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물 안에 틈입하는 판타지와 범죄의 이유
드라마 '하이쿠키'와 영화 '사채소년'의 닮은 지점
왜 감독들은 학교라는 공간을 택했는가
드라마 '하이쿠키'와 영화 '사채소년'의 닮은 지점
왜 감독들은 학교라는 공간을 택했는가
배울 학(學)과 학교 교(校)가 합쳐진 단어 학교(學校)는 말 그대로 배움의 장소다. 공부한다는 목적도 있지만, 숱한 인간관계(교우관계)가 집약된 복합적인 공간이다. 최근 미디어에서 다루고 있는 학교 안에서 우리는 기묘한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020년대에 진입하며 미디어에서 그린 학교는 단순히 배우고 학습하는 공간이 아니라 살아남아야 하는 공간으로 변했다. 때 묻지 않고 순수해야 할 학교에 사회적 문제가 틈입하며 그야말로 혼돈이 들어선 것이다.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시즌1(2022)의 고등학교는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며 죽고 죽이는 인간군상을 다뤘고, 티빙 오리지널 '방과 후 전쟁활동'(2023)은 입시를 앞둔 고3 학생들이 하늘을 뒤덮은 괴생명체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사투를,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2020)에서는 보건교사(정유미)의 시점에서 보이는 젤리들이 학교 안을 뒤덮으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루고 있다. 좀비, 괴생명체와 같은 판타지적인 성격을 지닌 학원물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범죄가 포개지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끌고 온 작품도 여럿 있다. 넷플릭스 '인간수업'(2020)은 돈을 벌기 위해 범죄의 세계에 발을 들이면서 선악이 뭉개지는 지점을, Wavve의 '약한영웅 Class 1'(2022)은 계급과 서열로 급우들을 짓밟는 벽산고등학교 안에서 연시은(박지훈)이 수많은 폭력에 맞서는 과정을, Wavve의 '청담국제고등학교'(2023)는 상류층 자녀들이 다니는 명문고등학교 안에서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생긴 암투를 다루고 있다.
어째서 학교는 판타지가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자 각종 범죄가 자리한 온상지가 되었을까. 2000년대 초반, 꾸준히 제작된 영화 '여고괴담' 시리즈에서 그리듯 학교는 공포이자 불안이 잠식된 공간이었다. 더욱이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드러나는 것도 학교였기에, 영화 '친구'(2001), '말죽거리 잔혹사'(2004)에서 우리는 친구를 따라 폭력의 세계 안에 이끌린 주인공을 그려냈다는 것도 확인해볼 수 있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드림하이' 시리즈' '학교' 시리즈, '꽃보다 남자', '상속자들'처럼 학교는 성적, 돈 등의 계급으로 확연하게 구분된 사회를 담기도 했다.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며 반영하는 하이틴물 안에서 우리는 어떤 흐름을 포착할 수 있는가.
◆ 학교 안에서 판매되는 수제쿠키 아니 마약? U+드라마 '하이쿠키' 그 물음에 답하기 위해, 2023년 공개된 U+드라마 '하이쿠키'와 영화 '사채소년'(감독 황동석)을 데려와 보기로 한다. 우선, 11월 14일 기준 12화(총 20부작)까지 공개된 '하이쿠키'는 의문의 수제쿠키가 엘리트 정한고등학교에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스마일' 모양의 평범한 노란색 수제쿠키는 모든 욕망을 들어준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성분을 철저하게 숨긴 마약 쿠키다. 개당 300만원을 웃도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끄는 이유는 한 입만 먹어도 간절히 바라고 소망하던 것들이 눈앞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물론 환각이고 망상이지만, 각자만의 이유로 고통 속에서 허덕이는 학생들에게는 만병통치약처럼 그려진다. 극 중에서 최민영(정다빈)은 수제 쿠키를 판매하는 운반책이다. 하지만 S반의 1등이 갑작스레 죽고, 그 이유에 수제 쿠키의 과다복용이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문제는 확대된다.
