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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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배우들, 뮤지션들의 뿌리가 됐던 '학전'이 창립 33주년을 맞는 내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며 문을 닫는다. 코로나 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공연 업계의 재정 악화와 위암 투병중인 김민기의 건강 악화가 큰 이유가 됐다. "학전이 뿌리"라는 이들이 모여 학전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소감을 전했다.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국음악저작권협회 KOMCA홀에서 '학전 AGAIN' 프로젝트 기자 회견이 열렸다.

이날 '학전 AGAIN' 행사에는 배우 설경구, 장현성, 배해선, 방은진과 뮤지션 박학기, 김형석, 박승화(유리상자), 크라잉넛 여행스케치가 참석했다. 작사가 김이나가 진행을 맡았다.

학전(대표 김민기)은 1991년 3월 대학로 소극장으로 개관한 이후 다양한 예술 장르간의 교류와 접목을 통한 새로운 문화창조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해왔지만 내년 3월 15월 문을 닫게 된다.

'학전 AGAIN' 프로젝트는 학전 출신 문화예술인들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로 2024년 2월 28일부터 3월 14일까지 학전 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학전이 창립 33주년을 맞는 내년, 폐관을 앞두고 '학전 AGAIN' 프로젝트 공연이 진행된다.
./ 사진=조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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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학전 AGAIN' 프로젝트 공연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박학기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부회장은 "무슨 일을 할 때 계획을 세우고 하면 너무 늦다고 생각한다. 시작하면서 정리하는 것도 없지않아 있다고 생각한다. 어제가 있었기에 오늘이 있고 씨앗이 있었기에 나무가 있는 거다. BTS나 블랙핑크가 성공하기 전 출발한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항상 우리는 한 층껏 쌓는 것만 생각하고 누가 쌓았나를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TV에서 각광받는 사람들 외에도 많은 이들이 있다. 가끔 친구들에게도 니 덕에 학전이 생각났다며 연락이 온다. 다양한 채널과 창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것이 금방 지나가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 내가 김광석 콘서트를 10년 이상 했다. 그러다 보니 젊은 사람들도 많이 좋아하고 알게 되더라" 라고 뿌리가 된 학전을 언급했다.

박학기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부회장은 "'아침 이슬' 50주년 때 대부분의 뮤지션이 참가했다. 우리가 음악을 시작할 때 누군가를 바라보면서 시작한다.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선배는 김민기 선배셨다. 학전은 우리가 첫 발을 내딛을 수 있는 꿈의 장소였다. 음악을 시작하고 많은 예술인들이 연극을 시작했다. 김민기 선배는 항상 늘 그 자리에 똑같은 모습으로 계셨다. 나이도 많이 드셨고 많은 것을 감내하고 계시더라"면서 회상했다.
/ 사진=조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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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학전 프로젝트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취지는 무엇일까.

장현성은 "자연인 장현성의 인생으로 봤을 때 학전과의 추억이 관객으로서도 많다. 어떤 가수의 콘서트를 봤던 것, 선배의 공연을 봤던 것 등 굉장히 많은 관객분들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라면서 "본인의 인생에서 귀중한 시간들을 되돌이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슬프기도 하지만 굉장히 기쁜 선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모양 빠지지 않게 잘 준비할 테니 관객분들도 믿고 찾아와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설경구는 "사실 이 자리에 오고 싶지 않았다. 처음에는 못 가겠다고 했는데 몇 시간 후에 다시 전화드려서 참석하겠다 했다"라면서 운을 뗐다.
/ 사진=조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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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장현성과 마찬가지로 나도 학전이 나의 시작점이다. 장현성과 배해선은 오디션을 보고 왔지만 나는 포스터를 붙이다 '지하철 1호선'에 탑승하게 됐다. 대학시절 용돈 벌이를 위해 학전에서 포스터를 붙였다. '지하철 1호선' 첫 공연을 할 때 나한테는 와이어리스가 없었다. 노래가 안돼서"라고 첫 작품에 합류하게 된 일화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나를 이끌어줬다. 우리가 독일 베를린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리스 관광객들이 이상한 푸념을 했다. 밀실 같은 곳이었는데 내 눈에는 어마어마해 보였다. 그걸 베를린 시에서 제공을 했다 하더라. 그런데도 투정을 부리더라. 그래서 우리는 자급자족한다고 배부른 소리 하지 말라고 했다"라고 회상하면서 "아침이슬의 뿌리인 학전도 시나 재단 쪽에서 이어가 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청년 문화의 상징적인 존재로 가치있는 장소라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소망을 전했다.
/ 사진=조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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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듯 학전은 오랜 시간 동안 재정난을 겪어왔고 코로나 19로 인해 공연 업계가 피해를 직격탄으로 입게됨과 동시에 김민기 대표가 위암으로 투병하며 운영상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했다.

박학기는이번 공연 수익은 학전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알려졌다.

그는 "공연장이 크기가 180석 쯤 된다. 공연장의 가격이 얼마 되지 않는다. 풀 매진이 된다고 하더라도 스태프들도 있으니 수익은 얼마 남지 않을 거다. 그래도 이익을 남길 것이다. 수익금은 생겨도 나눠주기에는 말도 안된다. 김민기 형이 했던 말 중에 멋있는 말이 있다. 음향, 조명, 가수, 다 10만원 씩 받기로 하자 하니 본의 아니게 몇백만원이 남더라. 이건 친구와 수많은 선후배들이 힘을 합친 돈이기에 남겨둬야 한다고 하시더라. 그게 씨드머니가 된 거다. 그러며서 김광석 공연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 사진=조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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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우리가 만드는 돈은 얼마 되지 않을 거다. 말도 안되는 적은 금액일지 몰라도 어마어마한 힘이 생길 돈이라고 생각한다. 민기형과 학전과 문화를 위해 쓰이는 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래도 많으면 좋겠다. 큰 금액은 아니겠지만 순 수익이 4천만원이 나올 수 있을까 생각한다. 많은 곳에서 천만원 정도 기부해주신다고 하셨다. 크고 작은 금액을 떠나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박학기는 "우리가 모은 모든 돈은 학전의 재정상태와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 쓰일 것이다. 혹시라도 생각이 있으신 분들이 있다면 기부 영수증도 발행해줄 생각이다"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학전 무대를 거쳐 성장한 예술인으로는 가수 윤도현, 박학기, 강산에, 알리, 유리상자, 이은미·자전거탄풍경, 정동하 등과 배우 황정민, 설경구, 김윤석, 안내상, 장현성, 이정은, 김원해 등이 있다.

한편 '학전 AGAIN' 프로젝트는 내년 2월 28일부터 3월 14일까지 학전 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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