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K팝 업계 추락 사고…현행법 바뀌었지만 현장은 여전히 위험 [TEN스타필드]
K팝 콘텐츠 제작 현장 내 안전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근로자의 전문성, 현장에서의 안전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근로자를 보호하는 관련 법안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 상황을 제대로 담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8일 오산경찰서와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42분께 오산시 세교동의 한 3층짜리 폐공장 2층에서 화보 촬영 관계자 A(30대) 씨 등 4명이 1층으로 추락했다. 높이만 6m로 알려졌으며, 이들은 2층에서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고로 30·40대 남성 2명이 머리 등을 다치는 중상을 입었다. 이후 이들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른 20대 남녀 2명은 경상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더블랙레이블은 YG엔터테인먼트의 관계회사로 테디가 2016년에 설립한 힙합 레이블이다. 그룹 빅뱅 출신 태양을 포함해, 전소미, 자이언티, 로렌, 배우 박보검 등이 소속되어 있다. 더블랙레이블은 또 신인 걸그룹 데뷔에 한창이다.

경찰은 "이날 촬영은 정식 가수가 아닌 연습생 대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현재 안전 수칙 준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에 책임자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 적용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후 더블랙레이블은 입장문을 내고 "당사는 의료진 협의로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전했다.
계속되는 K팝 업계 추락 사고…현행법 바뀌었지만 현장은 여전히 위험 [TEN스타필드]
가요업계 현장 사고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무대 설치 중 기둥 형태의 철제 장치가 쓰러졌다. 해당 사고로 작업자 3명이 경상, 1명이 중상을 입었다. 해당 근로자들은 '2023 송가인 전국투어 콘서트' 무대 준비를 위해 준비 중이었다.

또 2022년 8월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가수 싸이의 '흠뻑쇼'에서 발생했다. 당시 몽골 국적의 20대 남성 A씨가 15m 아래로 떨어졌다. 고인은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철거작업을 하던 A씨가 구조물 위에서 미끄러지면서 추락한 것으로 봤다.

2014년부터 7년간 48건의 공연장 산재가 보고됐다. 다만, 고용보험 가입자가 다친 경우만 집계한 것으로, 실제 사고는 더 잦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연스럽게 '공연법 개정안'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공연법 개정안'은 2018년 당시 24세의 나이로 성악 공부를 하며 장래가 유망한 예술인 고 박송희 씨가 공연 무대 설치 과정 중 한순간의 추락 사고로 목숨을 잃은 후 발의됐다. 공연장 내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주된 골자다. 다만, 관련 조항은 법정 안전교육 이수 등일 뿐 실질적 안전 개선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화보촬영 등의 경우 장소가 계속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미리 특정 지역의 안전점검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또 무대준비의 경우 대규모 공연 일정이 잡혀있고 대관 시간 등의 한계로 인해 빠른 설치와 빠른 철수가 필수적이다. 이에 현장에서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않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현행법이 이 같은 현장 상황을 대변하고 있는지 업계에서는 의문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공연장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정말 위험하게 일한다. 그냥 올라가서 작업을 한다. 추락 방지 장치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공연들은 많은데 제대로 훈련받은 분들이 없다"라며 "설치는 많이 해야 하니 사람들이 느슨해진다"고 덧붙였다.

2023년 총결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공연시장에서 1조2697억원 규모의 티켓이 판매됐다. 2022년에 비해 23.5%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K팝 시장 규모에 맞는 현장 안전 인식 개선, 현장 근로자 전문성 등이 필요하다.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 delo410@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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