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년들' 설경구 인터뷰

실화 바탕의 영화를 촬영할 때는 마음가짐부터 다르다는 설경구. 그의 진정성은 스크린 너머의 우리에게 전달되면서 함께 울고 웃는 이유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영화 '소년들'(감독 정지영)로 다시금 단단한 울림을 전달하는 설경구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게 되는 순간이다.
'소년들'은 지방 소읍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형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사건 실화극. 배우 설경구는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수사 반장 황준철로 분했다.

설경구는 모든 촬영이 끝나고 실존 인물들을 만나 묘한 감정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전주에서 시사회를 했는데, 유가족, 피해자, 진범, 박준영 변호사도 오셨다. 박준영 변호사가 '소년들을 성장시켜줘서 고맙다'라고 하더라. 실제로는 못 했다고. 영화에서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 것이 감사하다고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실미도', '그놈 목소리', '소원' 등 실화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들에 유독 많이 출연했던 설경구. 따로 부담은 없냐는 질문에 설경구는 "그런 운명인 것 같다. 촬영하면서 보다는 그분들을 만나면서 무게감이 쌓인다. 일부러 안 만나는 것도 있다. 마음이 이상하다"라고 털어놨다.

데뷔 '40주년'을 맞은 거장 정지영 감독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면서 존경심이 생겼다는 설경구는 "(영화를 선택한 이유가) 정지영 감독님이었다. 사회에 목소리를 내시는 분이셔서 그런 부분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거부할 수 없었다. 스태프 막내까지 동료로 생각하신다. 수평 관계로 생각하신다, 진짜 마인드가 좀 다르시다. 어른이라는 생각보다는 같이 작업하는 동료 같았다. 나도 그렇게 나이를 먹고 싶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재수사에 나선 황준철을 지지해주는 아내 김경기 역의 배우 염혜란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더 글로리', '마스크걸'로 이른바 흥행 요정으로 불리는 염혜란에 관해 설경구는 "염혜란 배우는 집이면 집을 만들고, 식당이면 식당을 만드는 캐릭터다. 황 반장 캐릭터를 만드는 것에 도움을 줬다. 요새 흥행 요정인데, '소년들'에서 미모를 담당했다고 하더라. 워낙 잘하는 배우고, 겸손하고 사람이 너무 좋다"라고 칭찬했다.

극장의 존재 이유나 가치는 '주체적인 것'이라며 강조하기도 했다. 설경구는 "(아직도) 내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극장 같다. 극장은 내가 선택해서 가는 것 아닌가. 큰 스크린에서 압도되는 것이 있다. 물론 필름 시절과는 달라진 부분이 있다. 이런 세상이 올지 몰랐는데 어떤 세상이 올지는 모르겠다. 그렇다고 무시하고 살 수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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