'하이쿠키'에서 학교의 지하실, 세탁실, 화장실, 복도라는 익숙한 공간들은 수제 쿠키가 소비되고 유통되는 장소로 탈바꿈한다. 게다가 셰프라 불리는 존재는 학교 안에 빠져나갈 수 없는 마약 소굴을 만들었다. 일련의 사건(수제 쿠키를 2개 이상 섭취)으로 최민영이 사고를 당하면서 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언니인 최수영(남지현)이 이은서라는 새로운 신분으로 위장해 정한고등학교로 들어가게 된다. 최수영의 목적은 사고로 깨어나지 못하는 동생 최민영을 깨울 해독제를 받는 것. 셰프의 지시로 최민영이 아닌 마약 유통업자가 된 최수영/이은서는 최민영의 친구였던 서호수(최현욱)과 함께 비밀을 파헤치게 된다. 학교 안에서 마약을 유통하는 내용을 그린 '하이쿠키'는 소재 면에서 자극적이고 강렬하다. 에피소드가 공개되며 셰프의 존재가 고등학생 서호수였다는 것이 밝혀진 이 시점에서 '하이쿠키'를 본다면 더욱 그러하다. 서호수는 돈에 눈이 먼 나쁜 어른들이 만든 검출되지 않는 마약 레시피를 우연히 손에 넣으며, 가난에서 탈출하고자 돈을 버는 수단으로 사용한다.아픈 엄마를 지켜주고 돈을 버는 서호수의 사정에 '누가 이 학생을 그 지점까지 몰고 갔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물론 학교 안에서 마약을 쉽게 구하고 사는 배경 설정은 다소 극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청소년의 마약 범죄는 이미 걷잡을 수 없다는 기사 보도를 속속들이 찾아볼 수 있다. 40~50대 연령의 경우, 마약을 구매하는 과정이 대면으로 이뤄지면서 상선을 추적할 수 있다는 보도와 더불어 어린 연령대의 경우는 발달한 온라인 구매로 인해 대면하지 않고도 쉽게 살 수 있다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4월 19일 보도에 따르면, 인천의 고등학교 3명이 공부방 목적의 오피스텔에서 마약을 판 혐의로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을 사들이고, 운반책에게 구매자와의 약속 장소를 알려주면 약속된 곳에 마약을 숨겨 전달하는 교묘한 수법을 사용했다. 거래 장소에서 압수된 마약은 1만 2000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4억 9000만원 상당이었다고 밝혀졌다. 게다가 2022년 한 해 동안 검거된 10대 마약 사범의 수가 294명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국내 최연소 마약사범의 나이가 14세라는 것.
'하이쿠키' 안에서 수제 쿠키로 묘사되는 마약은 현실에서는 초콜릿이나 영양제로 둔갑해서 유통되기도 했다는 보도 내용 역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월, 경남경찰청은 향정신성 의약품인 툭락과 케타민을 초콜릿, 커피 등으로 위장해 국내에 밀반입해 재판매 및 투약한 혐의로 26명을 구속하고, 그 외 14명을 불구속 입건하기도 했다. '하이쿠키'가 담은 학교 안에서 마약을 판매하는 행위는 판타지적인 설정도 경악할만한 사건도 아닌 현실 그 자체다.
◆ 학교 안에서 돈을 빌려주고 갚는 사채를 한다고? 영화 '사채소년' 오는 11월 22일 개봉하는 영화 '사채소년'도 마찬가지다. 사채를 갚지 않고 도망친 부모, 지속적인 학교 폭력에 노출되었던 고등학생 강진(유선호)는 사채업자 랑(윤병희)의 달콤한 꼬임에 넘어간다. 바로 학교 안에서 학생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사채를 하라는 것. 주머니 상황이 두둑하지 못한 학생들의 상황을 이용한 범죄였지만, 강진에게 이것을 탈출구나 다름없다.
자신을 괴롭히던 남영(유인수)가 강진이 갚아야 하는 사채업자의 돈에 손을 대면서 상황을 반전되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자기 뜻대로 이룬 적 없던 비참한 현실 속에서 강진은 사채업으로 일종의 희망을 엿본다. 하지만 사채라는 특성이 그러하듯 거미줄처럼 뻗어나간 고리들은 강진을 덮친다. 이를 두고 볼 수 없었던 남영의 계략에 돈을 빌린 친구들은 '배 째라'는 식으로 갚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강진은 자신이 빌려준 만큼 돌려받아야 하는 악순환에 빠져버렸다. 무엇보다도 초반부 머리카락으로 눈썹과 눈을 모두 덮고 있던 눈은 사채를 하면서 드러나지만, 전에 본 적 없는 일그러진 모습이다. 자신의 집에 찾아오던 사채업자들이 윽박지르며 돈을 요구하는 과정과 판박이인 셈이다.
