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아, 약 5년 만에 정규 앨범 발매
"주제는 도시, 의도치 않은 것"
"거대한 건물에 비해 나는 너무 작아"
"여행 통해 슬럼프 극복"
이진아 / 사진제공=안테나
이진아 / 사진제공=안테나
"주제를 도시로 먼저 정하고 곡을 만들기 시작한 게 아니라 한 곡 한 곡 만들어놓고 보니 도시와 관련된 제목과 내용이 많았어요. '도시의 속마음'이라고 앨범명을 지으면 연결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진아가 2018년 이후 약 5년 만에 정규 앨범 '도시의 속마음 (Hearts of the City)'을 발매한다. 이번 앨범의 주제는 '도시'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도시에서 살며 접하는 것들로 인해 자연스레 도시와 관련된 노래들이 만들어진 결과다.

"제가 도시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여행을 좋아하지만 여행을 매일 갈 순 없고 도시에 살게 되잖아요. '재밌는 게 뭘까' 생각하며 산책하다가 도시의 건물, 불빛에서 영감을 받게 된 게 첫 번째 이유이지 않을까 싶어요. 앨범에서 슬픔 감정들도 많이 비쳐요. 도시의 슬픔 같은 것도 얘기하고 싶었어요."
이진아 / 사진제공=안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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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앨범에는 더블 타이틀곡 '미스터리 빌리지(Mystery Village)', '도시의 건물'을 비롯해 '마이 홀 뉴 월드(My Whole New World)', '여행의 끝에서 (With 스텔라장)', '진정한 친구', '시티 라이츠(City Lights (With Sarah Kang))', '잠결의 슬픔 (Feat. 홍진호)', '미드나잇 딜리버리(Midnight Delivery)', '어셉팅(Accepting)', '너가 집에 오면 난', '씽!(Sing! (Prod. 박문치))', '말 (With 이효리, 이상순)' 등 총 12개 트랙이 수록됐다. 더블 타이틀곡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이진아는 "정규인 만큼 한 곡만으로 타이틀곡을 하긴 아까웠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타이틀곡에 먼저 클릭하게 되지 않나. 두 곡도 할 수 있다고 해서 '현실 속 도시', '상상 속 도시' 이렇게 두 곡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미스터리 빌리지'는 현실을 살아가는 도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좀 더 동화적으로, 영화스럽게 꾸며본 곡이예요. 우리가 화면이나 핸드폰을 많이 보고 접하는데, 안 좋은 점은 조심하자는 느낌을 담았어요. '신비로운 거울', '손에 꼭 쥐고 있네'라는 가사가 있는데 그게 핸드폰을 표현한 거예요. '어서 일어나 눈을 떠봐'라는 가사에는 우리도 모르게 세상이 주는 안 좋은 가치관에 휘둘리지 말자는 메시지를 담았죠. '도시의 건물'은 도시 사람들의 모습을 일기처럼 솔직하고 투명한 느낌으로 묘사한 노래예요. 요즘 건물들을 보면 멋있단 생각이 들어요. 나는 너무나 작은데 건물은 몇백 배 되잖아요. 그런데 이런 걸 사람들이 만들었단 게 신기해요. 건축, 건물이 가진 이미지를 음악으로 표현해봤어요."
이진아 "이효리와 협업' 망상 이뤄져…슬럼프 겪으며 '완벽하지 않은 나' 인정"[TEN인터뷰]
사진제공=안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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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아의 이번 앨범에는 첼리스트 홍진호, 가수 스텔레장, 박문치 등도 참여했다. 12번째 트랙 '말'은 이효리, 이상순과 함께 작업한 곡이다. 이진아의 잔잔한 피아노 선율, 이상순의 어쿠스틱한 기타 사운드, 그리고 이효리와 이진아의 진정성 있는 목소리가 어우러진다. 서로에게 상처와 실망을 주기도 하지만, 끝내 서로를 위로하고 안아주는 '말'에 대한 이진아의 고찰을 담았다.

"원래는 피아노 연주하며 동시 녹음하려고 했는데, 몇 번 시도해봤더니 어딘가 부족했어요. 집에 가다가 문득 '이효리 선배님이 불러주면 어떨까' 망상 아닌 망상을 했죠. '말도 안 돼' 싶어서 생각을 그만뒀어요. 하하. 그런데 집에 가서 TV를 보던 중에 제 인스타그램의 연주 영상에 효리 선배님이 댓글을 남겨주셨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곡이라는 칭찬의 댓글이었어요. 갑자기 '앗, 운명이다' 기분이 좋아져서 장문의 카톡을 보냈어요. '말이라는 주제가 요즘에 생각하고 있던 주제라고 얘기해주시면서 흔쾌히 허락해주셨죠. 그 주에 바로 제주에 가서 녹음을 받아왔어요. 이 노래가 따뜻한 노래라 저 혼자 부르는 것보다 같이 말하듯이 부르면 듣는 분들에게 더 와닿지 않을 것 같았어요."
이진아 / 사진제공=안테나
이진아 / 사진제공=안테나
지난해 약간의 슬럼프를 겪었다는 이진아는 이번 앨범에 무엇보다 '자연스러움'를 키포인트로 잡고 작업했다고 한다. 이진아는 "작년까지만 해도 내 자신을 '잘해야 해'라고 하며 너무 푸시했던 것 같다. 이런 압박, 부담감을 갖고 작업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왜 이렇게 많이 자니?', '왜 이렇게 많니 노니?', '연습해야지!' 그런 사람이었다. 나도 사람이고 완벽하지 않은 게 당연한 건데 내 자신을 사랑해주자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진아는 여행을 통해 여유를 되찾으며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50일 정도 길게 뉴욕 여행을 다녀왔어요. 가서 공연을 매일 봤어요. 재즈 뮤지션들의 음악을 매일 듣다가 음악을 순수하게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던 순간들이 있었어요. 이렇게 순수하게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을 제가 잊고 있었던 것 같아요. (여행이) 그런 순수함을 되찾는 계기가 됐고 여행 내내 많이 쉬기도 했고요. 비우는 시간을 보내고 나니 다시 채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올해는 공연을 많이 하고 싶다는 이진아. "앨범 내고 공연하는 것이 제 이번 연도 목표였는데, 사실 이거 하고 나면 조금 놀고 싶기도 해요. 그런데 앨범 내느라 돈을 열심히 썼기 때문에 그 만큼 열심히 일해야 할 것 같아요. 드라마나 영화 음악, 가요도 만들고 모든 방송 음악들 다 환영합니다. 열심히 일할 준비가 돼있어요." 일과 휴식, 워라밸을 살뜰히 함께 챙기려는 이진아의 솔직한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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