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사진=텐아시아DB
김남주./사진=텐아시아DB
강한 모성애에 이끌려서 선택했지만, 결국 막장에 묻히고 말았다. 배우 김남주의 13년만 MBC 복귀작 '원더풀월드'가 초반의 탄탄했던 힘을 잃고 곤두박질치고 있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처절한 슬픔으로 내용을 쌓아놓고는, 결국 불륜과 피해자들끼리의 복수밖에 남지 않았다. 변화구가 필요할 때다.

'원더풀월드'는 8회서 6.3%를 기록했다. 이는 5회 최고 시청률 9.9%에 비하면 대폭 하락한 수치다. 남은 6회 동안 시청률을 회복해야 하지만, 경쟁작들 역시 만만치 않다.

'원더풀월드'가 김남주, 차은우의 구원의 서사에서 '혐관'(혐오 관계) 서사로 탈바꿈했다. 차은우(권선율 역)가 펜션 방화 사건 피해자가 아닌 김남주(은수현 역)가 죽인 권지웅(오만석 분)의 아들이라는 진짜 정체가 드러나면서다.

'원더풀월드'의 시작은 모성애였다. 사고로 자식을 잃고 아들을 죽인 가해자를 직접 처단한 김남주는 아들을 잃은 절망감부터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인해 텅 비어버린 눈빛과 분수대처럼 쏟아지는 눈물 연기를 깊이감 있게 표현했다. "역대 드라마 중 눈물을 제일 많이 흘렸다"던 말처럼 김남주는 눈물이 마르지 않을 정도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사진제공=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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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러한 모성애는 김남주가 출소하면서 불륜 코드로 급작스럽게 넘어간다. 남편의 불륜녀 찾기 전개가 시작된 것. 그날의 얽힌 미스테리를 찾아가는 휴먼 미스터리물을 표방하지만, 지금까지는 남편의 불륜녀가 앞집 여자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친동생과도 같았던 임세미(한유리 역)였다는 사실이 주요 전개였다.

여기에 차은우와 김남주가 서로에게 가해자임과 동시에 피해자라는 가지가 추가됐다. 구원의 관계인 줄 알았지만, 이 모든 것이 차은우의 계략이었던 것이었다. 결국 아들을 잃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은 아들, 피해자들끼리의 진흙싸움이 됐다.

모성애로 시작해 막장 가지들이 뻗어나가다 보니 '원더풀월드'가 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가 회차가 거듭될수록 불분명해지고 있다. 전작 '미스티'처럼 치정 멜로라는 장르였다면 불륜과 살인, 배신 등의 소재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겠지만, 아들을 잃은 것도 모자라 남편의 배신, 자신에게 복수의 칼을 들이미는 차은우까지, 모성애와 상처, 치유는 잊힌지 오래다.
김남주, 전작 '미스티' 못 넘었다...불륜만 남은 '원더풀월드', 잊혀진 모성애 [TEN피플]
'미스티'에서도 불륜, 살인 코드는 등장했지만, '원더풀월드'와는 결이 달랐다. 인물간의 세밀한 감정선과 얽힌 관계들과 오해, 성공을 향한 야망 등이 뒤섞여 하나의 조화로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원더풀월드'는 반환점을 돌았음에도 미스터리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복수와 불륜에만 초점이 맞춰져 주인공들의 내밀한 감정들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다. 김남주라는 막강한 카드를 쥐고서도 이렇게밖에 사용하지 못했나 싶을 정도다. 심지어 차은우는 이번 작품에서 악역과도 같은 냉혈한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하고 있지만, 김남주를 저렇게까지 몰락시키고자 하는 정당성에 대해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기분좋았던 출발에 비해 뒷심은 부족해 보이는 '원더풀월드'가 시청률 회복을 기대하기엔 대중의 관심은 이미 사그라들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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