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 '파묘'서 무당 역
"무속인에 영상 통화하며 조언 구해"
"진짜 신 받게 될까 걱정"
"하고 싶은 역할? 스스로 한정하지 않아"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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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신했다고요? 하하. 기분 좋은 평가예요. 다행스럽습니다. 제가 무속신앙 쪽으로는 잘 몰랐기 때문에 어색하게 표현할까봐 걱정이 컸어요. 그런 평가를 해주셨을 때 안도감이 들었어요."

김고은은 영화 '파묘'에서 신들린 무속인 연기로 호평 받고 있다. 그는 쏟아지는 호평에 쑥스러워했다. 그는 "접신했을 것 같다는 느낌보다는 굿 장면을 촬영할 때 징, 북을 쳐주는 분들이 더 세게 쳐주시고 분위기를 고조시켜주신 덕분에 흥이 더 오르고 파이팅이 생겼다. 힘이 올라오고 흥분되더라"며 촬영을 도와준 이들에게 공을 돌렸다.
'파묘' 스틸 / 사진제공=쇼박스
'파묘' 스틸 / 사진제공=쇼박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김고은은 젊은 나이에도 출중한 실력과 강렬한 카리스마를 가진 무당 화림 역을 맡았다.

"포스, 아우라는 사소한 거에서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굿하거나 경문 외는 큰 퍼포먼스를 잘해내는 것도 중요했지만 디테일한 동작들에 신경썼어요. 굿을 준비할 때 몸을 살짝 떤다거나 목을 살짝 꺽는다거나, 이런 동작들은 굿을 보러 다니며 선생님들을 자세히 관찰했던 부분이에요. 칼은 어떻게 잡는지, 몸을 왜 떠는지 하나하나 물어보면서 했죠. 휘파람 부는 건 원래 없었던 퍼포먼스인데 현장에서 '넣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 봤어요. 저는 귀 쪽을 잡아서 조금 더 집중하는 느낌을 가미하고 싶었는데, 그게 괜찮은지 물어보기도 했어요. 선생님들이 바빠서 현장에 늘 나와계실 수 없기 때문에 사소한 것들도 전화해서 물어봤어요. 영상통화도 했죠. 유튜브 영상도 많이 찾아보고 참고했어요."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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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 영화라 하면 촬영도 무섭지 않을까 싶지만 김고은은 실제 촬영 현장은 "유쾌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홍보 활동을 하다 뒤늦게 오싹한 사실을 알게되기도 했단다. 그는 "감독님 말씀으로는 혼 부르기의 경문 외는 장면 후에 스태프들이 아팠다고 하더라. 제사 음식을 스태프가 먹었는데 다래끼가 나기 시작했다고도 한다. 혼 부르기 장면은 제가 가장 스트레스 받았던 장면이라 당시에는 전혀 몰랐던 사실이고 뒤늦게 알고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굿하거나 경문을 외는 퍼포먼스를 하다 보니 '진짜 신을 받으면 어떡하냐' 걱정도 했어요. 귀신 볼까봐 걱정도 했죠. 하하. 제가 심야괴담 같은 프로그램을 좋아해요. 그런 거 보면 너무 쉽게 어느 순간 귀신을 보고, 또 계속 보고 그러더라고요. '나한테도 그런 일이 발생하면 어떡하지' 그랬어요. 그런데 '걱정할 거 전혀 없다. 못 볼 거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다면 더 열심히 하겠다고 그랬죠. 하하."

'파묘'는 영화에 숨겨진 '항일 코드'로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가 한반도의 정기를 끊기 위해 한국 산간벽지 이곳저곳에 쇠말뚝을 박았다는 '쇠말뚝'설이 소재로 쓰였다. 캐릭터들의 이름은 독립운동가들과 같다. 극 중 차량 번호도 '1945', '0301', '0815' 등이다. 김고은은 앞서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영웅'에도 참여했다. 출연이 조심스러울 수도 있지 않나는 물음에 김고은은 이렇게 답했다.

"그런 지점을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다만 조심스럽긴 해요. 하지만 이야기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작품 선택에 영향을 주진 않았어요. 제 캐릭터의 매력이 크게 다가왔어요."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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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은 드라마 '작은 아씨들', '유미의 세포들' 시리즈를 통해 사랑스럽고도 섬세한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 '협녀, 칼의 노래'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액션도 선보였다.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갖춘 김고은이다.

"제 스스로 단정 짓지 않으려고 해요. '어떤 캐릭터, 어떤 장르를 하고 싶다'고요. 저는 '뭐는 하고 싶고, 뭐는 안 하고 싶다' 그런 게 없어요. 한 작품으로 대중에게 크게 각인된 뒤에 비슷한 작품들이 들어오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분명 보여주지 않은 모습도 있어요. 그걸 끄집어 내는 도박 같은 선택을 하기 쉽지 않은 것도 이해가 되죠. 하지만 제 안에서 한계를 지으면 정말 한정되는 거예요. 그런 단점을 스스로 만들려고 하진 않아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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