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일의 휴가' 기자 간담회
영화 '3일의 휴가' 제작보고회. /사진=조준원 기자
영화 '3일의 휴가' 제작보고회. /사진=조준원 기자
'3일의 휴가'는 보편적인 소재를 다루기에 더욱 마음을 울리는 지점이 있다. 부모와 자식으로서 한번 즈음은 겪어봤을 법한 에피소드를 곳곳에 배치하면서 속절없이 눈물이 터지는 구간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엄마와 그런 엄마를 그리워하는 후회 많은 딸의 관계성은 '3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포개진다. 얽히고설키는 이해관계 속에서 육상효 감독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소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있느냐고.

27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3일의 휴가'(감독 육상효) 관련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감독 육상효, 배우 김해숙, 신민아, 강기영, 황보라가 참석했다.'3일의 휴가'는 하늘에서 휴가 온 엄마 복자(김해숙)와 엄마의 레시피로 백반집을 운영하는 딸 진주(신민아)의 힐링 판타지 영화다.
육상효 감독. /사진=조준원 기자
육상효 감독. /사진=조준원 기자
연출을 맡은 육상효 감독은 '나의 특별한 형제'(2019)로 유쾌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3일의 휴가'를 찍으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육상효 감독은 "기억이나 그리움 같은 것이 중요하다. 그런 것들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를 많이 생각했다. 음식, 음악, 풍경 등에 중점을 뒀다"라고 설명했다.

러닝타임이 지속될수록 속절없이 눈물이 터지게 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 재미, 감동과 슬픔을 어떤 식으로 조절하려고 했느냐는 물음에 육상효 감독은 "이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슬픈 에피소드가 더 많았다. 슬픔이 너무 강해서 이야기가 흐트러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감독으로서 건조한 영화를 만드는 것도 두려운 일이다. 관객들은 감정이 흔들리는 것을 좋아하기에, 감정이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슬퍼야 한다고 생각했다. 슬픔의 눈물도 있고, 공감 때문에 흘리는 것도 있지 않나. 그런 눈물이 이 영화 속에 있었으면 했다"라고 답했다.

그중에서도 딸 진주(신민아)와 엄마 복자(김해숙) 사이에 흐르는 노라 존스의 음악 'don't know why' 장면은 유독 인상적이다. 해당 곡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육상효 감독은 "10여년 전에 전문직을 가지고 있는 여성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면, 그런 컬러링이 나왔다. 지적인 분들은 저 노래를 많이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대학 교수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노라 존스 노래를 쓰는 게 자연스럽다고 연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저작권 문제 때문에 힘들었다. 노라 존스가 허락해서 노래를 사용할 수 있었다. 우리는 얼마나 부모님의 전화를 안 받고 있냐는 생각이다. 이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 중의 하나는 '부모님의 전화를 잘 받자'다"라고 언급했다.
배우 김해숙. /사진=조준원 기자
배우 김해숙. /사진=조준원 기자
배우 김해숙은 죽은 지 3년이 되던 어느 날,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휴가를 받고 지상으로 내려온 엄마 복자 역을 맡았다.

극 중에서 맡은 역할과 중점을 둔 포인트에 대해 김해숙은 "저희 엄마가 하늘에서 내려오시면 어떠셨을까를 많이 생각했다. 사람은 누구나 이별해야 하니까. 내가 만약 이런 일이 있다면, 내 딸에게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며 현실적이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에 중점을 뒀다. 서로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고, 따로따로 해야 하는 것이 현장에서도 어려웠는데 고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진주 역의 신민아와 함께 모녀로 연기한 소감으로 김해숙은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해숙은 "배우를 떠나서 (신민아 씨와) 정말 모녀 같은 감정을 서로 주고받았던 것 같다. 우리 딸 같은 마음으로 연기를 해서 너무 좋았다. 만족한다고 하면 웃기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민아와 엄마로 만나서 연기한 것이 좋았다"라고 이야기했다.

제작보고회에서 '3일의 휴가'를 찍으며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도 많이 났다고 말하기도 했던 김해숙. 그녀는 "이 세상의 모든 자식들은 똑같을 것 같다. 저 역시 진주였고, 제 딸이 지금 진주를 하고 있다. 부모하고의 관계가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영화를 통해서 어떻게 보면, 가장 소중하고 가까운, 항상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해야 할 말을 놓치기도 한다. 진주가 못다 한 말을 꿈에서 할 때처럼 저희 어머니한테 못 해 드렸다. 그래서 정말 고맙고 엄마한테 감사하다. 너무 사랑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계실 때 드렸으면 더 좋았을걸"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배우 신민아. /사진=조준원 기자
배우 신민아. /사진=조준원 기자
배우 신민아는 엄마와의 추억이 담긴 레시피로 백반집을 운영하는 딸 진주 역을 연기한다.