지난 5월 30일 SBS 뉴스에 따르면, 학생들 사이에서 온라인 불법 도박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채까지 한다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휴대전화로 손쉽게 도박 사이트로 현금을 보내 게임 머니를 받아 사용하는 방식으로 중독된 학생들은 고리대금을 손대는 상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사채소년' 안에서 그려지는 강진의 상황이 말도 안 되거나 판타지는 아니라는 반증이다.
◆ '바로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내포한 공간, 학교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왜 마약을 유통 및 소비하고, 사채의 차용증을 쓰고 돈을 받는 공간이 학교인 걸까.
'하이쿠키'의 송민엽 감독은 "잘못된 일인 줄 알면서도 목표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유혹에 빠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인물들이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라고 말했고, '사채소년'의 황동석 감독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관한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좋은 어른이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이들은 어땠겠냐는 생각이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두 작품 모두 공통적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다'는 이야기하고 있다. 아직 모든 편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하이쿠키'에서 중요한 지점은 마약을 유통하던 고등학생 동생 최민영 대신 언니 최수영이 학교로 잠입하면서 사건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성인인 최수영은 교복을 입고 이름을 바꿔야지만 신분을 바꿀 수 있다. 초반부 비정규직으로 공장에서 일하던 최수영은 자신의 회사 안에서 벌어지던 성희롱이나 직장 내 언어폭력에 노출되었지만 꾹 참고 바꾸려고 하지 않지만, 학교 안으로 들어가면서는 바꿔보려는 시도를 행한다. '사채소년'에서도 강진과 그의 친구 다영(강미나)는 "우리 다시 돌아갈 수 있겠지?"라고 말하며 마무리된다.
다루는 소재는 상이하지만, 어쩌면 '하이쿠키', '사채소년'을 비롯한 학교를 배경으로 한 학원물들이 말하고 있는 지점은 본질적으로 비슷할지도 모른다. '바꿀 수 있다는 희망', '아직은 돌아갈 수 있는 선이 있다는 믿음'이다. 어느샌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울타리 안에서 우리는 학교(學校)의 본질적인 의미를 두 작품을 통해 되짚어볼 필요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2020년대에 진입하며 미디어에서 그린 학교는 단순히 배우고 학습하는 공간이 아니라 살아남아야 하는 공간으로 변했다. 때 묻지 않고 순수해야 할 학교에 사회적 문제가 틈입하며 그야말로 혼돈이 들어선 것이다.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시즌1(2022)의 고등학교는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며 죽고 죽이는 인간군상을 다뤘고, 티빙 오리지널 '방과 후 전쟁활동'(2023)은 입시를 앞둔 고3 학생들이 하늘을 뒤덮은 괴생명체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사투를,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2020)에서는 보건교사(정유미)의 시점에서 보이는 젤리들이 학교 안을 뒤덮으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루고 있다. 좀비, 괴생명체와 같은 판타지적인 성격을 지닌 학원물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범죄가 포개지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끌고 온 작품도 여럿 있다. 넷플릭스 '인간수업'(2020)은 돈을 벌기 위해 범죄의 세계에 발을 들이면서 선악이 뭉개지는 지점을, Wavve의 '약한영웅 Class 1'(2022)은 계급과 서열로 급우들을 짓밟는 벽산고등학교 안에서 연시은(박지훈)이 수많은 폭력에 맞서는 과정을, Wavve의 '청담국제고등학교'(2023)는 상류층 자녀들이 다니는 명문고등학교 안에서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생긴 암투를 다루고 있다.
어째서 학교는 판타지가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자 각종 범죄가 자리한 온상지가 되었을까. 2000년대 초반, 꾸준히 제작된 영화 '여고괴담' 시리즈에서 그리듯 학교는 공포이자 불안이 잠식된 공간이었다. 더욱이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드러나는 것도 학교였기에, 영화 '친구'(2001), '말죽거리 잔혹사'(2004)에서 우리는 친구를 따라 폭력의 세계 안에 이끌린 주인공을 그려냈다는 것도 확인해볼 수 있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드림하이' 시리즈' '학교' 시리즈, '꽃보다 남자', '상속자들'처럼 학교는 성적, 돈 등의 계급으로 확연하게 구분된 사회를 담기도 했다.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며 반영하는 하이틴물 안에서 우리는 어떤 흐름을 포착할 수 있는가.
