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스 티켓' 김세정./사진제공=SBS
'유니버스 티켓' 김세정./사진제공=SBS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인 김세정이 이제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어엿한 심사위원이 됐다. 온정과 냉정이 모두 담긴 김세정의 심사평은 시청자들을 공감하게 했다.

김세정은 SBS 오디션 프로그램 '유니버스 티켓'의 심사위원 '유니콘(유니버스 아이콘)'을 맡았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82명의 소녀들이 걸그룹 데뷔를 목표로 경연에 참가했다.

지난 18일 방송된 '유니버스 티켓' 1회에서는 본격적인 배틀에 앞서 첫 순위 발표식이 진행됐다. 이번 순위는 지난 7월 프로필 선공개를 통해 사전 투표로 결정된 것. 첫 배틀은 1대1 지목으로, 상위권 참가자들은 하위권 참가자 중 이길 수 있을 만한 상대를 선택했다.

참가자 가운데 다이아 출신 권채원과 버스터즈 전지은의 대결은 심사위원들의 관심을 얻었다. 두 사람 모두 걸그룹 활동 경력이 있었기 때문. 권채원은 2위라는 높은 순위의 참가자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기대 이하의 무대를 펼쳤다. 불안한 음정과 엉성한 댄스는 실망감을 안겼다. 이때 김세정의 심사평이 눈길을 끌었다.

김세정은 "감히 말을 해보자면"이라며 조심스레 운을 뗐다. 이어 "저는 걸그룹한테 그렇게 실력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신 무대에서 그 실력이 드러나서는 안 된다. 들켜서도 안 된다. 들키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피, 땀, 눈물 흘려서 무대를 완벽히 만들어 내는 게 아이돌이라고 저는 생각한다. 부족할지언정 완성은 해내야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 분은 현직 걸그룹을 하고 있고 한 분은 걸그룹이셨다. (그 타이틀이) 많이 무의미한 것 같다"고 심사했다. 그러면서 "20초만 부르는 멤버일지라도, 20초 동안만큼의 자신의 실력을 들켜서는 안 된다. 82초를 불렀다고 해서 드러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두 분께 20초를 맡겼어도 비슷했을 거다. 두 분 다 연습을 많이 하셔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사진=SBS '유니버스 티켓' 캡처
사진=SBS '유니버스 티켓' 캡처
김세정의 심사평이 주목받은 이유는 그 역시 오디션 출신인 만큼, 조심스럽고 배려심 있으면서도 예리했기 때문이다. 김세정은 2016년 방송된 Mnet '프로듀스 101' 시즌1를 통해 프로젝트 그룹 아이오아이로 데뷔했다. 뛰어난 가창력과 털털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혼자서도 노래, 퍼포먼스가 가능한 김세정은 걸그룹 구구단 활동에 이어 솔로 가수로도 꾸준히 활동하며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현재는 연기도 병행하며 배우로도 인정받고 있다.

'프로듀스 101' 경연 당시 김세정이 첫 순위 발표식에서 1위를 하면서 남긴 소감은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했다. "엄마, 오빠, 우리 셋이서 참 바닥부터 힘들게 살아왔는데, 앞으로 꽃길만 걷게 해드리겠다"라며 눈물 흘리는 김세정의 모습에서는 데뷔라는 꿈에 대한 진정성과 의지가 엿보였다. 최종 멤버로 선발될 당시 어머니에게 "꽃길만 걷자"라고 한 말은 유행어가 됐다. 김세정은 '꽃길'이라는 솔로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진=Mnet '프로듀스 101' 시즌1 캡처
사진=Mnet '프로듀스 101' 시즌1 캡처
김세정은 어려운 집안 환경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부모님 이혼 후 어머니, 오빠와 함께 살았는데, 경제적 사정이 어려웠다. 서울에서는 이모집에 세를 들어 살았는데, 집은 12평 정도됐다고 한다. 어머니가 홀로 뒷바라지할 걱정에 김세정은 성공의 보장이 없는 가수 도전을 망설였지만 어머니는 "하고 싶은 걸 해"라고 했다고 한다. 용기를 얻은 김세정은 "어머니에게 부끄럽지 않은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김세정이 더 절실히, 열정적으로 오디션에 임했던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오디션 참가자에서 최종 데뷔 멤버로, 이제는 심사위원까지 된 김세정의 심사평에서 진정성이 느껴지는 이유다.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은 통상 날카로울 것이라 여겨진다. 전문가, 가요계 선배로서 심사위원들이 촌철살인의 혹평을 날리는 모습을 시청자들은 많이 기억한다. 하지만 김세정은 자신이 오디션 출신인 만큼 참가자들의 마음을 더 잘 알기에 한마디 한마디 더 신중했다. 그러면서도 예리했다. 김세정의 진심 어린 심사평은 참가자들의 무대보다 오히려 더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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