연기를 하면서 캐릭터에 중점을 둔 포인트에 대해 신민아는 "사실 저도 누군가의 딸이고, 딸이 엄마한테 대하는 감정이 복잡하면서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편한 존재이자 감정 표현을 많이 하는 존재이지 않나. 극 중에서 진주는 엄마에 대한 미움과 애증이 있는 마음이, 물론 다른 상황이지만 시나리오를 읽고 쉽게 공감이 됐다. 보편적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진주의 마음을 많이 공감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복자 역의 김해숙과 모녀로서 호흡을 맞추며 어땠느냐는 질문에 신민아는 "저 역시 선생님과 연기를 하는 것이 처음에는 부담도 됐다. 긴장도 많이 했다. 선생님과 첫 신을 찍고 뭔가 이상하게 엄마 같다는 느낌보다는 같은 사람인 것 느낌이었다. 본능적으로 느끼는 비슷한 류의 사람이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선생님 덕분에 진주가 사랑스럽게 보인 것 같다. 감사한 마음이다. 워낙 편안하게 예뻐해 주셔서 촬영 이후에도 선생님의 마음이 가슴 깊이 있다. 그런 마음이 영화에 묻어나온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지막에 선생님과 눈을 마주 보고 연기를 했을 때는 리허설 때부터 눈물이 나왔다. 그래서 감독님께서 자제시키셨다. 꾹꾹 참으면서 연기를 했다. 선생님 눈을 보면 그냥 연기가 잘 나올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어 케미가 좋았다"라고 언급했다.
배우 강기영. /사진=조준원 기자
배우 강기영. /사진=조준원 기자
배우 강기영은 복자의 특별한 휴가를 돕는 가이드 역으로 유쾌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연기를 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에 관해 묻자 강기영은 "박복자 님을 뫼시는 가이드 역이다. 처음에 역할을 제안받았을 때, 회사에서는 저승사자 역이라고 해서 걱정이 됐었다. 감독님이 주시는 디렉션은 지극히 평범한 여행사의 수습 직원 같은 느낌이라고 하시더라. 이승과 저승의 구분 없이 편하게, 어리숙한 가이드 역을 했다. 특별히 귀신이라는 표현을 넣지는 않았다. 일상적으로 연기하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상대방과 안 보이는 것처럼 연기해야만 해서 어려움도 많았을 터.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느냐는 질문에 강기영은 "유일하게 소통한 사람이 박복자님과 초롱이었다. 사실 황보라 씨는 동갑이고, 신민아 씨는 나보고 나이가 어리다. 두 분이 나보다 데뷔를 빨리하셨다. 하는 내내 소통이 너무 하고 싶었다. 제발 나를 쳐다봤으면 좋겠는데, 이번 작품은 그럴 수 없었다. 다음에 더 좋은 작품을 해보면 좋겠다. 가이드로서 김해숙 선배님을 모셨지만,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엄마한테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역할이었으면, 진솔하게 말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다음에 우리 엄마가 되어주십쇼!"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배우로서 제가 살아온 생태계는 튀어야 살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오히려 이번 작품에서는 상대방을 빛나게 해야, 내가 빛이 난다는 생각을 불현듯 했다. 재밌게 해야 한다는 생각은 했지만, 내가 다 먹어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다. 결과물도 좋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라고 답했다.
배우 황보라. /사진=조준원 기자
배우 황보라. /사진=조준원 기자
배우 황보라는 진주의 단짝 친구 미진 역으로 미국 교수직을 내려놓고 돌연 시골집으로 돌아온 진주를 진심으로 걱정하며 그 곁을 지켜주는 인물로 등장한다.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냐는 질문에 황보라는 "항상 작품을 하면 그런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돋보이고 웃길까 하는 욕심이 있었다. 감독님께서 '이번에는 오바하지 마시고, 서정적으로 연기하시면 좋겠다'라고 하시더라. 힘 많이 빼려고 했다. 나름 괜찮지 않았나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최근 황보라는 임신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영화를 보면서 더 몰입되지 않았냐는 질문에 황보라는 "제일 슬펐던 장면이 서울에서 혼자 공부하면서 엄마와 진짜 많이 싸웠다. 복자가 맥도날드 신에서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우리 엄마도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우리 아기한테 '나는 희생하는 엄마가 아니다'라고 다짐했다"라고 설명했다.

영화 '3일의 휴가'는 12월 6일 개봉한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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