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승희 감독은 "최고의 결말은 아니더라도 '내가 선택한 결말'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인생이 우리 의지대로 살고 있는 것일까'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이 작품을 읽고 물, 그리고 책이 생각났다. 세트 끝이 뾰족하고 울퉁불퉁하다. 조명을 받으면 물 같기도 하고 절벽 같기도 하다. 여러 가지를 떠올릴 수 있어서 이렇게 세트 구성을 했다"며 "어떤 공간이든 포용할 수 있는 세트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책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한 배경 영상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버지니아 울프를 소재로 한 이유에 대해 권 작가는 "버지니아 울프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한 건 학창시절이었다. 작품 특유의 분위기와 그녀가 가진 세계가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 극을 통해 그녀에게 받은 영감, 느낌을 저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저의 언어인 음악, 뮤지컬로 작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에서) 누구보다 강한 삶의 열망, 생명력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권 작가는 "극 중 등장하는 애들린과 조슈아는 서로 창조적 영감을 주고받는다. 애들린은 조슈아를 통해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느낀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선택한 인생을 향해 간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극 중 버지니아 울프는 조슈아에게 친절하고 세심하게 글쓰기를 가르쳐준다. 실제 작업할 때 감독은 어땠냐는 물음에 전혜주는 "혼내고 그런 건 없었다"며 "다정하고 친절하게 해주셨다. 저는 행복하게 작업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황순종은 "처음 만나 봤는데, 애들린 같은 스타일은 아니다. 시원시원하다. 배우들 개개인의 생각을 최대한 들어주려고 노력한다. 그런 부분이 소통하는 데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보다 에너지가 넘친다. 때로는 좋았고 때로는 어려웠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극 중 두 인물은 스킨십이 거의 없다. 이는 성적 트라우마가 있다고 알려진 버지니아 울프의 일생을 반영한 대목. 배우들은 스킨십 없이도 극 중 인물들 간 유대감, 친밀감을 표현한다.
주다온은 "서로 치유하고 성장한다는 자체가 긍정적인 포인트였다.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 남녀와의 사랑도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고 의지하는 사랑도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훈훈했던 연습 분위기도 자랑했다. 김리현은 "저희가 항상 배고프고 굶주렸다"며 "지방에서 은오 형이 공연하고 올라오면서 빵을 한아름 사왔다. 먹으면서 즐겁게 연습했다"고 전했다.

지난 23일 개막한 '버지니아 울프'는 오는 7월 14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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