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유태오 인터뷰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의 셀린 송 감독 역시 유태오를 캐스팅한 이유로 "어린아이와 어른이 공존"하는 것을 꼽았다.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오른 '패스트 라이브즈'는 '인연'이라는 키워드로 얽히고설킨 실을 풀고 매듭짓는다. 유태오에게 자꾸만 눈길이 가는 이유는 장난스러운 표정 속에서 알 수 없는 아련함이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아쉽게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영국 아카데미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후보에 오른 것에 대해 "기대하지 않았다. 솔직히 그 자리에 가기 전까지는 실감이 안 난 것 같다. 그날 아침에 매니저가 소감을 준비했냐고 하더라. '오펜하이머'(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우 킬리언 머피가 수상하고 너무 안심했다. 앞서 길을 걸어간 선배가 아닌가. 킬리언 머피에게 '당신의 모든 영화를 챙겨봤고, 연기를 배운 학생'이라고 말했다. 따뜻한 온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경험하게 된 계기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시상식 현장에서 '오펜하이머'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만났다는 유태오는 "비하인드를 말하자면, 킬리언 머피에서 인사를 건네자 고맙게 포옹을 해주더라. '크리스토퍼 놀란을 만났냐'라고 물었다. '아니'라고 했더니 손을 잡고 감독에게 데려가 주더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도 우리 영화를 봤다는 소식을 들어서 '너무 팬이다. '메멘토'부터 모든 작업을 다 챙겨봤다. 한국 배우 필요하시면 꼭 오디션을 보게 해달라'라고 말했다.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더라"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신인 감독 셀린 송의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해외의 다양한 영화제에 후보로 오르는 등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유태오는 "그냥 멋있는 감독이다. 배우 입장에서 신인 감독이건, 베테랑이건 자기 비전을 아는 사람이 편하다. 원래 감독이란 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셀린 송 감독은 그런 관점에서 편안한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극 중에서 어색하지 않은 한국어 대사를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유태오는 "언어 치료와 스피치 강사를 하시는 분들이 있다. 마치 코치와 운동선수처럼 접근했다. 항상 외치면서 말하는 것을 연습했다. 대한민국 관객들이 내 연기를 들었을 때, 우스꽝스럽지 않게 보이려고 했다. 어조의 강약 조절, 무게감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 생각했던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2019년 영화 '레토'(키릴 세레브렌니코프)에 출연하면서 세계적으로 얼굴을 알린 유태오는 운이 좋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유태오는 "작품 복이 있던 것 같다. 장편 영화 데뷔작이 2003년인데 그 영화도 칸 영화제에 갔다. 내가 찍은 신은 두 개밖에 없었는데.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물론 배우는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닌 선택을 받는 입장이 아닌가. 오디션을 열심히 보고 영화제가 좋아하는 소재를 다루는 감독님의 레이더에 어떻게 걸린 줄은 모르지만, 너무나 감사한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인생의 모든 순간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이 자리에 와있을 수 있던 모든 상황이 진짜 어릴 때, 나뭇가지가 갈라지는 과정을 닮아있는 것 같아요. 만약 내가 5초 늦게 문을 열고 나갔다면 이 자리에 없었을 것 같지 않나요?(웃음)"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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