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진, '파묘'서 장의사 役
대통령 염한 장의사에 지도 받기도
"어릴 적 묘 이장 본 적 있어"
"항일 코드, 처음엔 잘 몰랐다"
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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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스러울 정도예요. 예측할 수 없는, 생각지도 못한 스코어였어요. 지난 토요일보다 일요일 관객 수가 더 많았다고도 하더라고요. 이런 경우가 잘 없지 않나요? '서울의 봄'이 그랬다고 들었어요. 그러고 보니 지금이 딱 서울의 봄이네요. 하하. 봄이 오고 있어요."

부쩍 따뜻해진 날 만난 유해진은 영화 '파묘'의 호성적에 특유의 유머러스함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지난 22일 '파묘' 개봉한 파묘는 4일째 누적 관객 수 229만 명을 넘기면서 올해 개봉작 가운데 최단 기간 200만 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유해진은 "이게 다 '히딩크와 메시' 덕분"이라고 했다. 앞서 이번 영화 출연자 최민식이 김고은을 메시, 김고은이 최민식을 히딩크라고 비유한 걸 말한 것. 관객들의 호평을 동료들 덕으로 돌린 것이다.
'파묘' 스틸 / 사진제공=쇼박스
'파묘' 스틸 / 사진제공=쇼박스
유해진은 '파묘'에서 베테랑 장의사 영근 역을 맡았다. 어찌 보면 이번 작품에서 유해진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화려하게 눈에 띄는 장면이 없는 것. 하지만 유해진은 섬뜩한 영화의 균형을 잡아 주고 현실감을 더해주는 '평범함'을 충실히 수행한다. 유해진 역시 자신을 '진행자 역할'로 소개했다.

"저는 딱 중간 역할이에요. 리어카 끌고 갈 때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대사로 상황을 설명해주기도 하고 관객의 마음을 대신 전하기도 하죠. '왜 굳이 묘를 파냐', '안 파면 아무일도 없는데' 같은 식이요. 티 안나게 끌고 가는 진행자 역할이에요. 풍수사, 무속인들이 무속신앙에 집중해 있다면 저는 한걸음 뒤에서 판단하고 대신 얘기해주죠. 혼 부르기 장면에서도 내가 '오소서, 오소서'와 같은 추임새를 넣어요. 센 영화이기 때문에 살짝 미소 지을 수 있는 부분을 두세 군데 정도 가끔 만들어주기도 하죠. 장의사까지 난리 쳤으면 요란스럽다고 했을 겁니다. 하하"
'파묘' 스틸 / 사진제공=쇼박스
'파묘' 스틸 / 사진제공=쇼박스
유해진은 실감나는 장면을 위해 대통령을 염한 경험이 있는 장의사에게 지도를 받았다. 그는 "'내가 프로다'가 아닌 몸에 벤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해진은 어릴 적 실제로 이장하는 모습을 본 적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예전에 어르신들이 꿈자리가 안 좋고 사업이 잘 안 되면 '묫자리가 안 좋아서 그러니 이장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시곤 하지 않았나. 관을 열어서 물이 차 있으면 '그래서 꿈에 할아버지가 나타나셔서 안 좋은 소리 하고 가셨구나' 그러신다. 산 사람들에겐 일종의 자기 위안인 거다"고 말했다.

"우리 아버지도 이장에 관심이 많았으셨어요. 아버지가 5대 독자셔서 집안이 잘 돼야 한다는 짐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잘 되나? 하하. 실제로 저도 이장하는 걸 본 적 있는데, 영화에도 잘 구현돼있어요. 감독이 꼼꼼하고 철저한 사람이에요. 모르는 게 있으면 지도해주셨던 분들한테 하나하나 물어보더라고요."

'파묘'에는 주인공 이름이 독립운동가와 같다든지, 극 중 인물들이 타는 차의 번호가 '1945', '0301', '0815'라든지 '항일 코드'가 숨겨져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유해진도 촬영하며 '항일 코드'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잘 몰랐어요. 대본 볼 때 '그런 얘기인가보다' 정도만 알았죠. 배역 이름이 독립운동가들과 같다거나 차 번호가 그렇다는 사실은 나중에 하다 보면서 알았어요. '진짜?' 그랬죠."
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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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은 코로나 팬데믹 여파에도 '승리호', '공조2: 인터내셔날', '올빼미', '달짝지근해: 7510' 등 꾸준히 영화를 선보여왔다. 이달에는 지난 7일 '도그데이즈'에 이어 22일 '파묘'도 선보이게 됐다. 유해진은 "나는 복 받은 사람 같다. 작년까지 내가 영화 찍고 있다고 그러면 '지금 영화를 찍고 있다고?'라며 부러워하더라.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얼마 전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님을 만났어요. '해진아, 영화가 잘 돼서 좋기도 하지만 현장에 있는 게 즐겁다'라는 얘기를 진솔하고 진지하게 하더라고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가 잘 되면 기쁨이 배가되지만 현장에 있을 때 제 존재를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 동안 쭉 쉼 없이 찾아주는 분들이 있었고 덕분에 영화를 계속할 수 있었어요. 안 했던 작품의 결과가 안 좋을 때는 '돌아가신 엄마가 나를 참 잘 보살펴주고 계시는구나' 생각도 해요. 하하."
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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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하다 영화로 옮겨온 유해진. 그는 "처음에는 참 애먹었다"며 웃었다. 그는 "큰 극장이라는 한 공간에 같이 모여 보고 느끼는 게 좋다. 그걸 못했을 때 그립더라. 지금은 할 수 있어서 좋은데, 또 극장 사정이 좋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다"라며 씁쓸해 하기도 했다.

지난 주말 '파묘' 팀은 30여 번의 무대인사로 관객을 만났다. 이후에도 또 무대인사 일정이 예정돼 있다. "무대인사 600건이건 무엇이건 지금은 무엇을 해서라도 (극장 활성화를 위해) 할 수 있는 걸 하려고 합니다. 극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걸 해야죠."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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