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최성은 주연 '로기완', 넷플릭스 3월 1일 공개
송중기, 난민 인정받으려는 탈북민 연기 "신선한 시도"
최성은 "프랑스어 어려워"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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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가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벨기에에서 '생고생'한다.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에서다. 각본, 송중기는 과거 출연을 거절했지만 다시 한 번 제안을 받게 됐고 승낙했다. 그는 "내 영화"라며 작품에 애정을 드러냈다. 연출은 맡은 김희진 감독은 송중기의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27일 서울 마포동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김희진 감독과 배우 송중기, 최성은이 참석했다. 이금희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았다.

'로기완'은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와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송중기는 "오랫동안 준비한 작품이다. 매 작품 공개할 때마다 같은 기분이지만 '로기완'은 유독 이 작품이 주는 정서가 있어 긴장되는 날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성은은 "'로기완'을 어떤 장르로 단정 짓기 어려웠다. 김 감독님이 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마음이 따뜻하다고 느꼈다. 결국에는 삶을 살아가게 해주는 건 어떤 종류든 사랑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희진 감독에게 '로기완'은 데뷔작. 처음에는 작가로서 '로기완'의 각본 작업을 하기도 돼있었다. 그는 "멜로 영화로 각색해서 연출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원작 소설을 좋아하기도 했고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로 데뷔할 수 있다는 게 귀하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또한 "난민도 만나 보고 그 외에 다큐나 서적도 찾아봤다. 100% 고증을 따를 순 없었지만 막역한 기다림에서 오는 답답함, 불암감을 담아내려고 애썼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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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는 탈북 후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홀로 벨기에로 향한 로기완 역을 맡았다. 로기완은 말도 통하지 않는 유럽의 낯선 땅에서 절박하게 하루하루를 버틴다. 송중기는 "살아남으려는 기완이의 힘든 여정을 닮은 영화"라면서도 "힐링 영화라고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대본 보고 먹먹했다. 당시에는 김 감독님이 쓴 줄도 몰랐고 뒤에 있는 정보도 몰랐다. 글만 보고 신선한 작품이 나오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제작보고회 현장 모니터에는 로기완이 벨기에에서 난민 신청을 받는 장면이 담긴 스틸이 공개됐다. MC 이금희가 "더벅머리를 하고 잘생긴 건 반칙 아니냐"고 하자 송중기는 "아니다"며 쑥스러워했다.

송중기는 스틸 사진을 보며 "로기완이 어디 가면 난민 신청을 할 수 있는지 주소만 알고 있는 상황이다. 신청하는 법, 절차도 모른다. 영어도 못 하고 할 줄 아는 건 북한말뿐이다. 속절없이 기다리고만 있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말도 안 통할 거고 이방인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혼자 있는 가운데서도 살려고 뭐라도 하는 거다"고 했다. 이번 캐릭터 연기에 대해 "부족한 배우의 입장에서 해보고 싶었다. 신선하다고 했던 이유 중에 제 개인적으로 제가 신선해지고 싶어서도 있었다. 제게는 재밌는 시도였다. 저는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제가 생각하는 로기완은 심지가 굳고 진흙탕 속에서 꽃을 피우는 사람이다. 송중기를 염두에 두고 썼다. 글을 드렸을 때 흔쾌히 로기완이 돼준다고 해서 벅찼다"고 말했다. 송중기는 "흔쾌히?"라며 웃었다. 김 감독은 "북한말 사용, 외모 등이 인상적이긴 한데, 그것보다 송중기의 얼굴을 말하고 싶다. 오래 활동했지만 우리 영화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얼굴이 있다. 너무나 처연해서 안아주고 싶기도 하고 너무 서늘해서 얼어붙게 만들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송중기는 이 작품을 한 차례 고사했지만 결정을 번복했다. 그는 "6~7년 전에 한 번 거절했다. 용필름 대표님에게 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번복했다. 그때는 이해 안 된다고 거절했다. 그래놓고 '좋은데 왜 작품이 안 들어가지' 오지랖 부리고 있었다. 거절하고 후회했다. '재벌집 막내아들' 할 때 이 대본이 들어왔을 때 이건 내 영화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타이틀롤이라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영화의 IP가 넷플릭스에 있는지 용필름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 영화라는 생각이 강했다. 인연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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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은은 벨기에 국적을 가진 한국인 사격 선수로 활동했던 마리를 연기했다. 마리는 오랜 투병 끝에 엄마가 세상을 떠나자 그를 지켜주지 못한 아빠를 원망하며 더 이상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인물이다.