◆ 학교 안에서 판매되는 수제쿠키 아니 마약? U+드라마 '하이쿠키' 그 물음에 답하기 위해, 2023년 공개된 U+드라마 '하이쿠키'와 영화 '사채소년'(감독 황동석)을 데려와 보기로 한다. 우선, 11월 14일 기준 12화(총 20부작)까지 공개된 '하이쿠키'는 의문의 수제쿠키가 엘리트 정한고등학교에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스마일' 모양의 평범한 노란색 수제쿠키는 모든 욕망을 들어준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성분을 철저하게 숨긴 마약 쿠키다. 개당 300만원을 웃도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끄는 이유는 한 입만 먹어도 간절히 바라고 소망하던 것들이 눈앞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물론 환각이고 망상이지만, 각자만의 이유로 고통 속에서 허덕이는 학생들에게는 만병통치약처럼 그려진다. 극 중에서 최민영(정다빈)은 수제 쿠키를 판매하는 운반책이다. 하지만 S반의 1등이 갑작스레 죽고, 그 이유에 수제 쿠키의 과다복용이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문제는 확대된다.
'하이쿠키'에서 학교의 지하실, 세탁실, 화장실, 복도라는 익숙한 공간들은 수제 쿠키가 소비되고 유통되는 장소로 탈바꿈한다. 게다가 셰프라 불리는 존재는 학교 안에 빠져나갈 수 없는 마약 소굴을 만들었다. 일련의 사건(수제 쿠키를 2개 이상 섭취)으로 최민영이 사고를 당하면서 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언니인 최수영(남지현)이 이은서라는 새로운 신분으로 위장해 정한고등학교로 들어가게 된다. 최수영의 목적은 사고로 깨어나지 못하는 동생 최민영을 깨울 해독제를 받는 것. 셰프의 지시로 최민영이 아닌 마약 유통업자가 된 최수영/이은서는 최민영의 친구였던 서호수(최현욱)과 함께 비밀을 파헤치게 된다. 학교 안에서 마약을 유통하는 내용을 그린 '하이쿠키'는 소재 면에서 자극적이고 강렬하다. 에피소드가 공개되며 셰프의 존재가 고등학생 서호수였다는 것이 밝혀진 이 시점에서 '하이쿠키'를 본다면 더욱 그러하다. 서호수는 돈에 눈이 먼 나쁜 어른들이 만든 검출되지 않는 마약 레시피를 우연히 손에 넣으며, 가난에서 탈출하고자 돈을 버는 수단으로 사용한다.아픈 엄마를 지켜주고 돈을 버는 서호수의 사정에 '누가 이 학생을 그 지점까지 몰고 갔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물론 학교 안에서 마약을 쉽게 구하고 사는 배경 설정은 다소 극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청소년의 마약 범죄는 이미 걷잡을 수 없다는 기사 보도를 속속들이 찾아볼 수 있다. 40~50대 연령의 경우, 마약을 구매하는 과정이 대면으로 이뤄지면서 상선을 추적할 수 있다는 보도와 더불어 어린 연령대의 경우는 발달한 온라인 구매로 인해 대면하지 않고도 쉽게 살 수 있다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4월 19일 보도에 따르면, 인천의 고등학교 3명이 공부방 목적의 오피스텔에서 마약을 판 혐의로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을 사들이고, 운반책에게 구매자와의 약속 장소를 알려주면 약속된 곳에 마약을 숨겨 전달하는 교묘한 수법을 사용했다. 거래 장소에서 압수된 마약은 1만 2000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4억 9000만원 상당이었다고 밝혀졌다. 게다가 2022년 한 해 동안 검거된 10대 마약 사범의 수가 294명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국내 최연소 마약사범의 나이가 14세라는 것.
