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속 결혼 생활의 갈등만 부각
예능에선 '가상 이혼'하기도
결혼의 장점 보여주는 콘텐츠도 필요
사진제공=SLL,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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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판합니다.



드라마, 영화, 예능 등 콘텐츠 속 갈등은 필수적이다. 인물들 간 갈등이 해결되는 과정이 있어야 이야기라는 것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부부 간의 갈등은 콘텐츠의 단골 소재. 하지만 결혼 생활의 단점만을 과하게 부각한다는 점이 씁쓸하다.

결혼은 콘텐츠의 단골 소재다. 최근 들어서는 '결혼'을 제목에도 넣어 결혼이 소재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작품들도 늘었다.

지난달 말 종영한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불륜을 저지른 남편과 절친에게 살해 당한 주인공 강지원(박민영 분)이 과거로 돌아가 이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었다. 후반부 납득할 수 없는 오유라(보아 분)의 악행으로 인해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강지원이 '쓰레기 남편' 박민환(이이경 분)과 얄미운 절친 정수민(송하윤 분)에게 복수하는 과정은 통쾌하다는 평을 받았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 스틸. / 사진제공=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 스틸. / 사진제공=tvN
하지만 속시원한 복수와는 별개로 드라마 속 주인공의 결혼 생활은 '지옥' 그 자체다. 남편은 아내 강지원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강지원을 이용하고 그의 친구와 불륜을 저지르고 살해까지 한다. 강지원이 복수하는 2회차 인생에서 '결혼 지옥'을 경험하는 건 정수민이다. 재력을 갖춘 남자인 줄 알았던 박민환과 결혼에 성공하지만, 빈털터리에 무능한 남편인 걸 알고는 대노한다.

JTBC '끝내주는 해결사'에서도 주인공은 김사라(이지아 분)의 인생을 망친 건 전 남편 노율성(오민석 분)이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불륜을 저지르고, 장모를 살해하기도 했다. 전 남편으로 인해 김사라는 전과자가 되기도 한다.
사진=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캡처
사진=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캡처
예능에서도 부부 간 갈등을 부각하는 경우가 많다. 2022년 사업가 권기범씨와 결혼한 아유미는 SBS '동상이몽2'에 출연한 적 있다. 당시 결혼 한 달 만이었던 부부의 모습을 방송에서는 서로 다른 생활 방식 차이로 인한 갈등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아유미-권기범은 오는 6월 2세가 태어난다는 소식을 전하며 실제로는 금슬 좋은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동상이몽2'가 최근에는 조우종-정다은 부부의 각방살이, 김혜선-스테판 부부의 2세 계획으로 인한 갈등을 다루기도 했다.

MBN 예능 '한 번쯤 이혼할 결심'에서는 멀쩡히 잘사는 부부들을 데려다 놓고 '이혼'을 체험하게 했다. 아내와 육아를 제대로 분담하지 않는 류담, 고된 시집살이로 마음고생한 이혜정, 친정부모님에게 죄송해하는 정대세 아내 명서현 등 결혼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더 보여줬다. 파일럿으로 방송됐던 '한 번쯤 이혼할 결심'은 다음달 정규 편성돼 돌아온다.

화면 속 부부들의 부정적 모습만 부각하는 콘텐츠들은 '결혼'에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우려가 있다. 결혼 생활을 하다 보면 부부가 갈등을 겪는 건 당연하지만, 행복감, 안정감 등 가정을 꾸려 얻을 수 있는 장점도 많다. 알콩달콩 예쁘게 살아가는 스타 부부들도 많다. 최수종-하희라부터 션-정혜영, 현빈-손예진, 인교진-소이현, 주상욱-차예련, 태양-민효린 등. 말초신경을 짜릿하게 하는 자극적인 '이혼 콘텐츠'도 좋지만, 이혼보다 결혼을 장려하는 '결혼 콘텐츠'도 때때로 필요하지 않을까.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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