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운./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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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서는 그 누구보다 성실했지만, 아이돌로는 그 누구보다 무성의했던 로운의 예견된 탈퇴였다. 팬이라면 아티스트의 앞날을 응원해주는 건 당연한 일. 그러나 SF9이라는 본업을 잊고 연기활동만 전념했던 그의 무책임했던 결과에 등 돌리는 팬심은 당연한 결과다. 초심을 잃은 그에게 '배우병'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과언은 아니다.

지난 18일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로운의 탈퇴 소식을 알렸다. 9월 18일 1차 계약 종료를 맞았고, 전 멤버가 당사와 재계약을 했다는 것. 다만 SF9은 로운을 제외한 8인 체제로 나선다고 밝혔다. 로운은 연기를 비롯한 개인 활동에 전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로운은 자필 편지를 통해 탈퇴 심경을 밝혔다. 그러나 편지 내용을 읽어보면, SF9 멤버로서 불성실했던 태도에 대한 해명문에 가까웠다. 그는 "크고 작은 오해들을 하나하나 해명할 수 없었던 답답함도 있었고 언젠가는 진정성이 전달되리라 생각하며 당장 해야할 일에 집중했던 지난날 이었다"며 미움을 살 수 있다는 걸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여린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오해가 생기면 아니라고 맞설 용기가 필요할 때도 있는데 항상 숨기만 바빴던 지난날들이었다. 그런 저의 안일한 태도에 상처받고 서운함을 느낀 팬분들이 계신다면 정말 죄송하다. 전과 다른 제 모습에 낯섦을 느끼셨다면 그 역시도 제가 숨어버린 탓에 서운함을 느끼셨을 거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sf9./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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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편지 어디에도 SF9은 언급되지 않았다. 멤버들에 대한 이야기도 없었다. 그는 마지막까지 "올해로 27세, 새롭게 도전을 해보려고 한다. 김석우가 책임질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게끔 지켜봐 달라"며 자신을 향한 응원과 관심을 요청했다.

물론, 로운 외에도 아이돌 활동 중 팀을 탈퇴하고 배우로 전향한 아티스트도 있다. 에프엑스(fx) 설리, 오마이걸 지호, 프로미스나인 장규리 등이 그러하다. 로운 역시 계약이 만료된 시점에서 SF9이 아닌 배우의 길을 택한 것이기에 문제는 없다.

그러나 유독 로운에게 날선 반응이 쏟아지는 이유는 무책임한 태도다. 로운은 2019년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로 배우로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JTBC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KBS2 '연모', MBC '내일', JTBC '이 연애는 불가항력' 등 잇달아 드라마 주연자리를 꿰찼다. 로운의 아쉬운 연기력에 비하면 그야말로 승승장구다.
로운./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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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로운의 본업은 가수. 그런데도 로운은 드라마 촬영은 쉬지 않고 하면서도 팬들과의 소통은 거의 하지 않았다. 공식 카페에도 들어오지 않았고, 최근 콘서트 팬미팅이나 팬사인회 마저 모두 불참했다. 아무리 일정이 바쁘다지만, 팬들과 그룹을 향한 애정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했을 일이었다.

오는 10월 데뷔 7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맏형 영빈, 인성이 제대 후 복귀하는 공연인 팬 콘서트에도 불참 소식을 알리며 비난받았던 로운은 결국 '탈퇴'라는 단어로 모든 걸 마무리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 속 FNC는 오는 12월 일본 치바현 마쿠하리 멧세 국제 전시장에서 열리는 '2023 FNC 킹덤 -더 그레이티스트 쇼-(2023 FNC KINGDOM -The Greatest Show-)' 공식 홈페이지에 로운은 솔로 아티스트로 출연한다고 알렸다. SF9은 로운을 제외하고 무대를 펼칠 예정이다. 같은 콘서트에 참석하지만, 같은 무대는 볼 수 없다는 뜻이다.

가수와 배우를 병행하면서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연기돌'은 많다. 자신의 인기는 팬들에게서부터 시작됐다. 성공하고 나니 고마움을 잊은 걸까. 로운의 탈퇴가 그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싶은, 이기적인 선택으로 보이는 이유다. 이런게 배신 아니면 무엇이 배신일까.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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