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 4월 28일부터 월드투어 시작
"세상에 내 음악 선보이고파 아이돌처럼 월드투어"
日·美·中 각국 특성에 맞춘 세트리스트 구성
"어려운 일 아냐, '귀찮은 일'일뿐이었던 것"
뮤지컬 배우 카이 / 사진제공=EMK엔터테인먼트
뮤지컬 배우 카이 / 사진제공=EMK엔터테인먼트
"제가 인프제(INFJ)라 계획적인 사람이에요. 현지 운동 시간, 식단에 대한 계획표가 이미 제 컴퓨터 안에 들어있어요. 이게 100% 실현되지 않을 거라는 시뮬레이션도 갖고 있죠. 하하. 그래서 호텔에서 할 수 있는 맨손 운동도 트레이너에게 배워뒀어요. 유튜브에서 빠르게 시차 적응하는 법도 찾아봤고요. 일부러 컨디션이 안 좋거나 피곤한 상태에서 노래하는 연습도 하고 있어요. 손흥민 선수가 제 친구였다면 비행기 타고 와서 바로 풀타임 뛸 수 있는 비결을 물어보고 싶어요."

카이는 한국 뮤지컬 배우 최초로 월드투어를 연다. 자신의 첫 월드투어를 앞둔 카이의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었던 대목이다. 데뷔 16년 차인 뮤지컬 배우 카이는 오는 28일 일본 도쿄의 톳판홀을 시작으로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 로스앤젤레스(LA)의 더 브로드 스테이지(The Broad Stage), 중국의 충칭대외경무대학 콘서트홀, 그리고 한국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월드투어 리사이틀 '카이 인투 더 월드(KAI INTO THE WORLD)'를 펼친다. 그는 "어떻게 하면 다른 뮤지컬 배우들이 시도하지 않은 것들을 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해 항상 재밌게 상상하곤 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는 것도 좋지만 외국에 계신 분들께 이런 뮤지컬 배우가 있다는 것, 한국에 이런 아름다운 뮤지컬이 있다는 것도 알리고 더 넓은 세상에 제 음악을 선보이고 싶다는 꿈이 있어요. 미국에서 짧게 짧게 공연한 적도 있고 일본에서는 1년에 한 번씩 독창회를 해왔는데, 아이돌이라도 된 냥 월드투어라는 이름 하에 이걸 묶었어요. 돌아보면 제게 성장과 경험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생각에 과감하게 도전하게 됐습니다. 일은 이렇게 벌여놨지만 막상 시간이 다가오니… 미국 사람들 앞에서 영어하는 기분이에요. 브로드웨이 가서 브로드웨이 노래를 영어로 부르려니 상당한 부담감과 무게감이 조금씩 엄습하고 있어요. 괜한 짓을 벌였나는 생각도 듭니다. 하하."
KAI INTO THE WORLD 포스터 / 사진제공=EMK엔터테인먼트
KAI INTO THE WORLD 포스터 / 사진제공=EMK엔터테인먼트
카이는 프로그램 구성에 대해 "큰 틀은 비슷하다. 세계적인 뮤지컬 프로듀서인 카메론 매킨토시의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히는 '캣츠', '레미제라블', '미스사이공', '오페라의 유명' 이렇게 대표작을 첫 스테이지로 준비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은 뮤지컬의 역사이자 제 존재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각 나라의 특성에 맞춰 구성된 세트리스트에 차별을 두기도 했다.

