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세라핌은 하는데 뉴진스는 망설이는 그것…'이지 리스닝'은 콘서트에 적합할까  [TEN스타필드]
《윤준호의 복기》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동향을 소개합니다. 대중의 니즈는 무엇인지, 호응을 얻거나 불편케 만든 이유는 무엇인지 되짚어 보겠습니다.



르세라핌은 시작했고, 뉴진스는 아직 준비중인 카드가 있다. 그룹에게 있어 놓칠 수 없는 기회이자 황금알로 불리는 단독 콘서트 또는 월드투어가 그것이다.

해당 활동들은 국내·외 자신들의 입지를 넓히며, 나아가 상당한 수익을 안겨준다. 이 같은 이유는 소속사의 입장과도 같은 궤를 이루고 있다. 월드 투어, 단독 콘서트 개최는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활동이 아니다. 여러 과제를 풀어낸 그룹만이 가능하다. 앨범 및 곡 수, 탄탄한 팬층, 그룹의 화제성 등이 조건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약 2시간 동안의 콘서트 '러닝 타임'을 이끌 힘이 있어야 한다.

'러닝 타임'을 조율할, 즉 공연 음악에 어울려야 한다는 뜻이다. '공연 음악으로서 매력이 있는가'라는 의문에 꾸준히 언급되는 그룹이 있다. 어도어 '민희진의 매직'이라 불리며 아이돌 업계 판도를 바꿨다 평가받은 뉴진스다.

뉴진스는 어텐션, 하입 보이, 디토, 슈퍼 샤이, OMG 등을 내놓으며 큰 사랑을 받았다. 실제로 데뷔 6개월 만에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고 '멜론 차트 최장기간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7월 발매한 미니 2집 '겟 업'(Get Up)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타이틀곡 슈퍼 샤이, ETA, 쿨 위드 유 세 곡을 동시에 진입시켰다. 지금까지 여기에 3곡 이상을 동시에 진입시킨 K팝 가수는 방탄소년단(BTS)과 뉴진스 뿐이다.
르세라핌은 하는데 뉴진스는 망설이는 그것…'이지 리스닝'은 콘서트에 적합할까  [TEN스타필드]
다만, 뉴진스는 숱한 인기에도 월드 투어는 아직 '준비중'인 단계다. 미국 시카고 롤라팔루자, 일본 도쿄 서머소닉 등의 무대에 오른 것 이외에는 그룹 자체적 해외 활동에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가 따른다.

뉴진스가 월드투어 개최 확정에 대해 속 시원히 말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도어와 뉴진스는 데뷔 이후 싱글 앨범으로 재미를 봤다. 공연을 진행할 절대적인 곡 수가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뉴진스는 퍼포먼스가 약점은 아니지만, 강점인 그룹도 아니다. 강렬한 사운드로 객석을 압도할 힘이 있냐는 의문이 따라붙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뉴진스의 대표곡들이 대부분 공연 음악에 어울리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아이돌 음악은 수백, 수천 명과 호흡하며 잔잔한 분위기를 즐기는 장르가 아니다. 아이돌 콘서트는 평균 수만 명의 관객이 환호하는 공간이다. 그 때문에 공연 러닝 타임 중 공백이 있거나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 정도의 대중음악으로는 부족하다.

물론, 뉴진스는 준비가 끝나는대로 월드 투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늦어도 내년 상반기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하이브도 세상을 놀라게 할 콘서트를 하겠다는 포부다. 이에 월드 투어 이전 올해 상반기 내놓을 음악이 중요하다. 고민할 지점도 있다. 단순 듣기 쉬운 노래라면 공연형 아이돌로서의 한계를 보일 수 있다. 공연을 염두한 강한 음악이라면 그간의 콘셉트를 희석시킨다.
르세라핌은 하는데 뉴진스는 망설이는 그것…'이지 리스닝'은 콘서트에 적합할까  [TEN스타필드]
반면, 쏘스뮤직의 르세라핌은 지난해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글로벌 투어에 나섰다. 이 기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첫 단독 콘서트 '플레임 라이즈스'에서 1만500명을 동원하며 티켓 파워를 과시했다. 이들은 2022년 5월 하이브에서 선보인 첫 걸그룹으로, 데뷔한 지 약 1년 3개월 만에 단독 콘서트를 연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르세라핌이 음원 성적, 신드롬, 화제성 등에서 뉴진스에게 밀릴 수 있으나 공연 음악으로는 한발 앞섰다는 평이다. 결국 이들이 보여줄 선의의 경쟁은 K팝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하이브는 뉴진스, 르세라핌의 성장을 통해 수익 안정화를 기대해야 하는 입장이다. 2024년 두 그룹의 월드투어가 하이브 뿐 아니라 K팝 업계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 delo410@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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