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KBS '더 시즌즈-이효리의 레드카펫'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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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객전도. 주인과 손님이 뒤바뀐다는 뜻이다. 주목 받아야 할 게스트보다 MC가 더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 됐다. 가수 이효리가 진행하는 KBS '더 시즌즈-이효리의 레드카펫'의 이야기다.

8일 이효리는 자신이 진행하는 KBS 2TV 뮤직토크쇼 '더 시즌즈-이효리의 레드카펫'에서 정재형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첫 단독 MC를 맡은 데에 고충을 토로했다. 정재형이 처음으로 단독 MC를 맡게 된 소감을 묻자 이효리는 "단독 MC는 처음이다"라면서 "양념치듯 떠드는 것을 잘하는데 단독으로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제 단점은 남 얘기 잘 안 들어준다"며 "내가 떠들고 싶어, 돋보이고 싶은 욕망이 불끈 올라온다"고 털어놨다.
/ 사진=KBS '더 시즌즈-이효리의 레드카펫'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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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가 단독 MC를 맡게 된 것은 그가 데뷔한 지 26년 만이다. 음악 프로그램의 진행은 SBS '정재형 이효리의 유&아이' 출연 이후 12년 만이다. 이효리는 KBS 측에 먼저 "음악적 소통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후배들에게 조언도 받고 싶다"라고 러브콜을 보내 진행을 맡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효리는 지난 해 tvN '댄스가수유랑단'에 출연하기도, 6년 만에 본업인 가수로 돌아와 새 앨범을 발매하기도, 11년 만에 상업 광고를 다시 찍겠다고 선언하기도 하면서 그간 숱한 화제성을 자랑해왔다.

이를 입증하듯 시청률 역시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첫 방송에서 1.9%를 기록하며 전 시즌 최고 시청률을 찍게된 것. 주로 드라마와 맞붙는 심야 음악 방송프로그램 특성 상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 어렵다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레드카펫'은 꾸준히 1%대의 시청률을 기록해왔다.
/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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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히려 이런 화제성이 독이 된 모양새다. 첫 회의 게스트로 출연했던 블랙핑크 제니 외에 방송 이후 '레드카펫'에 출연한 게스트 보다는 MC인 이효리의 발언만 화제가 되고 관심을 모았다. 8일 방송에선 첫 단독 MC로 나선 그의 소감과 게스트인 SG워너비의 이석훈이 전한 이효리의 미담만이 남았다.

지난 23일 방송에서 이효리는 게스트로 출연한 엄정화와 요즘 걸그룹들의 노출 의상에 대해 소신발언을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엄정화에 "그때 첫 방송에 언니가 팬티만 입고 나오셨다"면서 "저도 요즘 후배들 제니도 좋아하고 뉴진스도 좋아하는데 후배들이 그런 옷을 안 입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막 든다"며 "노출입거나 하면 ‘안 돼. 가려’ 이런 마음이 있다. 지켜주고 싶고. 사랑해주고 싶다"고 소신을 밝혔다.
/ 사진=KBS '더 시즌즈-이효리의 레드카펫' 캡처
/ 사진=KBS '더 시즌즈-이효리의 레드카펫' 캡처
물론 이효리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데뷔한 지 26년이나 된 지금도 여전히 화제를 모으는 톱스타다. 후배 가수들이나 게스트로 출연한 이들보다 MC인 그의 발언이 더욱 관심을 끌 수 있다. 다만 '이효리의 레드카펫'이 뮤직 토크쇼인 만큼 MC인 그보다는 토크쇼에 출연한 출연진들에 관심이 갈 수 있게 답변을 끌어내고 진행해야 하는 것도 진행자의 자질이다. 앞으로 그에게 단독 MC를 맡길지 고려할 제작진들 입장선 이번 사례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효리의 본업은 가수다. 유재석이나 강호동, 신동엽 등과 같은 진행을 숱하게 맡아온 방송인들보다는 아직 부족한 면이 있다. 단독으로 진행을 맡은 것은 처음이기에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일 수도 있다.

그러나 벌써 10회 차다. 약 3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게스트가 아닌 MC가 더욱 돋보인, 말 그대로 주객이 전도됐다는 사실은 스스로 점검해야 할 부분이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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