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장재현 감독 / 사진제공=쇼박스
'파묘' 장재현 감독 / 사진제공=쇼박스
장재현 감독이 영화 '파묘'의 흥행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2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파묘'의 장재현 감독을 만났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최민식은 조선 팔도 땅을 찾고 파는 40년 경력의 풍수사 상덕 역을 맡았다. 유해진은 베테랑 장의사 영근으로 분했다. 김고은은 원혼을 달래는 무당 화림을 연기했다. 이도현은 화림의 제자 무당 봉길 역으로 등장한다.

'파묘'는 1000만 관객까지 약 50만 명을 앞두고 있다. 장 감독은 "영화가 많이 사랑 받아서 부담감도 있고 어벙벙하기도 하다. '더 잘 만들 걸' 자기감도 든다"면서도 "배우들도 그렇고 주변에서 '이런 시간이 살면서 또 안 올 수 있지 않냐'더라. 마음 편하게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파묘'의 흥행에 장 감독의 전작인 '검은 사제들', '사바하' 등도 재주목 받고 있다. OTT 등에서 차트 1~2위에 오르기도 한 것. 장 감독은 "더 잘 만들 걸 싶더라. 어렸을 때 찍은 못난 사진을 사람들이 보는 느낌이다. 낯뜨겁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이 고맙고. 주변에서도 다들 좋아한다"며 쑥스러워했다.

장 감독이 생각하는 가장 큰 흥행 요인은 무엇보다 '궁합'이다. 그는 "배우들 각자의 포텐이 모아졌다. 궁합이 잘 맞았다. 배우들이 캐릭터의 페이소스를 잘 살려줬다"고 말했다. 또한 "배우들의 홍보 활동, 투자·마케팅팀의 홍보를 비롯해 여러 외적인 요인들의 궁합도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시기적으로도 좋았다고 본다. 여러 요인들이 좀 같이 작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일명 '할꾸'(할아버지 꾸미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민식의 열정적인 무대인사도 화제가 되고 있다. 관객들이 선물한 캐릭터 머리띠, 과자가방 등을 착용하며 팬서비스하는 모습이 주목받고 있는 것. 장 감독은 "최민식 선배님이 항상 하는 말씀이 '이 맛에 영화 하는 것 같다'이다. 영화를 찍는 것도 좋아하지만 관객들과 만나 호흡하는 순간들이 좋다고 하더라. 오랜만에 극장에 사람이 꽉 차고 작품도 사랑 받으니 좋아하신다"고 전했다. 또한 "다른 배우들도 와글와글한 극장의 열기에 오랜만에 영화배우로서 행복을 느끼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 저도 기분 좋다"고 말했다.

'파묘'는 오컬트라는 장르에도 불구하고 전 세대 관객에게 두루 사랑받고 있다. 장 감독은 "30~50대 분들에게 예전의 강시영화에 대한 향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은 있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 때 중장년층이라든가 젊은층이라든가 특정 연령대를 타깃하진 않았다. 단지 내가 첫 번째 관객이라고 생각하고 재밌는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팬데믹도 있어서 이 영화는 유독 체험적인 오락영화를 만들겠다는 게 1순위였다"고 강조했다.

본인이 천만영화에 기여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장 감독은 "그것도 가끔 생각한다"도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영화를 만들 때는 사운드 하나, 편집 포인트 하나에 집중하다 보니 희미해졌는데, '초심'이 정확했던 것 같다. 직관적이고 체험적이고 오락성이 강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팬데믹 후 관객들은 극장에 가야할 이유를 찾는 것 같다. 저도 항상 그걸 생각한다. 이 영화의 경우 모니터 앞에 앉아 촬영할 때도, 시나리오 쓸 때도 제가 극장에 앉아있다고 유독 많이 생각했다.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고려하며 영화에 집중했다. 관객들에게 극장용 영화가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극장에서 보면 확실히 다르다.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감독의 한 사람으로서, 다양한 장르 영화, 또한 다양한 영화가 나와서 극장의 추억이 다시 살아나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관객들 반응에 대해 장 감독은 "한 번 봤던 사람보다 여러 본 사람이 많더라. 최민식 선배, 유해진 선배도 같이 무대인사 돌면서 N차 관람 하는 게 낯설다더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관객들이 보다 보면) 이걸 가지고 다시 스토리가 생산되고, 저도 제가 몰랐던 부분도 알게 되기도 한다. 행복한 순간이다. 팬들이 뭔가를 만들어주고 저도 영감을 받는 게 요즘 바뀐 풍경 중 하나인 것 같다. 팬들이 캐릭터의 생일을 물어보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한테는 큰 자양분이 되고 영화를 잘 만들겠다는 다짐의 계기도 된다. 같이 영화를 또 다르게 만들어가는 것 같다. 개봉하고 바로 끝나는 것보다 이렇게 영화의 생명력이 길어지니 기분 좋다"고 덧붙였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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