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유태오 인터뷰
1981년생 배우 유태오는 아이처럼 순수한 미소와 때묻지 않은 느낌이 가득하다. 어른스러운 면과 소년미가 공존한달까. 연기를 대하는 옹골찬 마음과 뚝심은 유태오의 소년다움을 더욱 부각시키는 것 같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의 셀린 송 감독 역시 유태오를 캐스팅한 이유로 "어린아이와 어른이 공존"하는 것을 꼽았다.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오른 '패스트 라이브즈'는 '인연'이라는 키워드로 얽히고설킨 실을 풀고 매듭짓는다. 유태오에게 자꾸만 눈길이 가는 이유는 장난스러운 표정 속에서 알 수 없는 아련함이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는 제77회 영국 아카데미(BAFTA)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유태오), 비영어권작품상 등의 해외에서 호평받았다. 한국 개봉을 앞둔 소감에 대해 유태오는 "드디어 보여줄 수 있어서 설레는 마음이다. 동시에 두렵기도 하다. 다국적 문화를 배경으로 살아왔는데, 영화 속에서 평범한 우리나라 남자를 표현해야 했다. 7일에 오스카 시상식도 있고 후보로 올라갔기에 마음이 이상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아쉽게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영국 아카데미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후보에 오른 것에 대해 "기대하지 않았다. 솔직히 그 자리에 가기 전까지는 실감이 안 난 것 같다. 그날 아침에 매니저가 소감을 준비했냐고 하더라. '오펜하이머'(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우 킬리언 머피가 수상하고 너무 안심했다. 앞서 길을 걸어간 선배가 아닌가. 킬리언 머피에게 '당신의 모든 영화를 챙겨봤고, 연기를 배운 학생'이라고 말했다. 따뜻한 온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경험하게 된 계기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시상식 현장에서 '오펜하이머'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만났다는 유태오는 "비하인드를 말하자면, 킬리언 머피에서 인사를 건네자 고맙게 포옹을 해주더라. '크리스토퍼 놀란을 만났냐'라고 물었다. '아니'라고 했더니 손을 잡고 감독에게 데려가 주더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도 우리 영화를 봤다는 소식을 들어서 '너무 팬이다. '메멘토'부터 모든 작업을 다 챙겨봤다. 한국 배우 필요하시면 꼭 오디션을 보게 해달라'라고 말했다.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더라"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오디션 테이프를 보내고 일련의 과정을 보낸 이후에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는 유태오는 "'패스트 라이브즈'의 해성 역을 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나리오를 받고 두 개의 테이프를 보내고 공식적인 오디션 단계를 겪었다. 2차 오디션을 화상으로 봤는데, 모든 시나리오에 있는 신들을 시키더라. 긴 시나리오를 세 너 번 연기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감이 생기더라. 2주 뒤에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라고 이야기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신인 감독 셀린 송의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해외의 다양한 영화제에 후보로 오르는 등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유태오는 "그냥 멋있는 감독이다. 배우 입장에서 신인 감독이건, 베테랑이건 자기 비전을 아는 사람이 편하다. 원래 감독이란 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셀린 송 감독은 그런 관점에서 편안한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유태오가 연기한 해성은 오랜만에 첫사랑 나영과 만나게 된다. 지나간 인연을 다시금 추억하고 만나는 과정이 그려진 '패스트 라이브즈'에 대해 유태오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인연이라는 동양철학적인 요소가 느껴졌다. 평범한 한국 남자를 표현하는 과정이 어려웠다. 복합적으로 봤을 때, 해성은 아련함도 있고 한도 맺혀있다. 멜랑콜리하다는 것을 표현해내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극 중에서 어색하지 않은 한국어 대사를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유태오는 "언어 치료와 스피치 강사를 하시는 분들이 있다. 마치 코치와 운동선수처럼 접근했다. 항상 외치면서 말하는 것을 연습했다. 대한민국 관객들이 내 연기를 들었을 때, 우스꽝스럽지 않게 보이려고 했다. 어조의 강약 조절, 무게감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 생각했던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뉴욕에서 연기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유태오는 "연기자가 되고 싶은 목적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체대에 다니고 싶었다. 우연히 미국에 가서 연기를 듣는 수업을 많이 받았다. 연기하는데 눈물이 터지고 안 멈춰지고, 너무 머리가 아프더라. 입에서 막 거품이 나왔다. 선생님이 나한테 오더니 연기를 해본 적이 있냐고 하더라. 마치 운동선수와 감독의 관계라고 생각했다. 재능이 있다고 하더라. 2주 만에 연기를 할 것이라고 결정했다"라고 당시의 상황을 털어놨다.
