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까지 덮친 '블랙핑크' 재계약 리스크…YG -13% 등 엔터 3사 주가 급락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들이 YG엔터테인먼트와의 재계약을 앞둔 가운데, 멤버 일부가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관련 엔터주까지 불똥이 튀었다. 멤버 재계약 문제가 이제는 K-엔터 업계의 주요 리스크로 대두하고 있는 모습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YG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이날 13.28% 떨어진 6만9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한 매체가 블랙핑크 멤버 중 로제는 YG와 재계약에 합의했지만, 나머지 세 멤버인 제니, 지수, 리사는 소속사를 옮길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소속사는 옮기되, 블랙핑크 멤버로서 일부 기간은 함께 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는 게 보도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YG엔터테인먼트측 관계자는 텐아시아에 "확정된 바 없으며, 협의중"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날 엔터 3사 주가는 블랙핑크 재계약 문제가 불거지기 전부터 좋지 못한 흐름을 보였다. 하이브는 5% 넘게 떨어졌고, SM엔터테인먼트 주가도 3%대 하락을 나타냈다. 하이브 주가는 지난 6월 22일 31만2500원을 고점으로 26.24%나 빠졌다. 최근 증권업계에서 성장주에 대한 조정 장세가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엔터주에 대한 투자심리는 급격히 위축되는 모양새다. 인기 그룹의 재계약 문제가 불거지면서 K엔터주의 구조적 리스크로 비화할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전날 하이브가 방탄소년단과의 2025년 이후 재계약에 대한 전망을 내놓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 블랙핑크 재계약 문제를 놓고 시장에서는 재계약 뿐 아니라 전속계약금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계약금으로 너무 많은 금액을 지출한 뒤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재계약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적었다. 블랙핑크를 가장 잘 매니징할 수 있는 곳이 YG엔터테인먼트라는 데 이견이 없었기 때문이다. 재계약에 따라 회사의 매니징 가치가 높아지는 측면도 있다. 때문에 재계약만 되면, 높은 계약금으로 인한 무형자산상각비가 재무적 부담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일부 멤버가 아예 재계약서 이탈할 조짐을 보이면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잘 키워놓은 그룹이 언제든 돈 문제로 이탈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셈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엔터사들이 특정 그룹을 키워서 수익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절대 기간 자체가 짧아질 수 있다. 어렵게 성공시켜도 그 그룹으로 엔터사가 돈을 버는 기간은 한정적이라는 얘기다. 인기가 높아질수록 재계약을 위한 비용도 증가하는 구조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같은 구조적 리스크가 엔터주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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