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 곧 죽습니다'에서 표현된 12번의 죽음
12번의 죽음을 표현한 방식
신스틸러 3인 이도현, 김재욱, 김미경
12번의 죽음을 표현한 방식
신스틸러 3인 이도현, 김재욱, 김미경
![사진=티빙 '이재, 곧 죽습니다' 캡처](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BF.35511030.1.png)
최이재가 겪게 되는 삶은 영화 '뷰티 인사이드'(감독 백종열)를 연상시킬 정도로 각양각색이다. 때문에 현재 최이재가 느끼는 감정선을 이질적이지 않게 연결해줘야 하는 만큼, 그가 겪는 인물 즉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했다. 배우 최시원, 성훈, 김강훈, 장승조, 이재욱, 이도현, 김재욱, 오정세, 김미경은 '이재, 곧 죽습니다'의 무게중심을 잡아줬다. 그중에서 강렬했던 신스틸러 3명만 꼽아본다.
4화 '죽음이 두려운 이유', 장건우 역 배우 이도현
![사진=티빙 '이재, 곧 죽습니다' 캡처](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BF.35511001.1.png)
배우 이도현은 생전에 최이재가 인식하지 못했던, 죽음 이후에 남은 사람들에 대한 자각을 단계적으로 표현해냈다. 집 앞에서 꽃다발을 들고 다른 남자와 서있던 여자친구 이지수를 보고 오해했던 것에 대한 진실과 자신이 선물해줬던 만년필을 버리지 않고 간직하는 모습들이 그러했다. 생전에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사실에, 울컥하지만 쉽사리 드러낼 수 없는 마음에 꾹꾹 눌러 담다가 '내가 최이재'라고 털어놓는 장면은 그동안의 후회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하다. 진실을 털어놓는 순간, 돌진한 박태우(김지훈)의 차량 탓에 죽어가는 이지수를 바라만 보다가 눈물을 흘리는 짧은 시퀀스는 이도현이 왜 20대를 대표하는 배우인지를 단박에 깨닫게 된다.
6화 '죽음의 틀을 깨고 죽음과 싸우는 건 불가능하다', 정규철 역 배우 김재욱
![사진=티빙 '이재, 곧 죽습니다' 캡처](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BF.35511007.1.png)
배우 김재욱은 연쇄살인마 정규철이 지닌 괴물적인 파괴욕과 이성을 잃고 폭주한 최이재의 감정선을 일종의 퍼즐 조각처럼 부드럽게 꿰맞춘다. 날카로운 눈매와 중저음의 목소리는 최이재가 느끼는 분노를 짧은 시간 내에 강렬하게 표현된다. 무엇보다 김재욱은 인간을 하나의 예술 도구로 생각하며,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듯한 얼굴로 '섬뜩함'이 무엇인지를 바로 증명해내는 것. 박태우를 자신의 작업실로 끌고 와, 죄를 심판하는 나지막한 목소리와 광기 어린 표정은 거듭해온 N회차 인생의 최이재와 정규철의 본성이 혼재되어 해당 에피소드의 몰입감을 높인다.
8화 '죽음을 찾지 말라. 죽음이 당신을 찾을 것이다', 최이재 엄마 역 배우 김미경
![사진=티빙 '이재, 곧 죽습니다' 캡처](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BF.35511010.1.png)
배우 김미경의 연기력은 단 한 장면만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아들 최이재를 그리워하며 "원래 엄마 아들로 태어났으면 했는데, 다음 생에는 더 좋은 엄마 만나"라며 목놓아 우는 장면 말이다. '국민 엄마'라는 호칭이 잘 어울리는 김미경은 드라마 '또 오해영'(2016), '하이바이, 마마!'(2020), '웰컴투 삼달리'(2023)에서 다양한 엄마들을 보여줬고, '이재, 곧 죽습니다'에서는 엄마가 지닌 후회, 서러움과 함께 아들 최이재가 느끼는 삶에 대한 본질을 깨닫는 과정을 융합적으로 표현했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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