"중국, 일본, 미국에서는 그 나라와 어울리는 특별한 래퍼토리를 준비하고 있어요. 일본의 경우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펼쳐졌던 뮤지컬 혹은 일본에 수출된 한국 뮤지컬의 일본어 버전 스테이지 등이 준비돼있다. 미국의 경우 한국에는 소개되지 않은 작품이라도 미국인들에게 사랑받는 작곡가들의 노래를 선별한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현지 입맛에 맞게 한 스테이지 정도 넣어보려고 노력했어요. 한국 창작 뮤지컬의 한 스테이지도 넣었어요. 한국에서 초연됐던 한국 뮤지컬을 제가 실연함으로써 한국 뮤지컬이 발전 중이고 멋지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목적도 담았죠."
뮤지컬 배우 카이 / 사진제공=EMK엔터테인먼트
뮤지컬 배우 카이 / 사진제공=EMK엔터테인먼트
카이는 일본, 미국, 중국을 돌고 난 뒤 한국으로 돌아온다. 해외뿐만 아니라 한국 공연을 위해서도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다.

"지금까지는 제가 해왔던 작품 위주로 곡을 선정했지만 이번 한국 공연은 다를 것 같아요. 대중 앞에서 선보이지 않았던 곡들을 펼치려고 합니다. 팬들에게는 새로운 레퍼토리가 될 겁니다."

이번 월드투어를 두고 주변인들에게 많은 응원을 받았다는 카이. 절친한 동생인 세븐틴 도겸의 반응에 대해서는 "그저께쯤 문자 와서 세븐틴 콘서트를 한다고 놀러오라고 하더라. 그래서 '너만 하냐? 나도 한다. 네가 일본으로 와' 농담 삼아 그랬다"고 전했다. 뮤지컬 배우 동료들도 "많은 축하를 보내줬다"며 고마워했다.

"뮤지컬계에도 훌륭한 배우들이 많아요. 그 분들이 월드투어를 할 능력이 없는 게 아니에요. 다만 귀찮은 일들이 여러 모로 많았을 겁니다. 이걸 실현하기 위해 알아보고 계획하고 준비하는 등의 일 같은 것들이요. 제가 조금 변태스럽지만 '엉킨 목걸이 줄 푸는 것'을 좋아해요. 저는 손끝이 날카롭지도 않고 시력이 좋지도 않아요. 하지만 변태스럽게도 무언가 푸는 것에 속시원한 즐거움을 느껴요. 내가 이걸 먼저 경험해보고 혹시 뒤따라오는 후배들이 있다면 적어도 '중국 공연에서 빨간 옷 입었더니 생각보다 반응이 별로더라' 같은 식의 데이터는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요. 하하."
뮤지컬 배우 카이 / 사진제공=EMK엔터테인먼트
뮤지컬 배우 카이 / 사진제공=EMK엔터테인먼트
카이는 월드투어의 실현에 대해 "데뷔 초에는 모두 자기가 월드스타가 될 거라고 꿈꾸고 시작하지 않나. 저도 막연하고 허황된 꿈에 사로잡힌 청년이었다. 언젠가는 나도 H.O.T.나 신화처럼 월드투어를 해야겠다는 막연한 꿈을 갖고 있다가 16년 만에 실현한 거다"며 웃었다. 그는 이번 월드투어를 앞두고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도 하지 않았던 길을 가고 싶다"는 남다른 포부를 전한 바 있다.

"세상에는 어려운 일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다만 귀찮은 일일뿐인 거죠. 가령 우리가 몸을 만들기 위해서 체육관에 나가서 운동하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나요. 그냥 귀찮은 거죠. 잘 먹어야한다고 하는데, 먹는 게 뭐 그리 어렵겠어요. 귀찮은 거죠. 귀찮은 일을 연속적으로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 같아요."

카이는 월드투어 외에 또 다른 버킷리스트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후배들의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 그는 "제가 이 만큼 해왔으면 제 뒤를 따를 또 다른 후배들은 더 큰 성과를 거둘 거라 생각한다. H.O.T.가 있었기에 빅뱅이 있었고, 빅뱅이 있었기에 BTS도 있을 수 있던 것 아니겠나. 선배들이 이룬 텃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저는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서 제가 목표한 바를 이루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월드투어로 듣고 싶은 평가가 있냐는 물음에 카이는 이렇게 답했다. "저는 항상 이거에요. '오로지 카이만의 무대였다', 이런 말을 들으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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