'하이쿠키' 안에서 수제 쿠키로 묘사되는 마약은 현실에서는 초콜릿이나 영양제로 둔갑해서 유통되기도 했다는 보도 내용 역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월, 경남경찰청은 향정신성 의약품인 툭락과 케타민을 초콜릿, 커피 등으로 위장해 국내에 밀반입해 재판매 및 투약한 혐의로 26명을 구속하고, 그 외 14명을 불구속 입건하기도 했다. '하이쿠키'가 담은 학교 안에서 마약을 판매하는 행위는 판타지적인 설정도 경악할만한 사건도 아닌 현실 그 자체다.
◆ 학교 안에서 돈을 빌려주고 갚는 사채를 한다고? 영화 '사채소년' 오는 11월 22일 개봉하는 영화 '사채소년'도 마찬가지다. 사채를 갚지 않고 도망친 부모, 지속적인 학교 폭력에 노출되었던 고등학생 강진(유선호)는 사채업자 랑(윤병희)의 달콤한 꼬임에 넘어간다. 바로 학교 안에서 학생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사채를 하라는 것. 주머니 상황이 두둑하지 못한 학생들의 상황을 이용한 범죄였지만, 강진에게 이것을 탈출구나 다름없다.
자신을 괴롭히던 남영(유인수)가 강진이 갚아야 하는 사채업자의 돈에 손을 대면서 상황을 반전되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자기 뜻대로 이룬 적 없던 비참한 현실 속에서 강진은 사채업으로 일종의 희망을 엿본다. 하지만 사채라는 특성이 그러하듯 거미줄처럼 뻗어나간 고리들은 강진을 덮친다. 이를 두고 볼 수 없었던 남영의 계략에 돈을 빌린 친구들은 '배 째라'는 식으로 갚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강진은 자신이 빌려준 만큼 돌려받아야 하는 악순환에 빠져버렸다. 무엇보다도 초반부 머리카락으로 눈썹과 눈을 모두 덮고 있던 눈은 사채를 하면서 드러나지만, 전에 본 적 없는 일그러진 모습이다. 자신의 집에 찾아오던 사채업자들이 윽박지르며 돈을 요구하는 과정과 판박이인 셈이다.
지난 5월 30일 SBS 뉴스에 따르면, 학생들 사이에서 온라인 불법 도박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채까지 한다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휴대전화로 손쉽게 도박 사이트로 현금을 보내 게임 머니를 받아 사용하는 방식으로 중독된 학생들은 고리대금을 손대는 상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사채소년' 안에서 그려지는 강진의 상황이 말도 안 되거나 판타지는 아니라는 반증이다.
◆ '바로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내포한 공간, 학교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왜 마약을 유통 및 소비하고, 사채의 차용증을 쓰고 돈을 받는 공간이 학교인 걸까.
'하이쿠키'의 송민엽 감독은 "잘못된 일인 줄 알면서도 목표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유혹에 빠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인물들이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라고 말했고, '사채소년'의 황동석 감독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관한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좋은 어른이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이들은 어땠겠냐는 생각이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두 작품 모두 공통적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다'는 이야기하고 있다. 아직 모든 편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하이쿠키'에서 중요한 지점은 마약을 유통하던 고등학생 동생 최민영 대신 언니 최수영이 학교로 잠입하면서 사건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성인인 최수영은 교복을 입고 이름을 바꿔야지만 신분을 바꿀 수 있다. 초반부 비정규직으로 공장에서 일하던 최수영은 자신의 회사 안에서 벌어지던 성희롱이나 직장 내 언어폭력에 노출되었지만 꾹 참고 바꾸려고 하지 않지만, 학교 안으로 들어가면서는 바꿔보려는 시도를 행한다. '사채소년'에서도 강진과 그의 친구 다영(강미나)는 "우리 다시 돌아갈 수 있겠지?"라고 말하며 마무리된다.
다루는 소재는 상이하지만, 어쩌면 '하이쿠키', '사채소년'을 비롯한 학교를 배경으로 한 학원물들이 말하고 있는 지점은 본질적으로 비슷할지도 모른다. '바꿀 수 있다는 희망', '아직은 돌아갈 수 있는 선이 있다는 믿음'이다. 어느샌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울타리 안에서 우리는 학교(學校)의 본질적인 의미를 두 작품을 통해 되짚어볼 필요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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