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정모은을 집 앞까지 데려다준 차진우는 이어 홍기현(허준석 분)의 가게를 찾아갔다.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홍기현은 마음에도 ‘기브 앤 테이크’가 필요하다며, “넌 안 주지? 안 받지? 마음 가지고 그렇게 막 깔끔 떠는 거 아니라고. 말이 전부가 아니라고”라며 걱정과 애정이 섞인 잔소리를 쏟아냈다. 친구 앞에서는 못내 웃어넘긴 차진우였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원인 모를 열병으로 청력이 손실된 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남들보다도 매순간 더 많은 신경을 기울이며 살아왔던 차진우. 그런 그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다가오는 발소리를 들을 수 없는 나에게 타인과의 안전거리 확보는 필수다. 그래야 누구도 다치지 않는다”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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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모은은 기다리던 캐스팅 합격 소식을 듣게 됐다. 대사까지 있는 역할인 만큼 의미가 특별했다. 차진우에게도 연락을 하려 했지만, 앞선 불편한 대화가 못내 마음에 걸려 결국 관뒀다. 그런 와중에 차진우가 개인 사정으로 아트센터 수업을 며칠간 쉰다는 소식을 듣게 된 정모은. 걱정되는 마음에 문자를 보냈지만 돌아오는 답장은 없었다. 부푼 기대를 안고 돌입한 촬영 역시 정모은의 예상과는 달랐다. 뺨까지 여러 차례 맞아야 하는 쉽지 않은 촬영이었지만, 본편에 실릴지조차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차가운 현실 앞에서 정모은은 초라한 기분을 느끼며 집으로 향했다. 그때껏 차진우에게서는 답장 한 통이 없었다. 엄마의 안부 연락에 괜스레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꾹 참으며 걸음을 옮기던 때였다. 거짓말처럼 눈앞에 차진우가 나타났다. 그를 보자마자 정모은은 하루 동안 억눌러왔던 감정을 터뜨리며 그에게 달려갔다. 차진우의 옷자락을 붙든 채, 그의 등 뒤에서 마음껏 눈물을 쏟아낸 정모은과 이를 오롯이 받아준 차진우의 모습은 설렘을 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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