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르세라핌 허윤진/사진=텐아시아DB
그룹 르세라핌 허윤진/사진=텐아시아DB
그룹 르세라핌 허윤진이 때아닌 '페미 논란'에 휘말렸다. 페미니즘 작가의 책을 읽었다는 이유에서다. 이 논란을 두고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24일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에는 르세라핌이 출연했는데, 분장을 받으면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던 허윤진의 모습이 시선을 끌었다. 이와 함께 책이 가득 들어있는 허윤진의 가방이 공개됐는데, 이중 가와카미 미에코 작가의 '젖과 알'(Breasts and Eggs)에 대중의 시선이 쏠렸다.
허윤진의 책/사진=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캡처
허윤진의 책/사진=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캡처
일부 네티즌들은 이 책이 '페미니즘 작가의 페미니즘 책'이라고 불린다는 이유로, 허윤진이 페미니스트가 아니냐고 지적하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 책은 모녀 관계, 인간 육체의 변화와 여성성을 주제로 하고 있다. 노화로 인해 신체에 불만이 많은 엄마와 이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혼란스러워하는 딸의 성장 서사를 그리고 있다. 이 책은 작품성을 인정받아 일본 최고 권위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으며, 2008년 일본 출간 이후 2021년 영문판으로 번역돼 출간될 정도로 대중성도 갖췄다 평가 받는다.

'젖과 알'의 작가가 페미니즘 성향을 가졌고, 해당 작품이 페미니즘 사상을 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허윤진을 페미니스트라고 일반화할 수 없다. 허윤진은 책을 읽었을 뿐이지, 공식적으로 페미니즘과 관련된 어떤 의견도 피력한 바 없기 때문이다. 로맨스 소설을 읽었다고 해서 연애를 했다고 할 수 없듯 페미니즘 관련 서적을 읽었다는 자체로 페미니스트로 몰아가는 것은 비합리적이란 지적이다.

국내 대중은 다른 국가 대비 페미니즘과 관련된 이슈에 특별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앞서 페미니즘 작품으로 알려진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이유로 몇몇 연예인들이 곤혹을 치렀던 사례가 있다.

개인적 관심 및 사상을 빌미로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은 '현대판 마녀사냥'과 다를 바 없다. 개인의 의견이 다수의 것과 일치해야 한다는 생각은 집단주의적 폭력성에 가깝다. 사회적 피해나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연예인 개인의 관심과 사상은 존중돼야 할 필요가 있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