉴진스 얘기하면 울어버리는 게 정말 뉴진스를 아끼는 듯", "내 아이라면 민희진에게 맡길 듯"이라며 민 대표를 옹호하기에 나섰다.
정성영 변호사는 영상을 통해 "뉴진스와 그 부모님을 언급한 게 눈에 띈다. 이유가 있을 거라고 본다. 국민은 방시혁 편도 민희진 편도 아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뉴진스 편이다"라며 "뉴진스는 뉴진스의 부모님과 같고, 그 부모님이 민희진 편이라는 구도로 프레임을 짰고 그게 제대로 먹혀들었다"고 평했다.
민 대표가 자신이 만든 뉴진스에 대한 애정이 많단 건 이해 가능항 대목이다. 다만 그 외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프레임일지는 천천히 따져봐야 하는 부분이다. 무분별한 수용보다 객관적이고 냉정한 시각이 필요하다. 돈이 얽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가 지난 5일(현지 시각) 'K팝 가부장제와 싸우는 스타 프로듀서, 한국 여성의 흥미를 사로잡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놓았다. 이 매체는 "많은 한국 여성이 하이브와 민 대표 간 갈등을 '가부장적인 직장과 싸우는 젊은 여성'의 구도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하며 민 대표가 하이브 경영진을 향해 비속어를 섞어 쏟아낸 발언들을 그대로 소개하기도 했다.
민 대표는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에서 스스로 직장인 여성 프레임을 씌워 국내 대중으로부터 공감과 호평을 자아낸 바 있다. 특히 민 대표가 말했던 "아니 이 아저씨들이, 미안하지만 개저씨(개+아저씨)들이"는 이제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그는 그룹 뉴진스를 처음 꾸리게 된 계기와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 핍박 등을 거침없이 읊었다. 중간 중간 비속어도 서슴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 과정에서 민 대표는 자신이 '월급 사장'이라며 "내가 실적이 떨어지기를 해. 너네처럼 기사를 두고 차를 끄냐, 술을 마시냐, 골프를 치냐"고 언급하며 직장인의 애환을 건드렸다.
나아가 "여자가 사회생활 하는 게 이렇게 더럽다"며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말해 여성의 사회적 공감대를 자극했다.
대중은 "그냥 취업 사기 당한 직장인의 울분을 봤다", "주먹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 "얼마나 억울하면 그러데이션 분노가 일어나냐", "하이브 최고 아티스트는 국힙민희진이다"라며 반응했다. 하지만 엄연히 민 대표는 국내 직장인을 대표해 애환을 토로할 위치에 있지 않다. 기존 민 대표는 1000억원가량의 풋옵션(지정된 가격에 지분을 되팔 권리)을 행사할 수 있었으며, 뉴진스를 만들고 지난해 인센티브로만 20억원을 받는 고위 임원이다. 일반 직장인과는 여러모로 거리가 멀다.
민 대표는 직접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했지만, 업무에 있어 자신의 지분이 크다는 사실을 지속해서 언급하며 급여 차이를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사람들이 인센티브 50억원을 받았다 하는데 20억원 받았고, 박지원 대표가 10억원을 받았다"며 "20억원이 적은 게 아니라 네가 10억이면 난 더 받아야 해. 회사가 견제만 하고 키워줄 생각을 안 한다"고 저격했다. 인센티브에 대한 몰이해 혹은 고의적 프레임으로 보이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단순 직장인의 애환으로 그의 기자회견을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법조계에서도 비슷한 의견리 나온다. 유튜브 채널 '옆집 변호사'의 정성영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영상을 통해 "한 해 인센티브 20억은 대기업 계열사 대표도 받기 어려운 돈이다. 민 대표는 평범한 직장인과는 거리가 멀다"며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중음악 제작자답게, 어떻게 해야 내가 대중의 마음과 감성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서 파고든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평범한 복장을 하고 나와서 자신을 평범한 직장인, 이른바 사회에 수많은 '을'들과 동질감을 형성하기 위해 그렇게 입고 나왔을 가능성이 보인다"고 민 대표에 대해 분석했다.
또한, 막상 업계에 함께 몸담았던 일부 관계자들은 민 대표의 말에 공감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민 대표가 성과는 훌륭하지만, 작업하는 과정에서 음악을 만드는 프로듀서를 존중하지 않는 등 총괄 기획자로서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려운 협업 태도를 보인 바 있다는 지적이다. 민 대표의 '뉴진스 엄마' 프레임도 성공적이다. 민 대표는 뉴진스의 컴백 앨범 자켓을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고 등장해 기자회견 동안 뉴진스 멤버와 그의 부모님을 지속해 언급하며 애틋한 모습을 보였다.
하이브가 "그룹 르세라핌이 나오기 전까지 뉴진스 홍보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민희진 걸그룹인 것처럼 착각하게 해야 한다"며 "업무 방해로 손해배상 청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나아가 민 대표는 "출산한 기분이라 한 게 너스레가 아니다. 산고가 느껴졌고 직접 애를 낳진 않았지만, 애를 밴 기분이었다. 애들은 내가 이런 줄 모른다. 생색내는 것도 역겹지 않냐 어른인데"라며 오열해 뉴진스에 대한 진심을 보였다.
민 대표는 "해인이가 직접 (이 사건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더라. 나랑 어머니랑 같이 막 울면서 하지 말라고 했다. 해인이는 고집이 있어서 하는 애다"라며 오열하던 중 "엄마들이 내가 죽을까 봐 걱정하더라. 그런데 죽긴 왜 죽냐. 누구 좋아하라고 죽냐"라고 말하며 돌연 정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대중은 "정말 뉴진스에 미친 사람 같다", "자기 얘기 할 땐 화내다가 뉴진스 얘기하면 울어버리는 게 정말 뉴진스를 아끼는 듯", "내 아이라면 민희진에게 맡길 듯"이라며 민 대표를 옹호하기에 나섰다.
정성영 변호사는 영상을 통해 "뉴진스와 그 부모님을 언급한 게 눈에 띈다. 이유가 있을 거라고 본다. 국민은 방시혁 편도 민희진 편도 아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뉴진스 편이다"라며 "뉴진스는 뉴진스의 부모님과 같고, 그 부모님이 민희진 편이라는 구도로 프레임을 짰고 그게 제대로 먹혀들었다"고 평했다.
민 대표가 자신이 만든 뉴진스에 대한 애정이 많단 건 이해 가능항 대목이다. 다만 그 외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프레임일지는 천천히 따져봐야 하는 부분이다. 무분별한 수용보다 객관적이고 냉정한 시각이 필요하다. 돈이 얽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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