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아의 세심》
노골적인 조건 내세우는 예능 프로그램들
"시대착오적" VS "솔직해서 오히려 낫다"
"신혼집은 강남→아이 넷 낳아야" 자극적, 또 노골적…요즘 예능은 거꾸로 간다 [TEN스타필드]
《김세아의 세심》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세'심하고, '심'도있게 파헤쳐봅니다.

점점 자극적이고 노골적인 욕망을 드러내는 방송이 늘어나고 있다. 신혼집은 강남 소재의 아파트여야 하고, 배우자가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운 내용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에 비현실적이며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 중에서도 가장 노골적으로 욕망을 내비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는 현재 방영 중인 Mnet '커플팰리스'를 꼽을 수 있다. '커플팰리스'는 다양한 매력의 싱글남녀 100인이 각자 외모와 경제력, 라이프스타일, 예측할 수 없는 결혼의 조건 등을 가감없이 드러내며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동반자를 찾는 스토리를 담아낸 프로그램.
/ 사진=Mnet '커플팰리스' 캡처
/ 사진=Mnet '커플팰리스' 캡처
커플팰리스 제작진 측은 소규모로 진행되는 다른 연애 프로그램들과는 다르게 100인이 함께 등장한다는 점과, '결혼정보회사(결정사)' 못지않은 사실적 매칭 시스템을 도입, 날것의 시대상을 반영한 트렌디한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반영 직후, 제작진의 설명과는 달리 날 것의 시대상과 사실적인 매칭 시스템은 반영된 듯 보이나 '트렌디'해 보이지 않는다는 혹평이 잇따랐다.

결혼을 하기 위한 남녀가 서로 가진 재산을 가감없이 공개하고, 결혼하기 위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조건을 내걸면서 사실적이라는 설명은 들어맞았지만, 이 같은 조건이 다소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 실제로 커플팰리스 내에서 러브라인이 형성된 커플들은 이후 합숙에서 자신의 키와 몸무게, 종교, 질병 유무, 동거 경험, 연봉, 한 달 평균 카드값, 자녀계획 등 개인 정보를 작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 사진=Mnet '커플팰리스' 캡처
/ 사진=Mnet '커플팰리스' 캡처
/ 사진=Mnet '커플팰리스' 캡처
/ 사진=Mnet '커플팰리스' 캡처
다소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조건에 출연자 간 갈등이 빚어진 것은 당연한 일. 실제로 한 출연진은 이 같은 문제에 부딪히며 "강남에 살고 싶다"면서 "연애 오래 하고 너무 좋으면 강남에 안 살 수도 있는데 아직은 강남이 더 좋은 것 같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결혼 후 살림할 여자, 엄마처럼 챙겨줄 연상녀', '아이 넷 낳아줄 여자', '제사 6번 원해요' '대표 직함을 가진 여자' 등을 원하는 결혼의 조건으로 내건 출연자들도 있었다. 물론 개인의 소신이지만, 조건이 다소 직접적이라 거북하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었다.

이처럼 강력한 결혼 조건을 내세운 프로그램이 또 있다.

신화의 김동완은 채널A '신랑수업'에 출연해 결혼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포기하지 못하는 조건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는 종교는 달라도 되지만 "(성묘를 위해) 산에 같이 가는 것"을 원한다며 "제가 많이 하는 건 아닌데 외할머니도 또 같이 살았었다. 그래서 외손주인데도 할머니 묘를 제가 관장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동완은 "그래서 '난 제사 절대 안 해'라는 분은 안 될 것 같다"며 "그것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부딪힐 수 있겠다는 상상이 되더라"고 생각을 전했다.
/ 사진=채널A '신랑수업' 캡처
/ 사진=채널A '신랑수업' 캡처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뮤지컬 배우 에녹은 자신이 가진 조건을 내걸며 결혼하고 싶다는 의지를 전하기도 했다. 에녹은 "주택은 자가"라며 "방 3개다. 부모님 댁도 따로 해 드리고 혼자 산다"면서 재력을 어필했다. 또한 같이 출연한 손태진 역시 "서울대학교 성악과 학사다. 석사까지 다 했다"면서 "부모님은 말레이시아에 살고 계시고 한 번씩 왔다 갔다 하신다. 저는 자가에 살고 있다"고 조건을 밝혔다.

'신랑수업'과 '커플팰리스' 모두 결혼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현실의 여느 연인들처럼 결혼하기 위해 조건을 밝히고 맞춰보는 것을 연출한 것일 수 있다.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처럼 사랑만으로 결혼에 성공하는 커플들도 있겠지만 현실적인 조건과 여건을 따지는 게 결혼이기에 현실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
/ 사진=채널A '신랑수업' 캡처
/ 사진=채널A '신랑수업' 캡처
실제로 이와 같은 내용이 방영된 후 일각에서는 "차라리 솔직하게 자신의 조건을 밝히고 원하는 것을 말하는 게 현실적이다"라면서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학벌과 재산, 원하는 조건을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내건다는 점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다.

이들이 내건 '강남 소재의 자가 아니면 불가', '제사는 꼭 지내야 한다' 등의 조건은 실제로 방송 이후 화제가 됐다. 그렇기에 제작진 입장에서는 이러한 요소가 다소 자극적이라고 느껴질 수 밖에 없지만 화제성 측면에서는 포기하기 어려울 터다. 자극적인 요소를 내걸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끄는 것도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나름의 한 방법일 수 있다.

세기말에는 통했을 수 있으나 지금은 2024년이다. 이러한 구성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