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거란 전쟁'을 둘러싼 논란들
원작자와 제작진의 싸움이 번져가는 것이 우려되는 이유
원작자와 제작진의 싸움이 번져가는 것이 우려되는 이유

"현종의 낙마는 원작 내용 중에는 없다" 원작 및 역사 왜곡 비판

양규 장군(지승현)이 전사한 16화 이후의 전개는 원작자뿐만 아니라 시청자들까지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17화에서 현종(김동준)과 강감찬 장군(최수종)의 갈등은 극한에 달했다. 강감찬이 비리를 저지른 김은부(조승연)의 파직을 현종에게 요구하자, 오히려 현종은 강감찬에게 실망하며 파직을 명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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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의 입장
"이야기 방향성 맞지 않아 새롭게 자문팀 꾸리고 대본 집필" 탄생기 공개

하지만 길승수 작가는 KBS 측의 입장문에 "2022년 6월경 처음 참여했을 때 확실히 제 소설과 다른 방향성이 있었다. 그 방향성은 '천추태후'가 메인 빌런이 되어서 현종과 대립하며 거란의 침공도 불러들이는 스토리였다. 화들짝 놀라서 그런 역사 왜곡의 방향으로 가면 '조선구마사' 사태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포기됐는데 원정왕후를 통해 어느 정도 살아남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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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소설가가 저에 대한 자질을 운운하며 비난하는 것은 분명 도를 넘은 행동"

이어 "하지만 길승수 작가는 이정우 작가의 대본 집필이 시작되는 시점에 자신의 소설과 ‘스토리 텔링의 방향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고증과 관련된 자문을 거절하였고 수 차례 자문에 응해줄 것을 요청하였지만 끝내 고사하였다. 이후 새로운 자문자를 선정하여 꼼꼼한 고증 작업을 거쳐 집필 및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길승수 작가가 저와 제작진이 자신의 자문을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기초적인 고증도 없이 제작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당혹감을 느낀다"라고 덧붙였다.
이정우 작가 역시 "'고려 거란전쟁'은 소설 '고려 거란 전기'를 영상화할 목적으로 기획된 것이 아니다.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전쟁'은 KBS의 자체 기획으로 탄생했으며 처음부터 제목도 '고려 거란전쟁'이었다. 처음부터 별개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사실 원작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원작 소설가가 '16회까지는 원작의 테두리에 있었으나 17회부터 그것을 벗어나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의도를 모르겠다"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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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거란 전쟁'을 둘러싼 비판을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이렇게까지 사건이 커진 이유는 어쩌면 '고려 거란 전쟁'의 전개가 시청자들에게 전혀 설득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한 몫 할 것이다. 특히 픽션 사극이 아닌 대하 사극이라는 지점은 기록된 역사를 최대한 지키면서 어떻게 극적 재미를 줄 것인가에 대해 어느정도 초점이 맞춰져있다. 원작자인 길승수 작가가 짚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원작의 내용을 따르고, 따르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계속된 폭로전과 비난은 작품이 지닌 본질마저 퇴색될 확률이 높다. 아직 방영 중인 '고려 거란 전쟁'을 두고 이른바 진실 공방을 벌이는 것은 옳지 못한 처사로 보인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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