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물 안에 틈입하는 판타지와 범죄의 이유
드라마 '하이쿠키'와 영화 '사채소년'의 닮은 지점
왜 감독들은 학교라는 공간을 택했는가
드라마 '하이쿠키'와 영화 '사채소년'의 닮은 지점
왜 감독들은 학교라는 공간을 택했는가

2020년대에 진입하며 미디어에서 그린 학교는 단순히 배우고 학습하는 공간이 아니라 살아남아야 하는 공간으로 변했다. 때 묻지 않고 순수해야 할 학교에 사회적 문제가 틈입하며 그야말로 혼돈이 들어선 것이다.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시즌1(2022)의 고등학교는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며 죽고 죽이는 인간군상을 다뤘고, 티빙 오리지널 '방과 후 전쟁활동'(2023)은 입시를 앞둔 고3 학생들이 하늘을 뒤덮은 괴생명체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사투를,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2020)에서는 보건교사(정유미)의 시점에서 보이는 젤리들이 학교 안을 뒤덮으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루고 있다.

어째서 학교는 판타지가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자 각종 범죄가 자리한 온상지가 되었을까. 2000년대 초반, 꾸준히 제작된 영화 '여고괴담' 시리즈에서 그리듯 학교는 공포이자 불안이 잠식된 공간이었다. 더욱이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드러나는 것도 학교였기에, 영화 '친구'(2001), '말죽거리 잔혹사'(2004)에서 우리는 친구를 따라 폭력의 세계 안에 이끌린 주인공을 그려냈다는 것도 확인해볼 수 있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드림하이' 시리즈' '학교' 시리즈, '꽃보다 남자', '상속자들'처럼 학교는 성적, 돈 등의 계급으로 확연하게 구분된 사회를 담기도 했다.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며 반영하는 하이틴물 안에서 우리는 어떤 흐름을 포착할 수 있는가.
◆ 학교 안에서 판매되는 수제쿠키 아니 마약? U+드라마 '하이쿠키'

'하이쿠키'에서 학교의 지하실, 세탁실, 화장실, 복도라는 익숙한 공간들은 수제 쿠키가 소비되고 유통되는 장소로 탈바꿈한다. 게다가 셰프라 불리는 존재는 학교 안에 빠져나갈 수 없는 마약 소굴을 만들었다. 일련의 사건(수제 쿠키를 2개 이상 섭취)으로 최민영이 사고를 당하면서 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언니인 최수영(남지현)이 이은서라는 새로운 신분으로 위장해 정한고등학교로 들어가게 된다. 최수영의 목적은 사고로 깨어나지 못하는 동생 최민영을 깨울 해독제를 받는 것. 셰프의 지시로 최민영이 아닌 마약 유통업자가 된 최수영/이은서는 최민영의 친구였던 서호수(최현욱)과 함께 비밀을 파헤치게 된다.

물론 학교 안에서 마약을 쉽게 구하고 사는 배경 설정은 다소 극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청소년의 마약 범죄는 이미 걷잡을 수 없다는 기사 보도를 속속들이 찾아볼 수 있다. 40~50대 연령의 경우, 마약을 구매하는 과정이 대면으로 이뤄지면서 상선을 추적할 수 있다는 보도와 더불어 어린 연령대의 경우는 발달한 온라인 구매로 인해 대면하지 않고도 쉽게 살 수 있다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하이쿠키' 안에서 수제 쿠키로 묘사되는 마약은 현실에서는 초콜릿이나 영양제로 둔갑해서 유통되기도 했다는 보도 내용 역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월, 경남경찰청은 향정신성 의약품인 툭락과 케타민을 초콜릿, 커피 등으로 위장해 국내에 밀반입해 재판매 및 투약한 혐의로 26명을 구속하고, 그 외 14명을 불구속 입건하기도 했다. '하이쿠키'가 담은 학교 안에서 마약을 판매하는 행위는 판타지적인 설정도 경악할만한 사건도 아닌 현실 그 자체다.
◆ 학교 안에서 돈을 빌려주고 갚는 사채를 한다고? 영화 '사채소년'

자신을 괴롭히던 남영(유인수)가 강진이 갚아야 하는 사채업자의 돈에 손을 대면서 상황을 반전되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자기 뜻대로 이룬 적 없던 비참한 현실 속에서 강진은 사채업으로 일종의 희망을 엿본다. 하지만 사채라는 특성이 그러하듯 거미줄처럼 뻗어나간 고리들은 강진을 덮친다.

지난 5월 30일 SBS 뉴스에 따르면, 학생들 사이에서 온라인 불법 도박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채까지 한다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휴대전화로 손쉽게 도박 사이트로 현금을 보내 게임 머니를 받아 사용하는 방식으로 중독된 학생들은 고리대금을 손대는 상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사채소년' 안에서 그려지는 강진의 상황이 말도 안 되거나 판타지는 아니라는 반증이다.
◆ '바로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내포한 공간, 학교

'하이쿠키'의 송민엽 감독은 "잘못된 일인 줄 알면서도 목표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유혹에 빠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인물들이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라고 말했고, '사채소년'의 황동석 감독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관한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좋은 어른이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이들은 어땠겠냐는 생각이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두 작품 모두 공통적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다'는 이야기하고 있다. 아직 모든 편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하이쿠키'에서 중요한 지점은 마약을 유통하던 고등학생 동생 최민영 대신 언니 최수영이 학교로 잠입하면서 사건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성인인 최수영은 교복을 입고 이름을 바꿔야지만 신분을 바꿀 수 있다. 초반부 비정규직으로 공장에서 일하던 최수영은 자신의 회사 안에서 벌어지던 성희롱이나 직장 내 언어폭력에 노출되었지만 꾹 참고 바꾸려고 하지 않지만, 학교 안으로 들어가면서는 바꿔보려는 시도를 행한다. '사채소년'에서도 강진과 그의 친구 다영(강미나)는 "우리 다시 돌아갈 수 있겠지?"라고 말하며 마무리된다.
다루는 소재는 상이하지만, 어쩌면 '하이쿠키', '사채소년'을 비롯한 학교를 배경으로 한 학원물들이 말하고 있는 지점은 본질적으로 비슷할지도 모른다. '바꿀 수 있다는 희망', '아직은 돌아갈 수 있는 선이 있다는 믿음'이다. 어느샌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울타리 안에서 우리는 학교(學校)의 본질적인 의미를 두 작품을 통해 되짚어볼 필요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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