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적' 배우 서현, 이호정./사진=텐아시아DB
'도적' 배우 서현, 이호정./사진=텐아시아DB
여자 주인공인데 캐릭터의 서사도, 매력도, 존재감도 없다. 인물 자체가 평면적이니 배우도 연기도 빛을 발하지 못했다. 오히려 등장인물에 다섯 번째로 소개된, 서브 여주에게 자꾸만 시선이 간다. 넷플릭스 '도적: 칼의 소리'(이하 '도적') 이야기다.

지난 22일 공개된 '도적'은 1920년 중국의 땅, 일본의 돈, 조선의 사람이 모여든 무법천지의 땅 간도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하나 된 이들이 벌이는 액션 활극. 웨스턴 동양 히어로를 결합한 시대 장르극을 표방한다.

'도적'의 원톱 주연은 김남길이다. 여기에 서현이 여자 주인공으로 합세했고, 유재명, 이현욱, 이호정, 차청화 등이 힘을 보탰다.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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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회당 40억원, 9부작 합산 총 36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투입한 만큼 '도적'은 올 하반기 넷플릭스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공개 후 순위 역시 나쁘지 않다. 지난 24일 기준 TV쇼 부문 글로벌 8위를 차지했고, 한국에서는 1위에 올랐다.

그러나 '도적'을 향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도끼, 칼, 총 등 다양한 무기를 활용한 화려한 액션들을 볼거리를 제공했지만,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러브라인으로 인해 느슨해진 전개와 찝찝한 결말들이 아쉬움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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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여자 주인공인 남희신(서현 분)의 캐릭터가 극의 몰입도를 헤쳤다. 조선총독부 철도부 과장으로 위장 침입한 독립군 캐릭터였지만, 정의감만 넘치는 민폐 캐릭터였다. 간도선 철도 부설 자금 20만원을 탈취하기 위해 머리를 쓴 것도, 그것을 지키기 위해 싸움을 한 것도 다 타인들의 몫. 그저 남희신은 돈가방만 부여잡고 이리저리 도망을 칠 뿐이었다.

'도적'에서 김남길 그 이상으로 존재감을 뽐낸 건 살인 청부업자 언년이를 연기한 이호정이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첫 주연을 맡은 이호정은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총잡이지만, 도적단과 독립단 사이에서 고뇌를 겪는 인물의 입체적인 감정을 훌륭하게 그려냈다. 김남길을 죽이려고 달려들면서도, 김남길이 자신과 같은 아픈 과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총을 내려놓는 츤데레 매력까지 더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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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희신은 밋밋하고 언년이는 다채로우니 여주가 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일부 시청자들은 서현의 굳은 표정과 연기가 어색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호정은 기대치가 없다가 이번 작품을 통해 개성 있는 연기파 배우로 새롭게 인식됐다는 평이다.

'도적'은 완성도 면에서 분명 아쉬움이 남는다. 시즌2를 위한 것 같은 결말은 오히려 찝찝함만 안겼다. 그러나 김남길과 이호정, 이현욱 등의 액션과 열연은 인상적이었다. '대박' 정도는 아니어도 무난하게 볼 액션극 정도다. 다만 메인 여주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도구처럼 쓰인 건 분명한 사실. 이를 연기한 서현도 배우로서 제대로 쓴맛을 보게 됐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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