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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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작품의 무게감, 재미, 그리고 진정성이 느껴진다. 데뷔 35년차를 맞은 최민식에게 이제 연기는 '일상'이다. 최근에는 연기 인생 처음으로 도전한 오컬트 장르 '파묘'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35년이란 세월에 더 이상 새로울 게 없을 것 같던 최민식에게서 또 다른 면모가 기대되는 이유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최민식은 조선 팔도 땅을 찾고 파는 40년 경력의 풍수사 상덕 역을 맡았다.
'파묘' 스틸 / 사진제공=쇼박스
'파묘' 스틸 / 사진제공=쇼박스
연기 활동 35년간 안 해본 게 없을 것 같은 최민식에게 '파묘'는 첫 도전한 오컬트 장르 영화. 12년 만에 출연한 예능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을 통해서 "(무서운 걸) 별로 안 좋아한다. 괜히 내 돈 내고 무서운 거 보고 시달리는 게 싫다"라고 털어놨다. 앞서 JTBC '뉴스룸'을 통해서도 "오컬트라는 장르가 싫으면서도 괜히 궁금하지 않나. 이 작품을 선택한 건 장재현 감독 때문이다. 전작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라는 영화를 잘 봤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치켜세우기만 하는 '홍보성 멘트' 대신 재치 있는 솔직한 고백으로 '최민식답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최민식은 '파묘' 제작보고회에서 "굿하는 걸 보는 걸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 요즘은 미신이라고 터부시되고 뒷전이 됐는데, 저는 예전부터 동네, 집에서 굿하는 모습을 좋아했다. 공연을 보는 것 같았다. 기승전결, 카타르시스도 있다. 나중에는 다 울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파묘'에서 볼거리와 더불어 내포하고 있는 느낌이 좋다"고 전했다.
사진=텐아시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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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새로운 도전을 마다치 않는 최민식은 한국영화계의 역사를 함께해왔다. '올드보이',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악마를 보았다' 등 굵직한 작품으로 독보적 캐릭터를 완성했다. '악마를 보았다'에서 연쇄살인마를 연기한 그는 '유퀴즈'를 통해 "관객들이 극장에서 보다가 뛰쳐나갈 정도로 끝까지 밀어붙여 보려고 했다. 인간이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후유증이 심했던 그는 피비린내로 인해 촬영 중단 후 토하고 다시 찍은 적도 있다고 한다.

'명량'에서는 이순신을 연기했던 최민식. 위인을 연기한 만큼 부담감도 컸을 법하지만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순신이라는 인물에 접근하고, 위인이 아닌 인간 이순신의 면모를 담아내려 했다. 그는 "외로움의 무게가 느껴졌다. 왕도 역적으로 몰아서 죽이려고 하지 않았냐.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충성 하나만으로 버텼을지 내가 궁금하더라. 영웅 이순신이 아닌 모진 세월을 견뎌내며 전쟁을 승리로 이끈 인간의 모습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캡처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캡처
최민식이 어려울 후배들도 있을 것. 작품 할때마다 후배들도 돈독하게 지낸다는 최민식은 "분위기가 부드러워야 현장이 유연해지고 덜 긴장한다. 제가 워밍업하는 거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농담도 주고받는다. 특히 처음 만나는 배우들은 조금이라도 연장자가 다가가서 분위기를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20대 때의 자신과 달라진 점이 있냐는 물음에는 "없다"고 했다.

최민식 같은 '대배우'에겐 수많은 스태프가 따라다닐 것 같지만 현재 그는 소속사 없이 활동하는 중이다. 최민식은 "제가 운전하고 다닌다. 오히려 촬영 현장이 멀면 더 좋다. 오늘 촬영이면 어제 내려가 있는 스타일이다. 내려가서 맛집 어딨나 검색도 하고 그런다. 제가 일찍 도착했는데 촬영 끝난 친구들이 있으면 전화해서 거기서 같이 밥도 먹는다"라며 소탈한 면모를 드러냈다. 출연료 협상은 어떻게 하냐는 물음에 최민식은 "출연료는 정해져 있더라"면서 출연료도 직접 체크하는 '프로'다운 면모로 웃음을 안겼다.
사진=JTBC '뉴스룸' 캡처
사진=JTBC '뉴스룸' 캡처
최민식은 앞서 연기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그는 "진정성은 허구의 이야기를 표현할 때 사기가 되지 않으려면 내가 믿고 해야 한다. 그 안을 관통하는 가치와 철학이 있어야 한다. 외롭지만 카메라 앞에 섰을 때 무조건 그 인물이 돼야 한다. 프로 배우라면 그래야 한다"고 배우의 책임감에 대해 말했다. 연기에 대해서는 "죽어야 끝나는 공부인 것 같다"고도 했다.

35년차에도 끊임없이 '공부'를 이어가고 있는 최민식. 연기에 대해서는 진중하게, 삶에 있어서는 소소하게 살아가고 있는 최민식에게서 진정한 프로 배우의 면모가 엿보인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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