최성은은 극 중 캐릭터 설정 때문에 프랑스어와 사격을 배워야했다. 그는 "프랑스어가 더 어려웠다. 사격은 잘 쏘는 것보다 잘하는 것처럼 포즈를 하면 됐는데, 불어는 제가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잘해야하니 힘들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송중기는 "북한말 배우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다. 제가 걱정했던 건 로케이션이었다. 주위에서는 '해외 가서 좋겠다' 하는데 저는 썩 좋아하지 않는다. 힘든 작업이다. 이걸 올로케이션으로 한다? 데뷔하게 된 김 감독님은 어려운 걸 다 갖추고 시작하게 됐다. 언어, 로케이션 등. 저는 언어 면에서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성은은 "저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한국어가 아닌 것에 해방감도 있었다. 도와주는 선생님이 있어서 '괜찮냐' 물어봤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흠 잡을 데 없었다"며 배우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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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장면에 대해 송중기는 "밥 해먹는 장면이 있다. 배추된장국도 끓이고 솥밥도 한다. 글로 봤을 때는 그저 '그렇구나' 했는데 영화를 보니 중요한 장면이더라. 스포가 될까봐 다 얘기할 순 없지만 중요한 장면이다"고 꼽았다. 이어 "몇 번을 찍었는지 모르겠다"면서 감독을 바라봐 웃음을 안겼다. 김 감독은 "기완이 소중한 보살핌을 받았던 기억을 마리에게 선물하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극 중 배경은 벨기에지만 실제로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촬영했다. 배우들과 제작진은 헝가리에서 약 3개월간 머물렀다. 송중기는 "해외에서 같이 3개월 정도 지내며 찍었다. 영화에서 밥 같이 해먹고 이런 것처럼 서로 챙겨주곤 했다"고 기억했다.

송중기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90% 이상 촬영했다. 영화의 주된 배경은 벨기에지만 실제 촬영한 곳은 부다페스트였다. 영화에서 담으려고 하는 정서가 벨기에보다 부다페스트의 느낌이 낫다고 프로덕션에서 말씀해주셔서 좀 의아했다. 가보니 프로덕션이 왜 여기를 선택했는지 알겠더라. 사진 속 부다페스트는 아름다웠는데, 그 뒷골목에 가보니 적막함, 칙칙함이 우리 영화 정서와 부합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택스 리펀이 잘 된다더라. 프로듀서님들이 좋아했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김 감독은 "세트보다 실제 로케이션을 활용하자는 게 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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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와 최성은은 서로의 배우로서 매력을 칭찬했다.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촬영 중 송중기는 옆 세트장의 '시동' 촬영장에 놀러갔다가 최성은을 만나게 됐다고 한다. '시동'은 마동석, 최성은 등이 출연한 작품이다.

송중기는 "당시 제가 긴 가발을 쓰고 있어서 쑥스러워서 안 가려고 했는데, 옆 세트에서 (마)동석 형도 이상한 가발을 쓰고 있다고 해서 용기냈다. 둘 다 이상한 가발을 쓰고 밥 먹으러 갔는데 그때 성은씨도 있었다"며 웃었다. 당시 최성은의 첫인상에 대해 "쑥스러워하고 말수도 없었다"면서 "'시동'을 보고는 '그때 그렇게 말수 없었던 분이 저런 연기를 하는구나' 싶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또한 "최성은만의 에너지가 있다. 저는 마리 캐릭터가 한국영화에서 자랑스러워해도 될 만한 캐릭터라고 감히 건방지게 말씀드리고 싶다. 이런 유니크한 캐릭터에 최성은이 딱 맞다"고 칭찬했다.

최성은은 송중기에 대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고민하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어느날 느꼈다. 지금까지 저는 이해 안 되고 잘 몰라도 '해봐야지' 했다. 그게 항상 좋게만 흘러가진 않았다. 중기 오빠의 연기를 보고 호흡을 맞추면서 중기 오빠는 생각과 맞지 않거나 유기적인 흐름에 맞지 않으면 말하더라. '이래도 되는 거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끝내 설득해내는 모습을 배우고 싶었다. 보석 같이 반짝반짝 빛나는 게 안에 굳게 박혀있다. 이 사람이 단단하지만 화려한 빛이 나는 이유를 알게 됐다. 많이 의지했다"고 전했다.

'로기완'은 오는 3월 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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