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듣보드뽀》
'하이드'·'멱살', 불륜에 빠진 여성 장르물
김하늘, 김남주, 이보영./사진=텐아시아DB
김하늘, 김남주, 이보영./사진=텐아시아DB
《태유나의 듣보드뽀》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중년의 여성 원톱 주연작에 빠지지 않는 코드가 있다. 사랑꾼인 줄 알았던 남편의 배신과 불륜이다. 잘나가던 여자 주인공이 남편의 불륜과 그와 얽힌 사건들로 인해 삶이 무너져내리는 설정이 마치 하나의 서사를 보는 듯 비슷하다. 치밀한 장르물 서사를 내세워놓고 뻔한 불륜으로 연결되는 전개에 피로함 역시 커지고 있다.

김남주 주연의 MBC'원더풀월드'를 시작으로 김하늘 주연의 KBS2 '멱살 한 번 잡힙시다', 이보영 주연의 쿠팡플레이·JTBC '하이드' 등의 작품에는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다. 40대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미스터리 장르물이라는 점이다.
김남주 /사진제공=MBC
김남주 /사진제공=MBC
KBS 2TV '멱살 한번 잡힙시다' 스틸컷.
KBS 2TV '멱살 한번 잡힙시다' 스틸컷.
여기에 여자 주인공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커리어우먼에 사랑꾼 남편을 둔, 부족한 것 없는 여자로 비치는 설정 역시 유사하다. 어떠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일상에 균열이 생기고, 그 균열에는 믿었던 남편의 배신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내용은 다르지만, 기본적인 설정과 소재가 비슷한 탓에, 다른 작품인데도 같은 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까지 들 정도다. '원더풀월드'는 김남주가 가해자를 직접 처단하고 전과자가 된다는 설정과 그의 아들인 차은우와 얽히고설킨 관계에서 오는 새로움이 있지만, '하이드'와 '멱살 한 번 잡힙시다'의 경우는 주인공 홀로 분투한다는 점에서 더욱 맥락을 같이 한다.
사진='하이드' 방송 화면.
사진='하이드' 방송 화면.
사진='멱살 한 번 잡힙시다' 방송 화면.
사진='멱살 한 번 잡힙시다' 방송 화면.
불륜이라는 코드는 안정적인 화제성 보증수표와도 같다. 기혼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에서 불륜은 가장 쉽게 극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장치이자 가장 큰 반전이기 때문이다. '멱살 한 번 잡힙시다'에서는 김하늘이 남편 장승조의 성관계 영상을 보고 배신감에 휩싸이며, 이보영은 남편 이무생이 이청아와 밀회, 스킨십을 나누는 모습을 보며 자동차로 두 사람을 향해 돌진한다. 문제적 남편이 여주의 발목을 잡는 거다.

다만, 사건의 진실을 좇는 치밀한 미스터리 장르물을 내세우고는 결국 불륜밖에 남지 않는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반전 없는 불륜 설정에 식상하다는 반응 역시 많다.

불륜이라고 다 먹히는 건 아니다. '멱살 한 번 잡힙시다'는 1회부터 8회까지 줄곧 2~3%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하이드' 역시 최고 시청률이 5%대로, JTBC 토일드라마 치고는 기대 이하의 성적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작품들이 계속 생겨나는 이유는 부도덕한 남편, 부조리한 사회 등에 맞서는 독립적 여성이라는 서사가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 때문이다. 드라마 주 시청 타깃이 중년 여성인 만큼 성공한 여성, 연하남과의 로맨스 등 그들의 로망을 담아냈을 터다.

그러나 무분별한 불륜 코드는 작품의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 지난해 종영한 '마에스트라' 역시 여성 지휘자와 필하모니를 내세워놓고 결국은 남편의 불륜, 살인 등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작품의 본질을 흐렸다. '멱살'과 '하이드'가 '마에스트라'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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