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설리 다큐멘터리 '진리에게' GV
영화 '페르소나 설리'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미스틱스토리
영화 '페르소나 설리'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미스틱스토리
故 설리(본명 최진리)의 다큐멘터리 영화 '진리에게'가 베일을 벗었다. 정윤석 감독은 이 작품에 꾹꾹 눌러담은 진심을 토했다.

7일 오후 6시 15분 부산 해운대구 센텀남대로 CGV 센텀시티점에서 영화 '진리에게'(감독 정윤석) 시사 및 GV(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된 가운데 정윤석 감독이 이야기를 전했다.

이날 정 감독은 이 작품이 자신의 전작 다큐멘터리와 다른 결에 있지 않다며 "영화를 만들 때 주인공을 중심으로 생각한다. 저 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의 기본 원칙과 윤리는 주인공 중심으로 선을 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주인공을 절대 위에서 내려다보지 않는다. 눈높이를 맞추는데, 주인공이 대부분 의자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종종 무릎을 꿇고 질문을 던졌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작품 속 인상적이면서도 고인의 성격을 잘 나타낸 장면으로 예능프로그램 '악플의 밤' 속 한 장면을 꼽았다. 그는 "신동엽 씨가 나오지 않나. 제가 그 자리에 있었는데 그 장면에서 저는 빵 터졌다. 저는 웃었는데 아무도 안 웃더라"며 "설리가 "남성과 여성이 동등해야 된다고 생각하냐'고 묻고, 신동엽 씨가 '예, 그럼요'라고 답하자 '그럼 오빠도 페미니스트네요'라고 했던 것은 페미니즘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명로하게 정리한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단순하지만 사실 그게 코어였다. 페미니즘 관련 당시 한국사회의 갈등이 있었는데 당시 설리가 명쾌하게 정리했다고 생각해서 순간적으로 웃음이 났다"며 "당시 배우님에게 '오늘 되게 멋있었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고인에 대해 "예능이라는 게 분량 따먹는 거 아니냐. 그래서 애드리브도 하고. 그런데 주로 경청하셨던 거 같다. 이건 되게 특이한 거다. 진리라는 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 생각했다"며 "친절과 배려는 다른 것이다. 친절은 보여지는 것이고 배려는 잘 보여지지 않는다. 그걸 명확하게 구분하면서 행동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친절과 배려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며 故설리를 배려가 많았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정 감독은 고인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으면서 "올곧고 정성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편집 단계에서 법률의 자문을 받았고, 끊임 없이 점검했다"며 "유가족 보호 측면과 고인의 명예라는 측면에서 이 영화 인터뷰 편집본가 조금이라도 저촉될 수 있는지 수년에 걸쳐 수차례 꼼꼼하게 점검했다"고 말했다.

정윤석 감독은 '진리에게' "유가족 분들께도 처음에 만났을 때부터,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 인사 드렸다"며 "지금 생각하면 웃긴데 '감독님은 이 영화를 통해서 무엇을 얘기하고 싶냐'고 했을 때 저는 이렇게 말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정 감독은 "어쨌든 주인공이 공개를 원칙으로 영화와 인터뷰 촬영을 하셨다"며 "고인의 말씀들은 우리 사회에 중요한 화두를 던지는 말씀들이 많다. 여성의 문제일 수 있고 우리 사회에 대한 문제, 약자에 대한 문제, 평등의 문제일 수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소위 젊은 세대가 중요시 여기는 가치를 함의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고, 모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궁극적으로 이 영화를 왜 만들게 됐는지 말씀드렸던 게 이것이 주인공 진리의 영화이기도 하지만 그 분을 그리워 하는 이 땅의 수많은 진리들을 위한 영화이고, 이름처럼 참된 이치, 그 진리 자체로 의미가 있는 영화가 될 거 같았다"고 전했다.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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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고 있고, 그 마음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는 정 감독은 '도로시'라는 설정을 빌어 동화적인 상상력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그는 "애니메이션 파트에서 도로시 여정을 같이 삽입했다. 마지막에 하늘로 올라가는 설정이 우리 곁을 떠났지만 고인을 도로시라고 생각하면 자신의 고향로 돌아간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영화의 메시지는 엔딩에 담았다고 했다. 정 감독은 "말의 무게에 대해서 질문하는 엔딩이지 않냐, 고인이 '내 말의 무게는 어디지?'라는 질문도 있고"라며 "마지막에 주인공 1인칭 시점으로 끝나는 게 중요했다. 주인공의 영화라는 걸 강조할 수 있어서였다. 화자가 진리라는 것이 중요했고, 그것이 관객들에게 많은 위로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진리에게'는 당초 5편으로 기획된 '페르소나: 설리' 중 한 에피소드로, 고 설리의 생전 인터뷰가 담겼다. 이번 작품은 와이드 앵글 섹션의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초청받아 월드 프리미어로 최초 공개됐다.

한편,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공식 초청작 69개국 209편,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60편 등 총 269편의 영화가 관객을 만난다. 개막작은 고아성-김우겸-주종혁 주연의 '한국이 싫어서'(감독 장건재), 폐막작은 유덕화 주연 '영화의 황제'(감독 닝하오)가 선정됐다.

부산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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