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코./ 사진=텐아시아 사진 DB
지코./ 사진=텐아시아 사진 DB
1%대 시청률로 부진한 성적을 낸 '더 시즌즈'가 시즌 4를 이끌 MC로 지코를 발탁했다. 젊은 감각의 MC를 통해 시청률 반등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시도다. 하지만 음악프로그램을 둘러싼 환경은 녹록치 않다. 음악프로그램을 시청할 만한 주요 시청자들의 시청 행태가 달라졌고, 관심을 끌만한 아티스트를 섭외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3일 가요계에 따르면 지코가 진행하는 '더 시즌즈 시즌4'는 이달 26일 첫방송된다. 박재범, 악뮤, 이효리로 이어지는 시즌1~3을 마무리하고, 시즌4로 새롭게 시작하는 방송이다. 다만 더 시즌즈는 시청률 차원에서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모든 시즌에서 최고 시청률이 1%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금요일 밤 10시라는 시간대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둔 게 사실이다.

심야 음악 프로그램은 30년 역사를 자랑한다. KBS는 1992년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를 시작으로 '이문세쇼',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하나의 페퍼민트',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이어 '더 시즌즈'까지 심야 음악 토크쇼의 명맥을 이어갔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음악을 즐기는 플랫폼이 다양화하면서 점점 시청률이 떨어져왔다.

2000년대 방영된 '윤도현의 러브레터'와 '이하나의 페퍼민트'는 각각 3%대, 4%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후 지난 2022년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1%대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후속 프로그램인 '더 시즌즈'는 시즌제를 택했다. 토크 프로그램은 한 스타가 장기간 프로그램을 맡으며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 이상적이다. 다만 그 정도 화제성이 있는 스타를 장기간 투입하기 어려워 현실적 한계가 있다. 차선책으로 시즌제를 택해 단기적으로 활기를 불어넣고자 하는 의도다.
이효리의 레드카펫./사진 = KBS 2TV '더 시즌즈-이효리의 레드카펫'
이효리의 레드카펫./사진 = KBS 2TV '더 시즌즈-이효리의 레드카펫'
TV 이용률이 낮아진 것이 시청률 하락세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OTT가 부상하며 시청자는 TV 외에도 콘텐츠를 접할 곳이 많아졌다.

높아진 케이팝(K-pop) 진입 장벽도 음악 프로그램의 하락세에 영향을 미쳤다. 세계관, 콘셉트 등이 뚜렷한 가수들이 속속 등장하며 케이팝은 대중성에서 한 발짝 멀어졌다. 음반 판매량이 높은 가수인데도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아이돌 시대'가 시작되면서 인기를 끄는 가요가 대중과 멀어졌다"고 말한다. 그는 "과거에 비해 외국 음악 스타일의 곡이 늘었다. 대중들이 평소 즐기는 장르가 아니다 보니 연말에 대규모 가요 방송을 해도 보는 사람이 적다. 이런 부분이 음악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말했다.
동네스타K./ 사진=유튜브 채널 '동네스타K' 갈무리
동네스타K./ 사진=유튜브 채널 '동네스타K' 갈무리
플랫폼의 다양화로 유튜브 음악 토크쇼는 오히려 전성기다. '조현아의 목요일 밤', '동네스타 K'는 신곡을 발매한 가수에게 필수 코스가 됐다. 지난해 시작한 '조현아의 목요일 밤'은 현재 61.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디글'에서 시작한 '동네스타K'는 인기에 힘입어 최근 개별 채널로 분리되기도 했다.

유튜브 토크쇼는 TV 방송 프로그램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진행된다. 아이돌 팬들은 스타의 정제된 모습보다는 편안한 상황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아이돌 팬덤이 유튜브 토크쇼를 선호하게 된 이유다.

더 많은 대중을 사로잡기 위해 음악 프로그램 운영 방향에 다양한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오는 26일부터 지코가 진행을 맡을 '더 시즌즈'가 어떤 매력으로 기존의 음악프로그램과의 차별점을 모색할지가 관건이다. 수요는 이미 증명돼있다. 시청률이 저조했던 프로그램도 유튜브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게 방증이다. '이효리의 레드카펫'에서 (여자)아이들이 선보인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무대 영상은 200만 회 이상 재생됐다. 제니와 이효리가 함께 꾸민 '미스코리아' 무대도 조회수 282만 회를 기록했다. 결국 어떻게 음악을 담아내느냐가 중요해졌다. KBS의 30년 음악프로그램 역사가 달려있는 문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o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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