2019년 영화 '레토'(키릴 세레브렌니코프)에 출연하면서 세계적으로 얼굴을 알린 유태오는 운이 좋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유태오는 "작품 복이 있던 것 같다. 장편 영화 데뷔작이 2003년인데 그 영화도 칸 영화제에 갔다. 내가 찍은 신은 두 개밖에 없었는데.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물론 배우는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닌 선택을 받는 입장이 아닌가. 오디션을 열심히 보고 영화제가 좋아하는 소재를 다루는 감독님의 레이더에 어떻게 걸린 줄은 모르지만, 너무나 감사한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인생의 모든 순간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이 자리에 와있을 수 있던 모든 상황이 진짜 어릴 때, 나뭇가지가 갈라지는 과정을 닮아있는 것 같아요. 만약 내가 5초 늦게 문을 열고 나갔다면 이 자리에 없었을 것 같지 않나요?(웃음)"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의 셀린 송 감독 역시 유태오를 캐스팅한 이유로 "어린아이와 어른이 공존"하는 것을 꼽았다.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오른 '패스트 라이브즈'는 '인연'이라는 키워드로 얽히고설킨 실을 풀고 매듭짓는다. 유태오에게 자꾸만 눈길이 가는 이유는 장난스러운 표정 속에서 알 수 없는 아련함이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는 제77회 영국 아카데미(BAFTA)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유태오), 비영어권작품상 등의 해외에서 호평받았다. 한국 개봉을 앞둔 소감에 대해 유태오는 "드디어 보여줄 수 있어서 설레는 마음이다. 동시에 두렵기도 하다. 다국적 문화를 배경으로 살아왔는데, 영화 속에서 평범한 우리나라 남자를 표현해야 했다. 7일에 오스카 시상식도 있고 후보로 올라갔기에 마음이 이상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아쉽게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영국 아카데미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후보에 오른 것에 대해 "기대하지 않았다. 솔직히 그 자리에 가기 전까지는 실감이 안 난 것 같다. 그날 아침에 매니저가 소감을 준비했냐고 하더라. '오펜하이머'(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우 킬리언 머피가 수상하고 너무 안심했다. 앞서 길을 걸어간 선배가 아닌가. 킬리언 머피에게 '당신의 모든 영화를 챙겨봤고, 연기를 배운 학생'이라고 말했다. 따뜻한 온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경험하게 된 계기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시상식 현장에서 '오펜하이머'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만났다는 유태오는 "비하인드를 말하자면, 킬리언 머피에서 인사를 건네자 고맙게 포옹을 해주더라. '크리스토퍼 놀란을 만났냐'라고 물었다. '아니'라고 했더니 손을 잡고 감독에게 데려가 주더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도 우리 영화를 봤다는 소식을 들어서 '너무 팬이다. '메멘토'부터 모든 작업을 다 챙겨봤다. 한국 배우 필요하시면 꼭 오디션을 보게 해달라'라고 말했다.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더라"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오디션 테이프를 보내고 일련의 과정을 보낸 이후에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는 유태오는 "'패스트 라이브즈'의 해성 역을 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나리오를 받고 두 개의 테이프를 보내고 공식적인 오디션 단계를 겪었다. 2차 오디션을 화상으로 봤는데, 모든 시나리오에 있는 신들을 시키더라. 긴 시나리오를 세 너 번 연기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감이 생기더라. 2주 뒤에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라고 이야기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신인 감독 셀린 송의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해외의 다양한 영화제에 후보로 오르는 등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유태오는 "그냥 멋있는 감독이다. 배우 입장에서 신인 감독이건, 베테랑이건 자기 비전을 아는 사람이 편하다. 원래 감독이란 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셀린 송 감독은 그런 관점에서 편안한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유태오가 연기한 해성은 오랜만에 첫사랑 나영과 만나게 된다. 지나간 인연을 다시금 추억하고 만나는 과정이 그려진 '패스트 라이브즈'에 대해 유태오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인연이라는 동양철학적인 요소가 느껴졌다. 평범한 한국 남자를 표현하는 과정이 어려웠다. 복합적으로 봤을 때, 해성은 아련함도 있고 한도 맺혀있다. 멜랑콜리하다는 것을 표현해내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극 중에서 어색하지 않은 한국어 대사를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유태오는 "언어 치료와 스피치 강사를 하시는 분들이 있다. 마치 코치와 운동선수처럼 접근했다. 항상 외치면서 말하는 것을 연습했다. 대한민국 관객들이 내 연기를 들었을 때, 우스꽝스럽지 않게 보이려고 했다. 어조의 강약 조절, 무게감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 생각했던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뉴욕에서 연기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유태오는 "연기자가 되고 싶은 목적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체대에 다니고 싶었다. 우연히 미국에 가서 연기를 듣는 수업을 많이 받았다. 연기하는데 눈물이 터지고 안 멈춰지고, 너무 머리가 아프더라. 입에서 막 거품이 나왔다. 선생님이 나한테 오더니 연기를 해본 적이 있냐고 하더라. 마치 운동선수와 감독의 관계라고 생각했다. 재능이 있다고 하더라. 2주 만에 연기를 할 것이라고 결정했다"라고 당시의 상황을 털어놨다.
2019년 영화 '레토'(키릴 세레브렌니코프)에 출연하면서 세계적으로 얼굴을 알린 유태오는 운이 좋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유태오는 "작품 복이 있던 것 같다. 장편 영화 데뷔작이 2003년인데 그 영화도 칸 영화제에 갔다. 내가 찍은 신은 두 개밖에 없었는데.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물론 배우는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닌 선택을 받는 입장이 아닌가. 오디션을 열심히 보고 영화제가 좋아하는 소재를 다루는 감독님의 레이더에 어떻게 걸린 줄은 모르지만, 너무나 감사한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인생의 모든 순간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이 자리에 와있을 수 있던 모든 상황이 진짜 어릴 때, 나뭇가지가 갈라지는 과정을 닮아있는 것 같아요. 만약 내가 5초 늦게 문을 열고 나갔다면 이 자리에 없었을 것 같지 않나요?(웃음)"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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